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22. 11:22ㆍ💙/너의 이름
유앤미블루에 대한 나의 첫번째 기억은 그들의 노래도, 카세트테잎도, LP도, 라디오방송도 아닌...그들의 '사진'이다.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 때에는 한창 10대팬들 대상의 연예인들 가득 나오는 잡지들을 매달 꼬박꼬박 사 봤다. 앞부분에는 인기있는 연예인들의 사진과 기사가 2-3장 가량 실리고(서태지와아이들 컴백, 뭐 이런 일이 있으면 5장까지도;;;) 뒷부분에는 보통 한 쪽 정도의 분량으로 그 달의 신인들이나 신보들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었던, 포*뮤직, 하*틴, 주*어 등등의 잡지. 나는 그런 잡지에서 처음으로 유앤미블루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포*뮤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의 첫인상은 뭐랄까...정말 솔직히 말해서 '응?'하는 느낌이었다.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쌩글쌩글 웃는 가수들의 사진을 보다가 갑자기 2도로 인쇄된 푸르딩딩한 종이 위에서 아무 표정 없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던 두 사람의 사진을 보니 생경하지 않을 수 없었던 터. 심지어 그 사람들은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아서 '인터뷰 되게 하기 싫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거의 10년쯤 지난 후, 승열오빠가 가슴 인터뷰에서 <우리가 사진 찍혀서 지면을 통해 나온 모습을 봤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았다>라는 부분을 보고 피식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사자입장에서는, 충분히 충격받으실만한 사진이었으니까. (아마 준석님도 그러셨을거야 ㅋㅋ)
그 사람들의 음악이 궁금했지만 그 어떤 라디오와 tv 방송에서도 그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즐겨 들었던 방송들에서만 유앤미블루의 노래를 틀어주지 않았던 것-이라면 차라리 좋겠는데, <라디오를 틀었을 때 나온 노래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그게 반복이 되는 게 일단 불만족스러웠고, 우리 노래도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결국 홍보는 주입이다,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고 노출을 해야지만 대중은 길들여지는 거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다>고 하신 승열오라버니 말씀을 보면 당시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았던 건 사실인 듯하다. 당시 나는 징글징글하게 라디오를 끼고 살았는데도 유앤미블루의 음악을 '거의' 듣지 못했으니까. 오히려 지금 돌이켜볼 때 묘하다, 싶은 건 그들의 모습을 왜 내가 잊지 않고 기억했을까, 하는 점이다. 한 달에 등장하는 신인들이 한둘도 아니고, 예쁘고 잘생긴 수많은 가수들을 잊어버렸으면서 왜 그렇게 우울하게 웃지도 울지도 않고 있던 유앤미블루는 잊지 않았을까. 운명이었을까? ㅎㅎㅎ
유앤미블루를 다시 접하게 된 건 그로부터 2년 후였다.
하필이면 장마 기간을 딱 골라 간 여름 간부수련회(-ㅅ-;;;). 3일 내내 비가 와서 대부분의 야외 행사들이 실내 행사로 다 바뀌고 취소되었는데,바뀐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비디오 보기>였다.물론 의미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중학생들이 보기에 그닥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던 데다가 다 본 후엔 감상문을 써서 개학 때 제출하라는 명령까지 떨어져, 다들 투덜투덜대며 대강당 마루에 앉았다.
애들이야 불평하든 말든; 영화는 시작되었고 친구들은 한둘씩 픽픽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왠지 봐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 책임감같은 게 느껴졌달까. 신기하게도 문성근 씨 나오는 부분에선 졸고 홍경인 씨가 나오던 부분에선 깼다(그래서 지금도 문성근 씨 나온 부분은 생각이 안 난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노래가 나왔다. 분명히 처음 듣는 노래였고, 낯선 목소리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어본 노래 같았다. 기원도 출처도없는그리움, 을 무작정 불러일으키는 목소리였달까.자고 있는 아이들 틈에서 올라가는 크레딧을 보며 멍하니 앉아 노래를 듣고 있는데, 불현듯 후두둑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잠을 깬 친구가 눈을 비비고 나를 바라보며, 황당한 표정으로 "야, 너 우는 거야?"라고 물었다.부끄러운 마음에그만 울고 싶었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그, 노래, 때문에.
그리고 서울로 돌아가, 곧바로 유앤미블루의 2집 테이프를 샀다. 바로 이 테이프.
너무 뻔한 말이지만, 어찌나 한 곡도 정말 버릴 곡이 없던지. 비슷한 듯 다른 두 보컬-방준석, 이승열의 목소리는 그 어린 소녀의 가슴(!)을 왜그리도 울리던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을 왜 tv에선 불러주지 않을까, 이 좋은 노래들이 왜 라디오에선 나오질 않는 건가하는 생각에 어찌나 야속하던지. 좀더 일찍 알걸, 좀더 일찍 찾아볼걸, 하는 마음에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듣고 듣고 또 듣다가 소리가 좀 늘어난 것 같으면 냉장고에 넣어 보고,나중엔 아예 다른 공테이프에 이 테잎을 그대로 녹음해 돌려 들었던 그 때, 구하지 못한 1집이 듣고 싶어 주위의 애들에게 "혹시 유앤미블루라고 알아?"라는 질문을 하고 또 하다가 친구의 언니에게 1집 테이프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온갖 아부를 떨어가며;; 얼르고 달랜 끝에 1집 테잎을 빌려 같이 녹음해 들었던 그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은 얼마나 행복한 건지.
......오랜만에 옛날의 카세트테이프를 뒤적이다 유앤미블루의 2집 테이프를 발견하고, 주저리주저리 적어보는 옛날 기억. '좀더 어른일 때유앤미블루를 알았더라면,클럽 공연도 가봤을텐데 ㅠㅠ'라고 아쉬워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2집 때라도 알았던 것이 정말운 좋았던 것이라고생각한다. 그리고 영영 다시 들을 수 없는 건가 생각했던 저 두 사람-방준석, 이승열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준석님, 승열님, 그리고 유앤미블루 :)
- 2집 카세트테이프 속지에 들어 있던 두 분의 사진. 그나마 준석님은 눈을 감고 승열님은 흔들리고...나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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