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21. 01:15ㆍ💙/너의 이름
2집 발매 후 현재까지 승열옵빠가 하신 인터뷰들 중
가장 길고 재미있고 모르던 사실을 많이 알게 해 주는(ㅎㅎ) 인터뷰...라고 생각함.
사진도 마음에 드는 편. 좀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감사!
◆이승열 인터뷰
- 인터뷰: 임진모, 정성하, 이대화, 윤지훈/ 사진: 배강범/ 정리: 정성하(bojangle@hanmail.net)
이승열은 2005년 대박을 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를 통해 사랑받은 클래지콰이의 곡 'Be my love'에서 노래를 한 인물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음악마니아들한테는 그 훨씬 이전부터 친숙한 이름이다. 그는 모던 록이 자리 잡기 전에 모던 록을 실험했던 그룹 '유 앤 미 블루'의 한 축으로서, 또 미국에서 돌아와 2003년 12월에 내놓은 양질의 솔로 1집 앨범 <이날 이때 이즈음에>로 나름의 견고한 지분을 확보했다.
록이 상대적으로 홀대되는 주류에서 비주류적인 성향의 기타 록을 몰아댄다는 점에서 그에게 희망을 찾는 팬들도 적지 않다. 만 3년도 더 흐른 올해 5월, 이승열은 마니아들이 고대한 2집 앨범 < In Exchange >를 가지고 마침내 원대 복귀했다. 록의 중량감은 여전하지만 그는 신보에 대해 “1집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모니터를 한 반면, 이 앨범은 술 안 먹고 모니터링을 했다”고 말했다.
이승열과 이즘의 만남이 6월초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 마련되었다. 인터뷰가 긴장이 된 것을 스스로 의식했는지 그는 편하게 대화하려고, 그래서 자신의 의도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애를 썼다. 응답만이 전부가 아니었고 때로 '왜 그런가요?' '그 말이 무슨 뜻인가요?' 등 예외적으로 묻는 것도 많았다. 전체적으로 진지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웃음에 인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겸손했다. 사석이나 술자리이었다면 더 유쾌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 In Exchange >
izm : 솔로 1집이 나온 것이 2003년 말인 것을 감안하면, 앨범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얼핏 떠오르는 이유부터 던져드리면.. 제가 이전에 했던 것들을 재활용할까봐.. 다른 인터뷰에서도 얘기한 대로... 뭐 사실이긴 하지만...
2004년이 제 1집의 홍보 기간이었는데, 제 공연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페스티벌에도 많이 참여하면서 정신없이 보냈어요.
사실 2집의 곡을 쓰기 시작한건 2004년 말부터이니, 앨범 제작을 시작한 것도 엄밀히 말하면 그 때부터라고 볼 수 있겠죠. 그 때 나온 노래가 두 곡 있어요. '탕'이라는 곡과 12번 '곡예사'입니다. 지금도 모든 노래들이 제 하드에는 남아 있구요.(웃음)
izm : 1집에 비해 전체적으로 조금은 밝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런 평가를 듣고 있을 것이다. 혹자는 그래서 '웨딩앨범'이라던데...
그런가요? 사실 제가 결혼을 한 지는 좀 오래 됐어요. 2000년 10월에 했으니....단지 결혼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 제 공연을 통해서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이렇게 공적으로 밝히는 것은 정말 근래의 일입니다.
숨기려고 한 건 아닌데, 아내가 물어보지 않는 한 밝히지 않았으면 하더라구요. 어떤 식으로든 자기가 거론되는 것이 싫다고 하네요. 물론 신보에도 아내를 위한 노래가 있어요.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고. '새벽 아침이 오면'인데, 가사는 제가 썼지만 클래지콰이(Clazziquai)의 김성훈씨가 작곡하고 프로그래밍한 곡이죠.
izm : 새 앨범의 제목인 'Exchange'의 의미는?
그냥 1집 때는 누가 기다리든 기대하든, 신경을 안 썼어요. 이걸 어떻게 해서든 완성도 있게 해서 빨리 내는 게 낫지, 감상자에 대해서는 전혀 가정을 안했어요. 2집 때는 이제 만나는 사람도 있고, 웹 사이트를 통해서 피드백도 전해져오니까요. 그게 부담이 좀 됐죠. 만들면서는, 내 페이스 지키며 만들면 되겠구나 싶었는데....2차 마스터링을 끝내고 집에 잠시 가서 앉아 있는데 앨범 타이틀을 어떻게 정할까 생각해봤어요. 일집처럼 곡의 제목을 따서 앨범 타이틀을 정하고, 수록곡 안에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는...원래 전 끝까지 그러려고 했어요.
