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흔드는 바람/읽고

[리스트] 2015년, 읽은 책들.


2015년에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해왔던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그만두었다(나는 잠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지만 다음에 선정될지 안될지는 내가 정할 수 없으니 그만두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읽으려고 들쳐봤던 책은 이보다 훨씬 많지만 끝까지 다 읽어낸 책은 이만큼이다.


시집과 인문서를 좀 더 많이 읽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웹툰이 단행본으로 출판된 책을 많이 읽었고, 마스다 미리 언니의 책을 여전히 많이 읽었다. 처음 이 언니를 알게 된 건 수짱 시리즈를 통해서였고, 다른 책들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싫은 사람'과 '주말엔 숲으로'가 너어어무 좋았어서 이후의 단행본들도 계속 찾아 읽어 왔다. 재작년에는 이 언니의 책이 너무 많이 쏟아질 때 좀 화가 나기도 했고(내가 좋아하는 '책'이 '상품'으로서 다루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는 아직도 심술이 좀 나니까. 순진하게도!) '엉 이건 생각보다 별로네?'라는 책들도 있어 당황하기도 했었다. 올해는 그보다 평온하게 읽었던 것 같다. 이 언니 책이라고 해서 다 좋진 않다는 걸 알게도 됐고ㅋㅋㅋ 영 마음에 안 들 것 같은 책은 서점에서 훑어본 후 아예 읽지도 않았다. 그게 내 정신 건강에는 더 좋았던 듯. '뭉클하면 안 되나요?' 같은 책은 컨셉부터 마음에 안들어서-_-


읽은 순서대로 목록을 정리할까 하다가 별점을 매겨보기로 했다. 별점이라는 게 너무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이라고 평가절하하던 때도 있었지만(지금도 그 생각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다) 올해부터는 읽은 책에 별점을 매기며 정리해 볼까 싶다. 그렇게라도 정리를 해 보는 게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소설리스트에서도 별을 매기는데 내가 뭐라고 별점에 시비를 걸겠어ㅠㅠ 하는 생각도 들었고. 소설리스트에서 '소설리스트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우주의 별을 끌어다' 쓰면서 '별을 헤는 마음으로 이 소설들을 함께 읽어'달라고 했듯이, 나 역시 이 책들을 기억하기 위해 별을 헤는 마음으로 별점을 매겨 볼 생각이다. 얼마나 꾸준히 매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하아 정말이지 지구력 없는 인간이라 자신이 없다.


그래도 2015년 읽었던 책들 중 최고의 책은 자신 있게 꼽을 수 있다 : 엄기호와 하지현의 공저, 공부 중독. 이 책 처음 받고 '와 진짜 엄기호 책이라 사긴 했지만 이렇게 얇은 책이 13,000원이라니 어휴…'하고 조금 툴툴대기도 했는데, 읽으면서 계속 '우와 우와, 맞아 맞아, 우와 우와' 했었더랬다. 어떤 책을 읽고 나서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자주 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쥐여준 다음 앉혀놓고 억지로라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2010년부터 엄기호의 저서를 쭉 따라 읽고 있는데, 엄기호라는 학자이자 교육자 자신도 점점 성장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솔직히 단속 사회는 아직도 완독을 마치지 못해서ㅠㅠ 2016년에는 꼭 다 읽어야겠다ㅠㅠ).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때는 좀 거슬리는 느낌도 솔직히 있었는데 그 다음 책인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이후의 저서들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공감이 너어어어무 많이 되는 건 물론이고 배우는 게 너무너무너무 많다. 엄기호가 여자였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싶어 속상해할 때도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나 진짜 저 페이지 보고 눈물날뻔함ㅠㅠㅠㅠㅠㅠ






2015년, 읽은 책들



공부 중독 - 엄기호·하지현, 위고

2015년 최고의 책. 엄기호의 다음 책이 더더욱 기대된다.



차남들의 세계사 - 이기호, 민음사

이기호의 소설은 갈수록 더 마음에 든다. 개인의 삶이 역사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면서도 완벽해 소름이 끼쳤다. 다 읽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던 책.

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문학동네

비교적 평온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쭉 다 읽을 수 있었던 시집. (시집에 실린 시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경우란 내게 거의 없다) 시집 제목도 좋았고 첫 시도 좋았고 책으로도 좋았다. 신형철평론가의 해설이 제일 별로였다. 

선셋 리미티드 - 코맥 매카시/정영목, 문학동네

드디어 완독한 코맥 매카시. 이런 것이 거장의 책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구원이 없더라도 삶이란 완벽한 어둠일 리 없다고, 느꼈다.

