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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곁에

150228, 이승열 '이지형 THE HOME' 게스트 출연 @알과핵(대학로) >_<

이지형의 THE HOME 공연에 오라버니가 게스트로 출연하신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건 작년 12월쯤. 솔직히 처음에는 5초쯤 고민했다. 대학로는 멀고 낯선 곳인데다가(확실히 20대 초반을 어느 동네에서 보내느냐에 따라 평생 그 동네에 대한 친소가 결정되는 것 같다) '연극 같은 공연'이라는 컨셉도 멀고 낯선 것이었으니까. 언제 나오실지 일정을 한번 보자…가 처음의 생각이었다. 


처음에 나왔던 공연게스트 라인업. 내눈에는 뭐 ♥이승열♥만 보일 뿐ㅋㅋ


그런데 막상 일정이 나오고 나니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라버니의 출연일은 2월 8일. 뭐야 이거 생신 일주일 전이잖아ㅋㅋㅋㅋㅋㅋㅋ 생신 때 어떡하지 걱정했었는데(작년과 재작년엔 영미문학관으로 Go) 완전 기회다!! 꼭가야겠다!!!! 고 다짐하고 바로 예매. 피폐한 연초에ㅠㅠ 이날만을 기다리면서ㅠㅠㅠㅠ 겨울을 버텼다. 그리고 2월 8일, 주섬주섬 싸들고 동동 싸맨 채로 알과핵 소극장으로 ㄱㄱ. 날은 추웠지만 엄청 두근두근두근했다. 12월 공연 이후 못뵈었으니 흑흑흑.


민트페이퍼 공식홈에 올라와 있던 알과핵 소극장 가는 길 약도. 크게 쓸모는 없었…허허허.


민트페이퍼 공식홈에 있었던 약도(↑) 보고 좀 불안-_-해서 따로 지도를 그려갔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찾았다. 마로니에 공원 바로 옆이었던데다가 저 약도에 빠져 있는 방송대 건물을 중심으로 찾으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THE HOME 공연 플래카드가 크게 걸려있었어서!


햇빛 때문에 '핵' 자가 안나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여기가 알과핵.이지형 THE HOME 플래카드. 저 문으로 들어가 계단을 내려가면 공연장이 나온다.


공연장의 첫 인상은 '우와 아담해…'였다. 소파와 탁자 하나가 중앙에 놓여 있었고 탁자 위엔 이런저런 소품들이 올려져 있었다. 좌측에는 피아노가, 좌측에는 드럼이 있었다. 벽에는 이지형 사진(그림?)이 걸려 있었고. 위퍼 때 사진도 걸려 있어서 이지형 방인가보다! 라고 바로 알아볼 수 있었는데 공연을 다 보고 난 지금은 원룸 컨셉의 '집'이었구나 싶다.


엄청 오랜 시간-정확히 13년째-데뷔를 준비하면서 음악을 하는 '이지형'이란 (가상의) 인물이 사는 집. 이 집을 무대로 이지형과 이지형 주변의 사람들(생강차 사업을 하는 25세의 송근호, 드럼을 치는 36세의 강민석)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진행된다. 그들의 음악에 대한 고민이나 갈등도 나타나고. 이를 통해 찌질하지만 음악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 뮤지션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그런 컨셉의 공연?


여기가 이지형(38세, 13년째 데뷔 준비)의 집.

내 자리 바로 앞에 놓여 있던 맥북. 이지형이 여기 앉기도 했다. 너무 가까워ㄷㄷㄷㄷㄷ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온 신경의 중심은 게스트 이승열이었으므로!!!!!! 언제 나오시려나 시작 때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공연 전 귀인(!)을 통해 들은 바에 따르면 5분 정도밖에 안 나오시고 노래도 한곡밖에 안하실 거라 하셔서ㅠㅠ 으힝 너무 짧다 서운하다ㅠㅠ 뭐 이런 마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앞부분에 나오셨다. 오라버니의 역할은 '이지형에게 기타를 사러 온 쟈니리'로, 뉴욕에서 온 알콜중독자 컨셉이었다. 


지형(극중 인물)은 아끼던 기타 한 대를 팔기로 결심. 관심을 보인 쟈니리에게 팔기로 하고 직거래를 할 요량으로 자기 집에 불렀다. 그런데 도착한 쟈니리는 영어를 좔좔좔ㅋㅋㅋ 게다가 알콜중독자ㅋㅋㅋㅋㅋ 중간중간 위스키 꺼내 마시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가지를 씌울 생각이었던 이지형이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본 쟈니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말을 술술.