근데 잠시 그걸 잊었어요. 어떤 부담이라고 할까. 그냥 감사한다는 표시인데, 대놓고 감사한다고 하기도 뭔가 어색하고...불특정 다수의 팬들과 기다린다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그런 배려에 배한 보답으로 제가 돌려드릴 수 있는 건 이 앨범이다. 그래서 '교환'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연쇄작용처럼 주고받는 손 모양이 떠올랐어요. 제가 받았으니, 이렇게 돌려 드립니다. 그런 식의....
izm : 그럼 '웨딩 앨범'이 아니라 '소통 앨범'이라는 게 맞을 것 같다.
네, 그런 개념이 실제로 있다면요. 단순하게는 왠지 맘에 들어 하실 것 같았어요. 저희 사장님께서. (하하하) 밝아졌다는 말.,.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앨범 재킷부터 1집의 흑백 톤과 새 앨범의 색조가 대비되어서 그런 얘기를 듣는 것도 같구요. 간혹이지만, 스스로 “니가 밝아 봤자 요 선이다. 그러니까 조금 의식적으로 밝음에 대해서 도망가지만 말고 그걸 인정하는 것도 너한텐 좋을 것이다.”하는 생각도 합니다.
주로 얘기 나누고 조언을 받는 분은 소속사 플럭서스 김병찬 사장님이에요. '유 앤 미 블루' 때에도, 믹스를 비롯해 이렇게 저렇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신보 제작 중에는 같이 작업한 엔지니어 두 분(이용섭, 심진보)과 의견을 많이 나눴어요.
izm : 새 앨범에는 이전의 기타 록에 덧붙여서, 다채로운 접근 방식이 들어 있다. 일렉트로니카, 애시드 재즈까지. 현재의 흐름과 유행을 수용하려는 느낌이 들었지만 힙합은 없다. 힙합에는 관심은 없는 건가.
제가 힙합에 워낙 약해요. 들은 게 없어서요. 힙합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좋아하는 곡을 찾기가 힘들어요.
누군가 추천해서 디 안젤로(D'Angelo)의 앨범을 들어봤어요. 1집때 작업한 동료에게 “나 리듬적으로 뭔가 자극을 받고 싶다.”라고 얘기했더니, 여러 장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 중 하나였어요. 근데, 그런 걸 힙합이라고 하나요? (잠시 이런저런 얘기 오가다. 네오소울(Neo soul), 얼터너티브 R&B...) 솔직히 크게 맘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어느 후배 뮤지션한테 전화를 받았습니다. 근 2년 만에 연락이 왔어요.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공연도 다 취소되고. 앨범도 다.. 그런데 그 친구가 선뜻 꺼내는 말이, '지금의 가요계는 문화적 사치 심에 잘 부합하는 그런 앨범으로 연명한다!'라는 거예요. '지금 그 말, 꼭 기억하고 있을게'하고 답했습니다...
izm : 마스터링과 앨범 마무리 작업에서 원래 본인의 의사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곡 순서는 당초에 제가 정한 것과 거진 비슷해요. 차이라면, 저는 '스물 그리고 서른'을 원래 1번에다가 놨었고...또 하나, 'Trumpet call'을 맨 앞에 넣었으면 했어요.
izm : 앨범 출시가 너무 늦어 혹시 중간에 기존 녹음한 것을 엎은 건 아닐까 했는데.
아니요. 그런 적은 없어요. 가사는 제일 마지막에 순조롭게 써 졌습니다. 가사 쓰기는 중간에 수정한 경우가 있더라도 즐거웠습니다.
편곡 면에서는.. '친구에게 나에게' 같은 곡은, 각기 다른 버전이 다섯 개 정도가 있습니다.
'기억할게'는 오히려 데모하고 거의 비슷해요. 이 곡은 그냥 녹음 끝내고 서랍에 넣어 둔 것을 그대로 음반에 넣었다고 봐도 됩니다.
izm : 'Buona Sera'는 확실히 가장 대중적인 트랙이다. 이승열씨 음악에선 다소 예외적으로 '뽕'끼마저 느껴지고...
