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beat] 이승열 [V] 앨범 리뷰

2013. 6. 1. 09:06💙/너의 이름

글은 마음에 들지만, 저 '80'이라는 숫자는 영 마음에 안 든다-_- 수치화나 계량화를 '할 수 밖에' 없는 평론가(혹은 평가자?ㅋㅋ)들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만, 굳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위해' 이런 평가를 해야만 한다면 차라리 별 다섯 개 정도를 만점으로 한 별점주기가 낫지 않나 싶다. (별 다섯 개가 만점이라 해도 '네 개'와 '다섯 개' 사이에 '네 개 반'을 꼭 주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11등급으로 나뉘는 거지만!) 100점 만점의 수치화라니, 그렇다면 80점짜리 승열오라버니 앨범은 81점짜리 누군가의 앨범보다는 못하고 79점짜리 누군가의 앨범보다는 훌륭하다는 건가. (물론 그게 아니라는 건 평론가 내지는 평가자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만)

여튼 불평 그만 하고-_- 리뷰 스크랩. 100BEAT에서 바로보려면 여기를 클릭!



 

이승열 - V
 
음표들이 제자리를 잃고 흔들릴 때, 이야기는 무대를 잃고 끝도 모를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승열의 신작은 청자들이 앨범 케이스를 열면서 은근히 기대하고 또 은밀히 염원하는 무언가를 나열하지 않고, 그런 흔적들을 남기지 않으려 애쓴다. 신묘하다. 눈 앞에는 기시감은 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런 궁전이 놓여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장면은 베트남 악기 단보우와 프랑스어 내레이션의 활용, 독특하게 튜닝된 기타의 삽입 등 ‘작심하고 만든 자의’ 취지의 발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해석해보자. 그는 억지로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말하자면, 정교하게 빈틈을 메우려거나 특정한 감상 포인트를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꽉 짜인 틀을 벗어 던졌다. 라이브 느낌을 빌어 원테이크로 벨로주와 스튜디오 두 곳에서 산발적으로 녹음된 트랙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질성을 갖는 듯 낯선 표정으로 머뭇거린다. 거짓말처럼 곡들은 희한한 질서를 가지고 배열되고 이내 주문처럼 흩어진다. 끝내, 앨범의 행로를 따라가는 그 머나먼 여정 자체가 목적이었음을 이해하게 되기까진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언젠가부터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었던 몽상이라는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끈질기고도 치밀한 음반이다. 억지로 따라가느라 고생할 필요는 없다. 가볍게 몇 번 듣다 보면, 멋진 작품이라는 확신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니까. 힘을 빼고 음들과 함께 내려앉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