버텨내는 용기 - 기시미 이치로/박재현, 엑스오북스

아무 기대 없이('얼마나 팔아먹으려는 얘긴지 보자'는 마음으로) 읽었다가 의외로 감동했던 책. 심리학 책을 읽을 때마다 '과거의 상처에 집중하는 느낌'에 피로감을 느꼈던 나에게는 상처를 바라볼 시간에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이라고 쓰니 참 거칠지만;)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공동체 감각이라는 개념도 매우 좋았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엄기호, 따비

나오자마자 사 놓고 오랫동안 못 읽었던 책. 한 번 마음 잡고 읽었더니 페이지가 쉭쉭 넘어가 신기했지만. 이제는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만남, 존중, 우정이라는 단어들이 깊은 울림을 남겨 주었다.

삶을 위한 국어교육 개정판 - 이계삼, 교육공동체벗

나라말에서 나왔던 책을 아주 오랜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읽었다. 내 사회적 자아(!)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계삼선생님. 그분의 문제 의식은 내게 아직도 너무나 유효하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용경식, 까치글방

읽는 내내 충격적이었다. 참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다. 당대 헝가리에 대한 지식을 좀더 쌓은 후 다시 읽고 싶다. 

고양이 낸시 - 엘렌 심, 북폴리오

금방 읽고 해치울 간단한 책 없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가 눈물 닦으며 읽었던 책. 뭐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이야기가 다 있냐.

과 함께 이승편 상, 하 - 주호민, 애니북스

주호민 만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면서 신과 함께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큰지, '소설/시'보다 '만화'를 낮은 수준의 매체로 간주하는 게 얼마나 무식한 짓인지 가르쳐 주는 만화. 심지어 교육적이기까지 하다.



개인적 기억 - 윤이형, 은행나무

2015년에 관심 갖게 된 첫 번째 작가, 윤이형.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장강명, 문학동네

2015년에 관심 갖게 된 두 번째 작가, 장강명.

사랑스런 추억 - 윤동주, 아티초크

아티초크의 시집들은 다 좋다! 다 갖고 싶다!!
섬과 섬을 잇다 - 이창근 외, 한겨레출판

멈춰 버린 세월 - 좌린·꼼마, 아마존의나비

두 권 다 오래 완독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던 책. 섬과 섬을 잇다는 르포보다 만화가 더 좋았고 멈춰 버린 세월은 글과 사진이 비슷하게 좋았다. 용산도, 콜트콜텍도, 밀양도, 강정도, 재능교육도, 세월호도, 모두 잊지 않아요. 절대로.

교사로 산다는 것 - 조너선 코졸/김명신, 양철북

위의 두 권과는 좀 다른 이유로; 오랫동안 완독하지 못했던 책. 나라는 사람을 괜찮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생각했었다.

버리다 - 미셸 퓌에슈/심영아, 이봄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 - 오구라 히로시/박미정, 와이즈베리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 - 마스다 미리/권남희, 걷다

작년에도 마스다 미리 언니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괜찮았다. 여행 좋아하지도 않으면섴ㅋㅋㅋㅋ 이 책을 골라서 좀 웃기긴 하지만ㅋㅋㅋㅋㅋ

어제 뭐 먹었어? 4-6 - 요시나가 후미/오미영, 삼양출판사

어제 뭐 먹었어? 시리즈는 무조건 옳다. 사랑스럽다!!!!!!!!!!!!

아이사와 리쿠 상, 하 - 호시 요리코/박정임, 이봄

조선왕조실톡 1, 2 - 무적핑크·이한, 위즈덤하우스

뽀짜툰 1, 3 - 채유리, 북폴리오

유리님 뽀또 짜구 초코 봉구 그리고 페이보릿 포비씨, 올해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시길!!

송곳 1-3 - 최규석, 창비

오후 네 시의 생활력 - 김성희, 창비

송곳도 그렇고 오후 네 시의 생활력도 그렇고, 좋은 만화의 감동이 창비의 빽빽한 편집으로 감소되는 느낌이라 너어무 아쉬웠다. 특히 김성희 작가의 만화는 웹툰으로 볼 때 정말 좋았는데(그 때는 여백도 좀 있었고,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면서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 막상 책으로 볼 때는 웹툰으로 볼 때보다 덜 행복했다. 좀더 널널하고 여유로운 편집으로 다시 보고 싶은 책이다. 너무 아깝다. 진심으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모두에게 완자가 1, 2 - 완자, 재미주의

완자님 잘 지내시나요. 올해는 완자님 작품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ㅠㅠ



28 - 정유정, 은행나무

드디어 읽었다ㅠㅠ 광주도 생각나고 세월호도 생각나서 읽는 내내 슬펐다.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민음사