네 맞아요. 주변에 클래식하는 분이 있는데, 그 소리를 호되게 들었어요. 아는 동생한테 모니터를 부탁했는데, “이 곡 좋지 않냐?” 했을 때 표정이 장난이 아니에요. 뭔 소리냐고 지금. 2차 마스터링이 이미 끝난 상황이었는데, 편곡을 바로 바꾸었어요. 원래는 좀 더 어쿠스틱 했답니다.
'Buona sera'는 저도 모르게 애정을 갖게 되었고, 어떤 면에선 곡을 살려내기 위한 하나의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누가 뭐라고 해도 이 노래에서 이런 기분은 살려내야만 해.'하는 식이었죠. 저는 지금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곡에 대한 평가가 왜 그런지, 왜 '구린지' 잘 모르겠어요. 녹음하면서 대단히 좋게 들었던 음악 하나가 루치오 바티스티(Lucio Battisti)라는 이탈리아 송 라이터의 앨범이었어요. 그걸 들으면서 간만에 굉장한 신선함을 느꼈는데, 그 느낌이 곡에 자연스레 반영된 걸까 생각도 합니다.
'친구에게 나에게'에요. 녹음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Buena sera'는 제가 애착이 많았어요. 굉장히 흔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름이기도 하고, 굿 이브닝이란 뜻이기도 하고. 분명 어디선가 봤을 거예요. 노래 부르다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단어를 그냥 제가 끝까지 밀고 간 거죠. 원래 가사를 완전히 다른 버전으로 했다가 다 버린 곡이에요.
'시간의 끝' 같은 경우는 러브홀릭 (강)현민 씨가 영어로 흥얼거리셔서 데모를 주셨어요. 현민씨가 후렴 부분에서, 지금 만들어져서 완성된 버전에서는 “Can let you get away.." 라고 불렀는데 그 부분이 계속 귀에 남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드라마를 위해서 쓰면 좋겠다 했고, 이 노래는 가사 작업을 먼저 했습니다. 드라마(<환생>)의 줄거리를 대충 안 다음에, 그렇게 조합을 해 본 겁니다. 기초만 있는 뼈대에 살을 붙인 개념이죠.
다섯 번째 곡 '우리는'도 원래 해놓은 버전이 묻혔어요... ABC-ABC-D-BC 이렇게 나가는 곡인데, D를 아예 없앴습니다. 그 D는 역시 제 하드에만 남아 있어요. (웃음)
izm : D파트? C파트의 코드가 좋아 그 부분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1집의 '이 날, 이 때, 이 즈음에'는 원래 앨범에 실리 것과 달리 반 토막짜리 곡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박자수가 좀 엉뚱해지면서 2절로 넘어가잖아요. 스튜디오에서 작업 하다가 엔지니어 분이랑, 김병찬 사장님이랑, 이곡은 풀로 가자고 즉석에서 제안하고 결정했습니다. 편곡 과정에서 이것저것 좀 더 해 보다가 다시 어쿠스틱 기타를 더빙을 하고, 그렇게 처리를 한 부분이에요. 지금의 버전으로 완성되고 하루 이틀 지나서 들어보니까 저도 그리 나쁘진 않더라고요. 그게 똥고집이냐 아니냐를 제 자신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한 이틀 걸린 거죠.
하지만 '우리는' 같은 경우는...데모 작업에 굉장히 시간을 많이 썼어요,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시간을 많이 줄이고 싶다는 이유에서. 예전에는 스케치만 했다면 이번엔 구조물도 만들어놓고...그래서 데모를 완성하고 의견을 나눌 때도 얘기가 더 명확히 나올 수 있도록. '우리는'은 원래 세 번째로 쓴 곡인데, 굉장히 어쿠스틱한 곡이었고 사장님께서도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녹음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왠지는 모르겠어요. 연주자들이 직접 치고 하는 과정에서 제가 더 신경을 못 써서 그런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지켜보다가 마지막까지 갔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을 하신 거 같아요. 결과적으로, 제가 편곡에 실패를 한 거죠. 데모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거예요.
