일곱개의단어로된사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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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서른 살
마지막 두 행을 읽을 때마다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악덕을 저지르며 살아갈까…그것이 악덕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면 어쩌나……악에 받친 삶을 추하게 이어가는 인간이 되지 않았으면. 미래의 내가. 서른 살 -진은영 어두운 복도 긑에서 괘종시계 치는 소리 1시와 2시 사이에도 11시와 2시 사이에도 똑같이 한 번만 울리는 것 그것은 뜻하지 않은 환기, 소득 없는 각성 몇 시와 몇 시의 중간 지대를 지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무언가의 절반만큼 네가 왔다는 것 돌아가든 나아가든 모든 것은 너의 결정에 달렸다는 듯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 죽을 때까지 기억난다
2013.06.16 -
[진은영] 청춘1
아름답고 처연하고 슬프다. 진은영선생님 시를 오래오래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청춘 1 -진은영 소금 그릇에서 나왔으나 짠맛을 알지 못했다 절여진 생선도 조려놓은 과일도 아니었다 누구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고 서성거렸다, 꽃이 지는 시간을 빗방울과 빗방울 사이를 가랑비에 젖은 자들은 옷을 벗어두고 떠났다 사이만을 돌아다녔으므로 나는 젖지 않았다 서성거리며 언제나 가뭄이었다 물속에서 젖지 않고 불속에서도 타오르지 않는 자 짙은 어둠에 잠겨 누우면 온몸은 하나의 커다란 귓바퀴가 되었다 쓰다 버린 종이들이
200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