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게 은근히 귀찮아서 계속 미루다보니 이제서야-_- 설날 전까지는 정리를 끝내버려야겠다. 으흑.
2008년을 함께한 국외소설들 목록!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마음산책)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아르테)
기상천외한 헨리슈거 이야기
(로알드 달/강)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문학동네)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들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기욤 뮈소/밝은세상)
개조심
(로알드 달/강)
뜨거운 태양 아래서
(가신 카나파니/열림원)
고래 여인의 속삭임
(알론소 꾸에뜨로/들녘)
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바다/열린책들)
세계 챔피언
(로알드 달/강)
오렌지 다섯 조각
(조안 해리스/문학동네)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레너드 위벌리/뜨인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민음사)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민음사)
전망 좋은 방
(E.M.포스터/열린책들)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레너드 위벌리/뜨인돌)
연을 쫓는 아이
(칼레드 호세이니/열림원)
통역사
(수키 김/황금가지)
여기까지 19권!
내 인생, 니가 알아?
(오쿠다 히데오
/노마드북스)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랜덤하우스)
도쿄 밴드 왜건
(쇼지 유키야
/작가정신)
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소담)
슈거 앤 스파이스
(야마다 에이미/민음사)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가오리/소담출판사)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은행나무)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온다 리쿠/북폴리오)
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양철북)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작가정신)
안녕, 기요시코
(시게마츠 기요시
/양철북)
클레오파트라의 꿈
(온다 리쿠/노블마인)
기다림
(하 진/시공사)
마씨 집안 자녀 교육기
(쑤퉁/아고라)
여기까지 14권,
그래서 2008년에
읽은 국외소설
(추리소설 제외)
총 33권.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추리소설이라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럼 온다리쿠 책도
다 추리소설인가 싶어
(심지어 통역사도!)
그냥 내맘대로
추리소설 아닌
국외소설로 정리.
순위로 정리하자면,
1. 가장 좋았던 세 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김연수씨가 블로그에서 강추한 책이다. 관심만 있었지 읽어보진 못했었는데 정말! 정말정말 좋았다. 9.11 때 죽은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나가는 어린 소년의 시각에서 서술되는데 끝부분은 울고불며 읽었다-_- 꽤 두꺼운 책인데도 계속 얼마나 남았나 살펴보며 읽고(다 읽기 아까워서). 마음에 남는 구절도 엄청 많아서 다이어리 한 면 가득 적어놨더랬다. 흑흑. 통역사는 옛날옛적에 언*****에서 일할 때 야모씨가 강추했던 책이다(언니네에 찾아보면 야모씨가 쓴 리뷰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찾아봤는데, 야모씨는 영문학도답게 '언어'의 측면, 영어를 한국어로 옮겨야 하는 '통역사'의 이중적인 위치와 상황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영문학도가 아니라 그런지ㅎ 그녀들의 자매애가 가장 와닿았다. 대성당은 연모하는 김연수씨가 번역한 책인데 김연수씨가 번역하지 않았더라도 읽긴 했겠지만 김연수씨가 번역해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아, 도대체 '김연수'를 몇 번이나 쓴 거냐-_-). 카버의 책들 중 가장 긍정적이었고 가장 따뜻해서 왠지 고마웠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도 마음에 들었고 표제작인「대성당」도!
2. 마구 강추하는 세 권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매우 얇지만 정말 오래 읽게 되는 책이다.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나서 팔레스타인 해방전선의 대변인으로 일한 적도 있는 작가의 책인데('의문의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이제까지 내가 모르고 살아왔던 '그 세계'의 비극적인 모습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감정의 변화 없이 쭉 읽어내려가는 게 힘들었다. 가장 읽기 힘든 표제작이 베스트 추천작. 시게마츠 기요시는 작년에 졸업을 통해 알게 된 작가이다. 아무 기대 없이 직장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었는데 야근하며 읽다가 울 뻔 했다; 네 편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소년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들, 특히 왕따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쓰는 작가였다. 다른 책들도 관심있게 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왕따에 관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참 무거워진다. 나도 암묵적인 가해자의 한 사람이었다는 죄책감+피해자에 대한 연민+나도 언제든지 피해자일 수 있다는 두려움+그 사건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이 합쳐져 어깨를 짓누른다. 하아.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위에다 주절주절 썼으니까 넘어가고.