그 상황에서 한 가지 더 좋은 점이 생겼어요. 저랑 같이 일집을 홍보를 한 '먼데이 블루'란 팀원들이 있는데, 한번 그 분들의 연주만으로 이 곡을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노래마다 기타도 안치고. 그렇게 완성을 했었어요. 먼데이 블루라는 팀의 풀 세션인 거죠. 결국 제 무대 공연 에서처럼, 저는 싱어로서 한 5%정도만 참여하는, 그런 사진 같은 느낌의 곡이 딱 나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기서 만족했어요. 근데 사장님께서는 그렇게 하기엔 좀 아까운 곡이라고 생각을 하셨나 봐요. 김상훈씨도 제 곡을 처음 편곡하는 거니까, 생각이 많았을 테고, 효율적으로 곡을 재구성하다보니 그런 편집적인 실험을 한 거구요. 제가 왜 처음의 고집을 안 부렸냐는 부분에 있어서는, 제 삶이 그렇습니다. 하하.
izm : 김상훈씨? 전에 그룹 더블유(W)에서 노래하던 멤버 말인가?
예, 맞아요. 어쩌면 내가 배워야하는 요소가 그 분의 그런 부분에 있지 않나 싶어요. 깔끔함. 나한테 없는 게 상훈씨에게 있다면 그런 깔끔함 같아요. 김상훈씨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빼기도 많이 뺐구요. 그게 참 두려운 거 같아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그 두려움을 아직 극복을 못했습니다.
izm : 다른 곡들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달라.
'새벽, 아침의 문' 같은 곡은, 처음 받았을 땐 다들 그랬어요. 우울한 이야기를 풀어야 해야지 않느냐고. 딱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 아닌 사람이 들으면 닭살이 돋을 수도 있겠어요.
부모님에 대한 곡을 써보고도 싶었어요. 그게 9번('그들을 위한 기도'). 설명이 없으면 사실 말이 안 되는 내용이죠.
'Trumpet call'은 원래 오 분 넘는 곡이었어요. 원래 이 곡이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로 쓰인 곡이에요. 2004년 말 하고 2005년 들어갈 쯤 이었습니다. 가사도 있고, 멜로디도 있던 곡이죠. 그런데 모니터링을 한 사람들의 반응이 대체로 '너무 구리다'는 식이었어요... '거하다'라는 표현도 있었는데, 그건 제가 들어도 너무 그렇더라고요. 트럼펫에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앨범 전체에서는 다소 생뚱맞은 곡일 수도 있는데, 모든 것이 좀 있으면 끝난다. 세상이 끝날 수도 있구요. 저는 염세주의는 아닌데, 세상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건 믿습니다. 그런 기분을 담고 싶었어요.
'탕'은 애초에는 그냥 어쿠스틱한 곡이었어요. 앨범에 들어 있는 인트로는 거의 똑같았습니다. 달라진 버전은 클럽 공연 때 처음으로 연주했었고....나중에 살이 붙은 건 루프를 깔아 놓은 것. 뭐 그 정도 밖에 없어요, 사실.
-유 앤 미 블루
유 앤 미 블루 시절에는 기타를 치는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어요. 특히 클럽 '블루 데블'에서 공연하던 시절은 더 그랬습니다. 아, 그 이전에 벌써 준석이하고는 대학 동창이었고, 친해진 것도 서로 기타를 친다는 걸 알면서입니다. 그 때에는 밴드 구성이 4인조였는데, 그 땐 저희가 곡을 쓰지 않았을 때였어요. 우선 카피를 많이 땄고, 가요도 (이승철의 노래를 비롯해서) 많이 했고....그 때도 노래는 준석이에게 미뤘어요. 제가 직접 노래하는 것도 싫진 않았지만... 준석이가 노래를 주로하고 저는 기타를 치는 게 서로에게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을 했고, 고 데모도 만들었어요. 데모를 만들 때에는 저희가 베이스도 직접 쳤고, 건반 소스는 아예 없었지만, 어차피 크게 의존하지는 않았어요. 그 즈음부터 기타 연주 자체보다도 이펙터에 더 빠져든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딜레이 계열에 그야말로 심취했습니다. 딜레이를 가지고 이것저것 해보고, 망치고, 또 다시 뭔가 해 보고...그러면서 그 묘미에 흠뻑 취했죠. 그게 '유 앤 미 블루'의 1집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저는 과장이 아닌 거 같아요.
izm : 방에서 만든 데모가 음반으로 거의 그대로 옮겨 간 건가?
