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감나무 속으로 매미 한 마리가
2010. 11. 13. 22:47ㆍ흔드는 바람/베끼고
감나무 속으로 매미 한 마리가
검푸른 감나무 속으로 매미 한 마리가 들어섰다
감나무를 바싹 껴안아 매미 한 마리가 운다
울음소리가 괄괄하다
아침나절부터 저녁까지 매미가 나무에게 울다 간다
우리의 마음 어디에서 울음이 시작되는지 알 수 없듯
매미가 나무의 어느 슬픔에 내려앉아 우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나무도 기대어 울고 싶었을 것이다
나무는 이렇게 한번 크게 울고 또 한 해 입을 다물고 산다
'가재미'를 펼칠 때마다 지난번에 못 봤던 시가 새롭게 보인다. 신비로운 책이다. 이번에 시집을 펼치는 내가 지난번에 시집을 펼쳤던 때의 나와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오늘의 나는, 많이 울고 싶었던 걸까. 나의 마음 어딘가에서 울음이 시작되고 있었던 걸까…한번 크게 울고, 또다시 입을 다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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