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상상마당 열린포럼 - 인디음악 어디에 있는가 (2)

2009. 2. 20. 20:22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앞에서 썼던 포스트에 이어지는 글. 

김작가의 발제가 끝난 후에는 네 명의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포럼이 진행되었다. 현대 인디신의 상황 내지 모습에 대한 소고와 고민과 과거와의 비교 및 전망 등등이 주된 화제였는데, 김작가가 질문을 하면 참가자들이 대답하고 남의 말이 끝나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고 그럼 또 김작가가 질문을 하는 형식이었다. 상상마당 홈페이지에 올라올 거라던 녹취록을 보고 쓰면 정확하겠지만 아직 올라오지 않은 듯해-_- 그냥 기억나는 대로 쓰련다. 참가자들이 했던 멘트 '그대로'를 적진 못하겠지만 대충의 뉘앙스는 적을 수 있을 듯.
 

질문하는 김작가. 왼쪽부터 장기하, 서준호, 송재경, 김영등 씨들.

빵 대표 김영등 씨는 김작가가 인디음악신에 '르네상스'가 찾아왔다고 표현한 것에 공감을 표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깜짝 인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디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과거에 비해 뮤지션의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애호가들이 음악을 대하는 방식도 다채로워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음을 환영하는 한편, 발전한 클럽 문화에 맞는 클럽 운영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사실 '발전한 클럽 문화에 맞는 클럽 운영'이라는 말의 의미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대충 추리하자면 뮤지션/레이블이 다양해짐에 따라 클럽이 세분화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자기 색깔을 유지해나가면서 살아남느냐'는 문제를 언급하신 게 아닌가 싶다. 관객 동원력을 가진 뮤지션이 공연하는 날은 클럽이 꽉꽉 차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아 클럽에 온 관객 수와 공연하는 밴드 멤버들의 수가 비슷비슷한 날도 적지 않다는-_- 말씀도 하셨던 걸 봐서는, 이라는 클럽이 너무 심한 적자;를 보지 않으면서도 새롭거나 대안적인 문화를 창조해나가는 공간으로 지속 가능한 모습을 유지해 나가려면 어떤 식의 운영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듯.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 상영회나 작년의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공연 등이 참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이슈가 있을 때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기획을 마련한다면 '모던락 밴드들이 공연하는 여러 장소 중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밴드들의 공연 장소로도 충분히 의미있겠지만, 소수자/소외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시도가 끊임없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롤리팝 서준호대표, 튠테이블 송재경대표, 클럽빵 김영등대표-세 분의 대표님들ㅋ

그림자궁전의 9이자 튠테이블의 대표인 송재경 씨 역시 르네상스라는 표현에 공감했지만, 10여년 전에는 인디음악의 팬이었고, 그 이후에는 뮤지션이었으며, 지금은 뮤지션이자 제작자 및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자신의 관점에서 볼 때 인디신이 주목받게 된 현재의 상황은 기나긴 '암흑기를 버티고' 진출한 세력들이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지 갑자기 반짝 인기를 얻게 된 것이라 할 수 없다는 주장을 명확히 했다.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국카스텐만 해도 홍대에서 공연을 해온지 꽤 된 팀이니.

이에 비해 서준호 씨는 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우선 현재 인디신에 대한 관심이 인디음악신 전체의 붐업이라기보다는 뮤지션 개인에 대한 주목에 더 가깝다는 점을 분명하게 짚었다. 그리고 음악으로 화제가 되기보다는 인디음악과 인디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가십거리로 화제가 되고 특정한 세력으로서 소개되는 데에서 그쳤던 10여년 전의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좋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을 전진배치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작가의 요청에 의해 1994년 드럭이 생겨난 이후 인디신이 형성되던 '그 시절'에 대해 짧은 회고를 들려주기도 했다. 당시를 '신념이 강했던 시절'이고 설명하면서, 열정은 충만했으나 노력은 덜 했던 그 때에 비해 지금은 더욱 영민해졌다고 평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양 가장자리의 김작가와 김영등대표님은 짤렸다-_-;


장기하 씨도 비슷한 입장이었는데, 먼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자기가 하던대로 음악을 해 오던 사람들 중 운좋은 사람 몇명이 주목받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르네상스라는 표현은 과장된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고, 너무 들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비해 지금은 연주력도 많이 향상됐고 관객도 늘어났으며 음악도 세련되어졌지만 재미있는 내용은 많이 적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재경 씨는 과거보다 높아진 팬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음악 자체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진 측면이 있다보니 예전 음악들보다 덜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음악신이 양적을 늘어나다보니 정말 놀랄 만한 팀들도 늘어났다는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기도 했다)
 

마이크를 쥔 김작가, 골똘히 생각중인지 멍때리는지 모르겠는-_- 장기하.