그렇다고 봐야겠죠. 데모를 듣고 송홍섭 선생님이 일단 오케이를 하신 거에요. 항상 스타일이 그러셨어요. 일단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거의 내버려 두세요. 나중에 타이틀곡에 대한 부담은 이상하게 준석이 에게 주시더라고요.
izm : 이펙터, 그 중에서도 딜레이를 즐겨 사용한 것 때문에 '유 앤 미 블루' 시절을 돌이켜보니 더욱 디 에지(The Edge)가 있는 유투(U2)와 비교가 된 것 같다.
솔직히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확실히 우리가 순수한 오리지널의 무엇을 만들어냈던 것은 아니라는 걸 인정해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데이비드 길모어도 딜레이를 그 누구보다 즐겨 잘 쓴 기타 명인인 만큼, 그들의 분위기도 담겨 있을 수 있고....폴리스(Police)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영향도 있겠죠.
만약 유투와 비교된다면 아마도 기타 때문일 거라고 미리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지만, 자주 얘기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이렇게 일을 저질렀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그런 식이었죠...(웃음)
izm : '유 앤 미 블루' 때를 어떻게 추억하는가.
유 앤 미 블루의 라이브 앨범이 있어요. 저 힘들 때는 그거 자주 듣습니다. 그 때 그랬구나 하는 걸 떠오르게 하는 앨범이에요. 시작할 때 '유 앤 미 블루~!'하면서 소리 지르는 사람 중 하나가 황보령 씨라는 것도 알아요. 힘들 때 듣는다고 해서, 무겁고 막 이런 게 아니라, 어렸을 때를 돌아보는 기분이죠.
솔직히 말하면 그 때는 세상이 다 저의 적(敵)이라고 생각도 했어요. 적으로만 느끼던 상황에서, 4인조가 공연장에 올라가 있던 그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순수했고, 우리는 하나의 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기분에 새록새록 젖는 거죠.
izm : 방준석 씨와의 재결합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은데...
영화 < YMCA 야구단 >에서 수록된 '햇살'이란 노래는, 제가 밤에 작업실에 놀라갔다가 준석이가 써놓은 곡에 뚝딱 가사 쓰고 노래 해보자고 해서 즉석에서 둘이 같이 했어요. 재결합은 둘이 기회가 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죠.
izm : 유 앤 미 블루 때 곡들을 보면 대체로 두 사람의 스타일이 나눠지는데, 따로 따로 끊어서 하자는 식이었나?
2집 때는, 작업을 하는 곳이 방 하나였어요. 그런데 그곳을 낮, 밤으로 나눠서 각자 썼어요. 이런 시스템으로 왜 갔냐면, 둘 다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이승열 스스로 말하는 나의 삶, 나의 음악
어쿠스틱을 산 게 이민 가고 얼마 안 되어서이니. 한 열 넷?
izm : 미국으로는 언제 갔나.
84년에 이민을 가서, 93년 말에 돌아왔고, 다시 미국에 간 것이 97년 1월입니다.
izm : 간단하게 신상을 묻는다면.
태어난 곳은 인천, 자란 곳은 서울 중구 신당동입니다. 서울 난곡 중학교 다니다가, 1학년만 마치고 미국에 갔어요. 미국에선 링컨 하이스쿨(미국)에 중학교로 편입했어요. 그리고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예술사(Art history)전공했죠.
izm : 예술사(Art History)를 전공했는데 평론은 관심이 없는지.
전혀요. 아는 게 별로 없어요.
izm :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
맥주는 많이 마실 수 있고, 소주는 좀 약합니다. 1병이 좀 위험한 정도에요.
izm : 개인적으로 이승열 음악의 약점이라면 상대적으로 멜로디에 훅(Hook)이 다소 떨어지는 점을 꼽고 싶다. 신보를 듣고 나서 갈수록 더 훅이 줄어들고 있다는 팬들의 지적도 있던데...
저는 제 음악에 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izm :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승열씨 음악에서는 보컬 자체가 바로 훅 아닐까. 보컬이 정말 강렬하다. 곡보다 보컬이 더 좋다는 얘기도 있고...