이지형이 더 당황하자 쟈니리는 기타를 사러 왔다며 돋보기를 꺼내 쓰더니 입고 왔던 옷을 벗고 기타를 받아들었다. 직접 쳐보겠다며 돌아오지 않아 코드를 연주하더니 슈퍼히트송이라고ㅋㅋㅋㅋㅋㅋㅋ 500만원 주고 산 기타인데 아티스트의 손때가 묻었으므로 900만원에 팔겠다는 이지형에게 자기가 '클린'해서 싸게 사겠다고 우김ㅋㅋㅋㅋㅋㅋ 자기의 신조는 어디까지나 '싸지만 좋은 기타'라며 정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오라버니 때문에 웃은 적이야 셀 수 없이 많지만 정말 이날 승열오라버니는 너무너무 웃기셨다. 보통 다른 뮤지션 공연에 게스트로 나가시면 좀 어색해 하시는데, 이날은 너무 자연스러우신 거다!! 영미문학관 덕분인가 왜이렇게 연기를 잘하셔요 오라버니ㅠㅠ하면서 울듯이 웃다가 안되겠다 이걸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될 거야!!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 영상을 찍기 시작!!! 


노래를 들려주면 기타를 90프로 DC 해주겠다는 이지형(극중 인물)과 쟈니리ㅋ


팟캐스트 청취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공기계로 급하게 찍은 거라 과연 잘 나올까 했는데, 크게 나쁘지 않은 영상을 남길 수 있었다. 어찌나 다행인지 으흑. 이 뒷쪽도 엄청 웃겼는데 특히 오라버니의 알콜중독자 연기bbbbb 술을 좋아하셔서 그런가 왜이렇게 사실적이지 싶었다. 다섯시쯤 되면 정신 돌아오고 음악 잘 안된다고 하시는데 엄청 천연덕스러우셨다. 경험이 묻어났어요 오라버니ㅋㅋㅋ (물론 나는 '다섯시'에서 '5am'을 떠올리기도 했고ㅋ)


막판에 계속 안 나가고 이지형에게 전화번호 적어주는 거나(아니 직거래를 한다고 연락을 주고받았으면서 왜 그때까지 서로의 전화번호를 서로 모르는 거냐ㅋㅋㅋ 아무래도 이지형이 오라버니에게 말린 느낌이었음) "call me?" 하고 끝까지 제 역할 하시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이지형이 저 형님 10년간 알고 지냈는데 저런 모습 처음이라 자기도 깜짝 놀랐다며 무서워졌다고 함. '뉴욕에서 온, 기타사러 온 쟈니리'라는 컨셉도 그전날 밤에 생각나 전화로 알려드렸다면서. 그러니까 컨셉만 있지 대본도 대사도 없는 캐릭터를 승열오라버니가 혼자것. 아오 오라버니 이러다 연기 섭외 들어오겠어요.


위 : 알콜중독자 쟈니리/ 아래 : 28만원으로 퉁치려는 쟈니리


그리고 바로 이것이 쟈니리 출연 뒷부분 : 그들의블루스 치다가 가사 까먹고 계속 픽픽 웃으심ㅋㅋㅋㅋㅋㅋㅋㅋ




오라버니 무대(?!)가 끝나고 나면 공연을 안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솔직히 오라버니가 손흔들며 나가시고 나니 아쉬워서ㅠㅠ 허탈감이 몰려왔었다 흑흑흑) 다행히 남은 공연도 재미있게 봤다. 전반적인 공연의 유머 코드가 '찌질한데 아닌 척함'의 느낌이었는데, 나랑 잘 맞아서 많이 웃고 왔다. 특히 송근호씨가 너무 귀여웠다ㅋㅋㅋㅋ "식사는 하셨는지요?" 아 너무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신기한 게 이지형 공연을 보고 나면 항상 일정 정도 만족한다는 거. 이지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공연을 보고 실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지형 노래를 많이 알지도 않는데(최근 노래는 거의 모르는 쪽에 가깝;;;) 모르는 노래들도 듣기 편해 잘 즐기고 온다. 근데 그렇게 공연을 잘 보고 나서도 이지형이 특별히 좋아지진 않는다. 보통 공연을 재밌게 보고 오면 공연한 뮤지션들이 좋아지곤 하는데 거참 신기해.


여튼 엄청 많이 웃었던 두어 시간. 덕분에 돌아오는 길이 포근했다. 나의 겨울을 따듯하게 해 주신 승열오라버니께 감사를. 쟈니리의 돋보기, 오래오래 잊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정말정말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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