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17. 09:45ㆍ💙/너의 이름
2004. 2. 18. 씨네 21 기사.
아참 기사에 '이승렬'이라는 오타도 있다. 씨네21 이러면 곤란함미다. 이승'열'입니다 -ㅅ-
모던록 아티스트와 시네아티스트의 멋진 만남
<올드보이>의 박찬욱이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 한다. 함께하는 뮤지션은 이승열이다. 이승열이 누구냐고? 90년대 후반에 해체됐던, 모던록 밴드 유앤미블루를 아는지. 단 두장의 앨범으로 ‘한국 모던록의 전설’이라는 평을 들었던 2인 밴드, 유앤미블루 멤버는 방준석(영화음악을 주로 하는 음악인들의 모임, 복숭아 프레젠트 의 일원이다)과 이승열이다.
U2의 보노, 혹은 데이비드 보위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음색을 지닌 이승열은 최근 <이날, 이때, 이즈음에…>라는 솔로앨범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그 앨범의 타이틀곡 〈secret〉을 박찬욱이 뮤직비디오로 만든다는 것이다. 자기 색이 뚜렷한 두 사람이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지 문득 궁금하기도 했고, 각기 다른 장르의 문화가 만난다는 뜻의 ‘컬처잼’에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10여년 전의 인연
밤 11시, 차가움과 축축함이 기묘하게 어울리는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두 남자를 만났다.
한국 모던록의 ‘저주받은 전설’은 의 에미넴을 떠올리게 하는, 검정색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으로 나타났다. 노래할 때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르게 말투는 작고 조심스럽다.“인연의 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앤미블루 시절, 감독님이 저희를 소재로 한 로큐멘터리를 만들 뻔했던 일, 그리고 이번 뮤직비디오의 촬영감독이 정정훈이라는 것도요.”
첫 장편 <달은 해가 꾸는 꿈>을 만들고 난 뒤, <삼인조>를 준비하던 박찬욱은 당시에 로큐멘터리 제의를 받았었다고 한다. 제작사의 사정으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거기에다 <올드보이>의 촬영감독이자 이번 뮤직비디오의 촬영을 맡은 정정훈은 유앤미블루의 첫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바로 그 사람이다. 그게 모두 10여년 전 일이다.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아는, 그걸 이용하는 시네아스트, 들리지 않는 소리도 소리로 만들어내고- <복수는 나의 것>에서 류가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시라- 음악의 결을 누구보다도 이해하는 그에게 뮤직비디오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뮤직비디오의 시작은 음반의 광고죠. 그래서 음악을 받쳐주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거고. 너무 잘 만들면 음악이 묻히는데다가 일단 영상이 나오면 음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니까 그게 딜레마죠. 하지만 뮤직비디오가 음악만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있으면 독자적인 예술 매체로 성립하는 거고, 아니라면 그냥 가라오케 배경이면 되지. 왜 파도 넘실거리는 거 말예요. 이승열의 〈secret〉이 흔한 유행가 가사들처럼 스토리가 있었다면 아마 작업이 불가능했을 거예요. 〈secret〉은 가사가 명료하지 않아요. 기승전결도 없고, ‘save yourself’라는 말이 자주 반복되죠. 그 말이 뇌리에 남아서 작업이 자유로웠죠.”
그건 성경구절을 연상시킨다. 박찬욱은 잠언의 한 구절이라며 “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같이, 새가 그물 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같이 스스로 구원하라”라고 줄줄 외웠다. 게다가‘내가 알고 있는 비밀이 네게 중요할 것 같아서 네게도 가르쳐주려 해’라는 〈secret〉의 가사는 <올드보이>의 상황을 연상하면서 들으면 저절로 의미심장해진다.
이승열의 솔로 데뷔 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올드보이>에서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갇힌 자'가 풀려난 뒤 이유도 모른 채 괴한들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장면. 콘티에 넣었다가 제외된 것을 그대로 살려냈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타이즈로 작업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어요. 줄거리도 없고 상황만 있을 뿐이죠. 한 남자가 괴한들에게 두들겨맞는 거예요. <올드보이>의 스토리보드에 있었지만 실제로 찍지는 않았던 장면이죠. 근데 비장하고 그런 게 아니라 우스꽝스럽죠. 조악하고 엉성하고 어설프고, 그게 이 뮤직비디오의 컨셉이에요.”
거짓말! 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의 치밀함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일부러 만들어낸 ‘조악함’의 모양새가 궁금해진다. 어항이 깨지고, 물고기가 날고, 꽃잎이 피처럼 흩날린다니, 브뉘엘이나 장 콕토 영화의 즐거움을 기다려도 좋을까.
<무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올드보이>의 컴퓨터그래픽을 담당했던 팀들이 이 작업을 함께했다고 한다. 정지화면 위에 여러 개의 이미지가 겹치기도 하고 ‘입만 살아서’ 움직이기도 하기 때문에 컴퓨터로 하는 작업이 무척 많다고. 그 결과물은 연기를 한 이승열 자신도 아직 본 적이 없다.
“저는 어떻게 나올지 전혀 상상이 안 돼요. 그냥 열심히 했어요. 그냥 내가 이 비디오의 주인공이다, 그러면서. 기분 좋은 꿈을 꾼 것 같아요. 내가 주인공인 꿈,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에게서 갑자기 아주 멋진 선물을 받은 것처럼.”
두 남자는 비슷한 구석이 좀 있다. 둘 다 미학을 공부했고 저주받은 걸작을 만들었고 ‘그늘’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블루(blue)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박찬욱은 거짓말처럼 푸른색 셔츠를 입고 푸른색 필통과 푸른색 수첩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 영화에서 블루를 주요색으로 작업할 예정이라고. 두 사람이 가슴속에 칙칙함을 간직한 게 닮았다고 하자 이승열은 정색을 하며 “그런 게 보이나요?” 되묻고, 박찬욱은 “영화는 그래도 나는 안 그런 사람인데, 난 웃긴 사람인데”라고 농담한다.
이게 또 두 사람의 차이일 것이다. 이승열이 수채화톤의 투명한 블루라면 박찬욱은 유화물감으로 군데군데가 엉겨 있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루다. 서로 다른 질감의 두 블루가 만난다면? 십여년이 지나는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견고한 자기세계를 구축한 두 사람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 한바탕의 잼을 이룬다면? 갑자기 그 순간이 미치도록 기다려진다.
정안나/ 연극인 thanna@hanmail.net·사진 정진환 terran61@hani.co.kr
- 원문 링크 : 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3003002&article_id=2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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