감사합니다. 솔직히 아주 초보적인 생각으로, 훅은 쉬우면 된다는 생각을 전 합니다. 저는 남의 곡을 들으면 훅이 어떤 건지 딱 알겠어요. '아 이런 거구나'하고 느낍니다. 아마도 제 곡의 작업 중에 브레이크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냥 멈춤 없이 한 번 나온 데로 쭈욱 가는 편입니다. 가다가 이렇게 하면 더 나을 것 같아서 되돌리거나 하는 작업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가는 거죠.
izm : 1집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이 정말 맘에 들었다. 후반부에 기타 몰아치는 대목이 특히 그랬다. 그게 '이승열다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그런 '기타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들렸다.
그런 건 나중에 한꺼번에 해도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1집을 하면서 다른 인터뷰에서, 'Secret'은 기타가 전면으로 확 나오는 사운드잖아요. 어느 인터뷰에서, 2집에 대해서 물었을 때, “'Secret'같은 곡이 훨씬 더 많아질 겁니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게 이뤄지질 않았어요. 2004년 말부터 곡을 쓰면서는 그런 곡들도 나왔습니다.
izm : 이승열씨는 어떻게 보면 주류음악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영화음악 활동을 비롯한 번외 활동은 이런 인상과 다소 거리가 있다. 매니지먼트가 많이 들어오면 아티스트의 세계가 침범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의외로 주류적 접근을 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OST, 영화, 드라마 등등...
그건 일단 음악적인 측면에서 대답을 드리기 전에, 제 성격과 제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어떤 '스타일'부터 말씀드리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제 친구들은 때때로 제가 '공무원 하면 딱일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합니다. 무게의 극치를 달리다가도, 어떤 아젠다(자신만의 틀)가 딱 생기면 그 리스트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건 참지 못하고 그랬어요. 그런 의미에서 계약이나 약속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보니 그걸 어겼다는 생각이 들면 신경이 대단히 불편해요. OST로 저의 리스트를 만든다면, “아, 내가 이렇게 많이 했구나”하고 잠시 생각해 보고. 거창한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izm : 매니지먼트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에선, 기획사의 접근법을 내가 어느 정도 받아주는 것이 당연한 나의 예절이라고 본다는 의미인가.
예. 그렇지 않으면 제가 뒷감당을 못할 것 같아요.
izm :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삽입된 'Be my love'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알게 됐다. 그 때 기분은?
저는 진짜 덤덤했습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쫑파티 같은 자리가 있었는데, 저는 못 갔어요. 안 간 측면도 있구요. 그런 자리 굉장히 부끄러워요.
izm : 그 때 당시에 다운로딩 순위가 1위까지도 올랐다. 과연 이 곡을 부른 이승열씨는 어떤 생각을 할까... 자기 음악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 즐거워할까. 아니면 자기 앨범으로 소통하려는 사람인데 그게 아니라서 당황하고 있을까. 덤덤했다는 건 맘에 안 들었단 얘기인가 들었다는 건가.
그 곡이 원래 클래지콰이가 2집에 실으려고 했던 곡이에요. 클래지콰이가 처음 들고 왔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참여한 건 개사와 목소리였죠. 그 작업도 재밌었구요. <내 이름은 김삼순>을 저는 한 7회까지 봤는데, 상당히 재밌었지만 이렇게 뜰 줄은 몰랐거든요.
유일하게 으쓱했던 부분은, 미국에 계신 부모님께서 드디어 측근들로부터 '아들이 음악 10년 넘게 했는데 이제야 잘 되는 것 같다'고 인사 자주 받는다는 말씀을 하실 때였어요. 그리고 음악적으론 그게 제 곡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니까...사실상 저는 한 명의 세션 맨으로 곡에 참여했다고 보는 편이 나을 거 같아요.
izm : 미국에 있던 2000년 즈음에 결성한 밴드인 우(Woo)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 달라.