인터넷 서점들의 리뷰를 보면 장강명 소설이 잘 읽히고 상을 많이 받은데다가 기존의 소설들과 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는 걸 굉장히 평가절하하는 독서가들이 많더라. 개인적으로는 그런 리뷰들 별로다. 한국이 싫어서 같은 경우도 이따위 가벼운 판타지가 이렇게까지 많이 읽힌다니ㅋㅋㅋ 라며 한심해하는 리뷰들이 많던데 참 꼰대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소설이 진지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줘야 되는 건가? 엄청난 대의나 정의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 현재의 한국을 비판할 수 있는 건가? 순문학(이라는 말도 참 쓰기 싫긴 하지만) 작품이 저런 제목을 달았다는 건 대놓고 팔겠다는 의도를 뻔뻔하게 드러낸 거라 맘에 안 들어 해야만 문학의 순수성을 지키는 독자인 건가? 아우, 싫다. 더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나는 계나가 (비교적) 좋았고 이 소설의 가벼움이 싫지 않았다. 끝.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구병모, 문학과지성사

여행생활자 - 유성용, 갤리온

생활여행자 - 유성용, 갤리온

리모노프 - 엠마뉘엘 카레르/전미연, 열린책들

이런 인생,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겠지만, 멋지다. 감상적인 느낌이지만ㅋ

네메시스 - 필립 로스/정영목, 문학동네

위의 리모노프와는 정 반대로;; 내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절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던 누군가의 인생.

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방미경, 민음사

오 헨리 - 오 헨리/고정아, 현대문학

플래너리 오코너 - 플래너리 오코너/고정아, 현대문학

현대문학에서 나오는 단편소설 시리즈는 굉장히 매력적인 기획임에 분명하고, 오 헨리의 작품도 플래너리 오코너의 작품도 흥미로웠지만, 번역이 많이 아쉬웠다. 플래너리 오코너는 그렇다 쳐도 오 헨리는 이제까지 내가 읽은 오 헨리 소설집 중 가장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이었다. 쭈욱 매끄럽게 읽혀야 하는데 자꾸 중간에 삐걱삐걱 걸리는 느낌?

우리 동네 아이들 1, 2 - 나지브 마흐푸즈/배혜경, 민음사

인간의 역사란 왜 이렇게 오류의 반복인 걸까?

55세까지 헬로 라이프 - 무라카미 류/윤성원, 북로드

수록작 사이에 편차가 좀 있는 느낌. 하지만 오랜만에 무라카미 류를 읽어서 즐거웠다.

잠깐 저기까지만, - 마스다 미리/권남희, 이봄

엄마라는 여자 - 마스다 미리/안소현, 소담출판사

아빠라는 남자보다 엄마라는 여자가 훨씬 더 좋은 건 마스다 미리가 어쩔 수 없는 여성 작가이기 때문일까. 흐음.

삼봉이발소 1-3 - 하일권, 소담출판사

닥터 프로스트 1-11 - 이종범, 애니북스

신과 함께 신화편 상, 중, 하 - 주호민, 애니북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배르벨 바르데츠키/두행숙, 걷는나무

심리학의 탈을 뒤집어쓰고 뻔한 소리를 늘어놓는 책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몇 개 쪽지에 적어 주위 사람들에게 주기도 했었다 ;)



한 접시의 시 - 나희덕, 창비

서민적 글쓰기 - 서민, 생각정원

청춘을 달리다 - 배순탁, 북라이프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 김중혁, 문학과지성사

익사 - 오에 겐자부로/박유하, 문학동네

세상 끝 아케이드 - 오가와 요코/권영주, 현대문학

용감한 친구들 1, 2 - 줄리언 반스/한유주, 다산북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2 - 장 미셸 게나시아/이세욱, 문학동네

펠리컨 브리프 - 존 그리샴/정영목, 시공사

지평 - 파트릭 모디아노/권수연, 문학동네

이런 사랑 - 필립 베송/장소미, 문학동네

살다 - 미셸 퓌에슈/심영아, 이봄

여자라는 생물 - 마스다 미리/권남희, 이봄

최초의 한 입 - 마스다 미리/이연희, 라미엔느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 마스다 미리/권남희, 이봄

하기 힘든 말 - 마스다 미리/이영미, 애니북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마루야미 겐지/김난주, 바다출판사



파란 아이 - 김려령 외, 창비

비정근 - 히가시노 게이고/김소영, 살림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이선희, 자음과모음

신데렐라 카니발 - 안드레아스 프란츠/이지혜, 예문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 아오노 슌주/송치민, 세미콜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