이 날 가장 솔직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분은 서준호 씨였다고 생각한다. '10년 전에는 열정 하나만 믿고 음악을 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걸 해서 좋지 않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나도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몇 년 전만 해도 엘피 공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요리집을 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다 때가 아니라고 말린다'는 등, 자신의 고민을 비교적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게스트들이 사적으로 친분있는 사람들이라 해도, 나름 공적인 자리인데다가 롤리팝 대표님-_-*으로 참가한 터라 저런 이야기를 꺼내놓기가 쉽지 않았을텐데...의외였다.

게다가 동남아시아의 인디 음악신을 찾아갔던 적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남아를 낮춰 보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보다 그 쪽이 굉장히 발전되어 있다. 그 쪽은 인디신에서도 앨범을 기본으로 만 장씩 찍는다고 하더라', '그 때 스웨터가 가서 공연을 했는데 평소보다 못해서 혼냈다'는 이야기에 "저는 이 정권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아마 올해와 내년에 훌륭한 앨범들이 매우 많이 나올 것이다. 원래 시대가 어둡고 어려울 때 명반이 나오는 법이다"라는 명언까지ㅋㅋ 이래저래 듣는 이들을 웃겨주었다.

서준호 씨의 고민 토로가 끝나자 송재경 씨가 자신은 인디신의 기본 자세가 열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왜 이 일을 하는지 많이 생각해 봤는데, 음반을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이 너무 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해 "아직 젊군요..."라는 칭찬(?)을 받기도. 로로스 앨범이 튠테이블에서 나온 음반 중 가장 많이 나갔다고 한다. 로로스 앨범이 예상외의 좋은 반응을 얻는 걸 보면서 대중이 원하는 장르나 음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 말을 듣고 '그럼 그림자궁전은 얼마나 나간 거야?'라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그런 걸 물어보긴 좀 그랬다; 나는 그림자궁전이 더 좋았는데 하하하하하)

포럼 중간중간 "작년 최고의 대박이다", "장기하가 다섯 명만 있으면 진짜 뭔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등등의 이야기를 들었던 장기하 씨는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비판적인 태도로 포럼에 임한다는 느낌이었다. 주류에서는 이미 음악이 2차적인 매체로 밀려났지만('음악'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영화/드라마/CF의 배경음악 내지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bgm 등의 역할이 갖는 의미가 더 커졌다는 뜻) 인디신에서는 '음악'이 중심이어야 한다, 음악적으로 지르는 시도들이 많아야 한다, 뮤지션들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부분들을 많이 살려야 한다, 돈이 벌리지 않는 일을 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적·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열정만 가지고는 먹고 살 수 없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지만, 그래도 중심은 음악이어야 한다며 여러 차례 강조했다. '퍼포먼스로 떴다'는 이야기를 적잖게 들었을 장기하의 말이라 그런지, 기분이 묘했다.
 

나름 진지한 분위기.

"지금 인디신에 필요한 것은?"이라는 김작가의 마지막 질문에, 장기하는 "과감하게 지르는 음악, 음악을 중심에 놓고 뮤지션이 마음대로 원하는 음악을 하는 것, 열정+문화적 인프라의 구축"을, 송재경 씨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좋은 것을 만들어 낼 때까지 버티면서 노력하는 것"을 들었고 김영등 대표님은 장기하처럼 '잘 나가는 분들이 잘해줘야 한다'면서 팬들한테 공연 많이 보러 오라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준호 씨는 "뮤지션들이 음악을 너무 안 듣는다.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애정어린(!) 충고를 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만드는 제작자가 필요할 것이고 무엇보다 뮤지션들과 음악 종사자들이 정신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뼈있는 말을 남겼다ㅋ

그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이어졌으나..."시절이 우울할수록 대박 앨범이 나온다. 올해와 내년에 뜨거운 피를 가진 젊은이들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거다"는 서준호 씨의 멘트가 역시 최고였다!!! 이거 뭐 ㅁㅂ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