도저히 음악을 안 하곤 못 배기겠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때마침 레코딩을 하는 그 친구를 방문했다가, 그 작업실을 보고서 이 친구랑 뭘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1년을 공을 들여서 재킷 사진도 정식으로 다 찍었었어요. 쌍둥이 빌딩 근처에도 갔고. 그런데, 결국 앨범을 완성하지 못하고 접었어요. MP3만 세 곡 정도가 돌아다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izm : 1집과 이번 앨범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1집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모니터를 여러 번 했는데, 이 음반은 술 안 먹고 모니터링을 했습니다.(웃음) 1집이 저를 위한, 제 스스로 많이 즐긴 앨범이라면, 2집은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 앨범이라고 할까요. 제목이 'exchange'인 이유와 같죠. 돌아보면 1집 때가 너무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의 똥고집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떤 면에서 음악에 여유가 실린 것 같아요.
izm : 그렇다면 이승열 개인과 음악의 '성숙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
미래는 모르잖아요. 3집 앨범을 벌써 생각하게 만드는 앨범 같아요.
izm : 그럼 3집을 예고하는 곡이 있다면?
이건 충분히 변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께요. '우리는'의 후주에 기타 편곡이나 그 분위기 메이킹은 제가 집에서 직접 한 겁니다. 굉장히 빨리 완성되었고, 스스로 '이야~좋다!'했죠. 그런 느낌과 스타일?
izm : 우리나라 뮤지션들 중에서 맘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했다고 하면 좀 오버 같고, 좋아하는 앨범은 신윤철 씨의 3집이에요. 거기에 저도 유 앤 미 블루로 참여했습니다.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도 있고...
izm : 우리나라 가수 중에서 이 목소리는 참 좋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은.
너무나 유명하신 분이지만, 한 번 따라 불러볼까 하는 충동이 일었던 분은 임재범 씨입니다. 그런데, 바로 접었죠. 다른 세상에 계시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솔직히 노래방에 가면 부를 레퍼토리가 진짜 없어요, 대학 때 술만 먹으면 한 동안 부른 노래가 김민우씨의 히트곡들 '사랑일뿐야', '입영열차 안에서' 이런 곡들이었어요.
izm : 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한 곡은 무엇인가요?
딱 정하긴 그렇구요. 제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단어장이 채워지듯이 뚱뚱해지는 편인데.. 일단 록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들게 만든 건 퀸(Queen)이었죠. (곡을 예로 들어달라고 하자) 'Somebody to love'?
izm : 자신이 내일 죽는다고 할 때, 음반 한 장만 들고 가야 한다면 선택은?
우선 제 것은 안 들고 가요(웃음). 현재 같은 기분이라면...약간 주저되는 부분이 가사를 잘 모르는 게 좀 아쉽고 걸리기는 하지만, 아까도 언급한 루찌오 바띠스띠(Lucio Battisti)의 < Umanamente Uomo >입니다.
izm : 솔로 활동 하시면서 나중에 밴드 구성을 해서 음반을 다시 만들 계획은?
맞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다른 인터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삶과 유 앤 미 블루에 대한 회고, 음악과 자신에 대한 신념, 그리고 기록되지 않은 개인적인 이야기와 지금의 음악계에 대한 대담(?)을 비롯해, 두 시간 반 정도의 진지한 대화였다.
우리 시대 오버그라운드에서 몇 안 되는 록 싱어송라이터로서, 그의 이름이 가지는 위상은 나름의 두께가 있다. 느리고 낮은 그의 음성만큼이나 그의 음악은 묵직하고 진중하다. 혹자는 '보노가 한국말로 노래하는 줄 알았다'고 표현했을 만큼 그의 보컬에는 강한 흡인력과 남성적인 힘이 물씬하며, 기타 록 사운드로 치장된 차갑지만 두터운 서정은 비할 바 없는 확실한 잔향을 보유한다.
이승열은 신보를 통해, 다소 이기적(?)이었던 이전까지의 음악에서 벗어나 앨범 타이틀처럼 대중과의 보다 깊고 진지한 소통을 시도한다. 2007년은 삼순이 주제가 부른 플럭서스의 가수가 아닌, 10년이 넘는 시간을 버틴 독자적 영토의 뮤지션으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이 인터뷰를 보고 나서 느꼈던 것 다섯 가지
1. '사랑일뿐야' '입영열차 안에서' 완전 듣고 싶다 ㅠㅠ
2. 오빠는 정말 신윤철씨를 사랑하신다.
3. 오빠는 역시 겸손이 넘쳐흐르신다.
4. 훅 따위 없으면 어떠냔 말이다!
5. 오빠의 하드를 훔치고 싶다...
- 원문링크 : www.izm.co.kr/news_view.asp?key=1&s_idx=2093&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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