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학살
2009. 5. 18. 01:11ㆍ흔드는 바람/베끼고
학살 1
김남주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들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 놓은 붉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들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다
밤 12시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 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고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어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끔찍하고 처참한 29년 전 그 날을 살고 있는데
그들이 현재를 살수 없게 만든 全씨는 아직도 29만원 가지고 호의호식하고
그 아들인 또다른 全씨는 여전히 시공사와 리브로와 을지서적을 운영하면서 신나게 돈 벌고 있는 것도
짜증나 미치겠는 이 마당에!!!!!!!!!!!!!!!!
'광주사태에서 민주화운동의 가면을 벗겨야 하는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고 외치는 자가 있질 않나,
'광주항쟁을 일으킨 全씨보다 개인적인 뇌물을 받은 盧씨가 더 나쁘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질 않나,
아시아 문화전당인지 하는 걸 만들겠다고 전남도청 별관을 철거하는 데 앞장서는 자가 있질 않나,
나의 상식과 이성으로는 도대체 이 세상을 못 이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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