3. 가장 재미있게 읽은 세 권
작년에 로알드 달의 책을 세 권 읽었는데 그 중 제일 재미있었던 건 기상천외한 헨리슈거 이야기,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개조심이었다. (유쾌한 순서대로 놓자면 기상천외한 헨리슈거 이야기>세계 챔피언>개조심.「마담 로제타」를 제외한 개조심의 수록작들은 꽤 마음에 들었다).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십여년만에 다시 읽었다. 어렸을 때 읽었던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 아주 빵빵 터졌다ㅋㅋ 역시 나는 톰소여보다 허클베리핀이 좋다!! 톰은 애가 약았어; 마씨 집안 자녀 교육기는 표제작이 너어어무 웃겼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지는 모르겠다만ㅎ
4. 이 작가의 베스트
대성당은 이제까지 읽은 카버 책들 중 베스트였고 슈거 앤 스파이스는 이제까지 읽은 야마다 에이미 책들 중 베스트였으며 마미야 형제는 이제까지 읽은 에쿠니 가오리 책들 중 베스트였다. 야마다 에이미는 나이먹을 수록 멋진 작품을 쓰는 것 같다. 에쿠니 가오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순정만화 같다는 점에서 요시모토 바나나와 비슷하긴 한데, 가오리는 소녀만화에 좀더 가깝고 바나나는 성인만화에 좀더 가깝달까ㅋ) 마미야 형제는 작가의 시선 자체가 따뜻해서 괜찮았다. 사소하고 대단치 않아 보이는 것들도 가치있고 소중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았고.
여기까지는 좋은 얘기였고ㅋ 이제부턴 나쁜 얘기들이다. 개인적인 취향이니 남이사 뭐라든 말든.
5. 가장 기대 이하였던 한 권 :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가장 처음 읽었던 온다 리쿠 책인 <밤의 피크닉>은 참 좋았다. 그 다음에 읽은 <빛의 제국>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마음에 들었다. 그 다음에 읽은 <클레오파트라의 꿈>도 아주 재미있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읽을 만 했다. 그런데......알라딘의 높은 평점을 믿고 산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기대 이하였다ㅠ 뭔가 으시시하고 긴장감넘치고 스릴있는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보려고 한 것 같은데 그 '분위기'에 비해 플롯이 너무 별로였다. 스타일에 비해 알맹이는 너무 작다는 느낌.
갈수록 온다 리쿠 책들이 덜 재미있다. 올해 읽은 <민들레 공책>도 영 별로였고-_- 워낙 다작하는 작가이니 그녀의 책들을 더 많이 읽어봐야 할지, 아니면 그냥 굿베이해야 할지 요즘 고심 중.
6. 가장 재미없었던 한 권 : 내 인생, 니가 알아? 표지에 속았고 작가에 속았다. 의미는 별로 없어도 재미는 있을 줄 알았는데 재미없었다. 뭔가 풍자하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차라리 그냥 재미있게라도 하지 이건 뭐-_- 버스 안에서 맛없는 음식 참고 먹는 기분으로 '꾸역꾸역' 이 책을 읽은 이후로 오쿠다히데오 책을 잠시 끊었다ㅋㅋ
아아 길다. 작년에 읽은 책들을 다시 쭉 보니 일본 소설이 많고 그 다음이 영미소설인데, 올해는 일본소설과 영미소설 이외의 책들도 좀 많이 읽어야겠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영미에 치중된 데 비해 펭귄이나 을유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은 작가의 국적이 훨씬 다양하다는 기사(인지 광고인지)를 읽었는데, 애용해야겠다. 문학동네 미스터노 시리즈도 좋은데 '미스터'가 아니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흐음. 청소년도서들도 관심갖고 읽을 생각이다. 사계절 청소년문고 같은 거. 고전도 좀 읽어야겠는데 나이먹을수록 고전 읽기가 힘들어진다.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읽어야지ㅠ 근데 언제부턴가 구매해 읽는 책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들이 훨씬 재미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땐 부담없이 팍팍 고르고 구매할 때에는 리뷰나 평점 살펴보면서 꼼꼼하게 고르는데도 그렇다.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네-_-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을 더 많이 애용해야겠다. 이 동네와 내 직장의 (썩 많지 않은) 장점 중 하나가 '도서관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