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20. 10:58ㆍ💙/너의 이름
2007년 9월 28일자, 무비위크에 실린 준석님, 병훈님, 이준익감독님의 인터뷰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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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이준익 감독 & 이병훈 방준석 음악감독
- 세 남자, 즐거운 인생을 노래하다
<라디오 스타>와 <즐거운 인생>, 그리고 크랭크 인 예정인 <님은 먼 곳에>까지…. 이른바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 중 세 편과 두 편의 음악을 맡은 이병훈 방준석 음악감독. 영화를 더욱 감동적으로 완성해낸 그들과 이준익 감독을 만났다.
무빅 다른 영화도 많은데 왜 하필 이준익 감독님 영화에, 그것도 연달아 세 편을 함께 작업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방준석 일단 감독님 같지 않은 감독님이세요. 작업하기가 편해요. 굉장히 많이 열어주시고, 원하는 것을 간략하게 전달해 주세요.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모두요. 그렇게 영화 세 편을 하면서 저희도 즐겁고, 하면서 같이 뭔가를 만들어가는 게 느껴지니까. 자진해서 하게 되는, 그런 거예요.
무빅 그러다 중독되실 텐데? 이병훈 감독님도 다음 작품까지 두 편째 함께하시네요?
이병훈 영화 안에 음악이 있는 걸 바라보는 시선, 그런 게 달라요. 음악영화를 만들 때, 확실히 다른 감독님들과는 달라요. 보통 음악영화를 한다고 하면 음악을 이용한 다른 특이한 걸 하려고 하거든요. 근데 이준익 감독님은 그냥 있는 그대로. “딱 이 정도면 충분해. 좋아!” 그런 것들이,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게 맞거든요.
방준석 코드가 연결이 돼요.
이병훈 음악이든 영화든 미술이든, 정점이 있죠? 비슷하거든요. 감독님은 그런 것들을 아시거든요. “이거 아냐?” 이게 아니라 “이거 맞지?” 하시니까.
무빅 감독님 얘기도 좀 들어보죠.
이준익 <라디오 스타> 때 방준석 감독이랑 같이 했는데, 나는 사실 약간 노멀하거든. 근데 방 감독이 막 끄집어내더라고. 무슨 말만 하면 바로 나와. 현금 인출기야. 카드만 넣으면 막 나오고. 하하하! 그렇게 <라디오 스타>를 작업했는데, 비슷한 음악을 같은 감독이 하게 되면 다른 모색점을 찾아야 하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이병훈 감독을 메인으로 삼은 거지. 근데 마침 둘이 한 팀이야. 그래서 오케이! 같이 하면 되겠다. 근데 이병훈 감독은 딱 내 과야. 같은 과가 둘이면 격상이 안 돼. 딱 그렇게 나온다? 근데 방준석 감독이 있으니까 스파게티에 소스 하나 치듯이 향기가 확 나는 그런 효과를 제대로 본 거지. 나는 그게 너무 좋았어. 대부분의 파트너십, 공동 작업이라는 게 일치성보다 묘한 심리적 배타심이 있다고. 장르나 표현에 대한. 저쪽과 자신이 부딪쳤을 때 불편함이 있는데, 몰라, 속으론 어떤지 모르겠지만. 하하! 안 보여. 그러니까 막가는 거지.
이병훈 비슷해요. 다 그런 게 있다지만, 제가 보기엔 제일 생각을 많이 하시거든요. 엄청난 고수이시기 때문에. “이건 이거!” 이렇게 아시니까.
무빅 그렇게 코드가 잘 맞다 보면 작업 자체가 ‘심혈을 기울인다’보다는 ‘좀 쉽고 편리하게’가 되고 그런 게 있지 않나요?
방준석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원하는 것들 있잖아요. 간소하지만 디테일해요. 구체적이세요. 어쨌든 가야 하기 때문에 “어, 일단 그렇게 해” 이렇게 되는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어야 나오는 거라고요.
이병훈 힘을 줄 때, 안 줄 때를 정확히 아세요. 힘을 안 줄 때는 좀 편하고 힘을 줄 때는 머리털 다 빠져요. 하하! 급작스러운 게 아니라 능력이 굉장하신 것 같아요. 힘을 줄 때 확 주니까.
이준익 심혈을 기울였을 때의 장단점이 있다면, 다 잘 만들어야 하니까 ‘강강강강 약약약약’ 이러는 거야. 근데 ‘강약강약 강중약강’ 이렇게 잡고 해야 강은 강스럽고 약은 약스럽지. 다 강으로 해버리면 그게 강이냐고 약이지. 약한 베이스 없는 강이, 그걸 시끄러워서 듣겠냐고.
이병훈 재밌는 게, 믹싱하면서, 음악영화이다 보니까 스코어가 엄청 많잖아요. 최종 믹싱하면서 음악들을 많이 들어냈어요. 끝까지 심혈을 기울인 거죠. 다 기울이고 나니까 ‘다 강인 거 아니냐’, 그래서 강으로 놔둔 걸 다 뺐어요. 그러고 나니까 처음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이번에 많이 배웠어요.
방준석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굳이 이런 걸 왜?’ 이런 건 아니었을 거고요, 작업하는 방식은 달랐겠죠.
이병훈 저는 개인적으로 <즐거운 인생>이 제가 생각하는 음악영화는 아니거든요. 우드스톡 라이브 콘서트 다큐멘터리, 차라리 이런 게 음악영화지. 근데 <즐거운 인생>을 왜 음악영화라고 할 수 있냐면, 시나리오를 보면 ‘활화산’ 멤버들이 합주실에서 연습하는 거라든가, 그런 식으로 음악 내에서 소통하는 것들을 비춰주는 측면이 많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분명히 음악영화다’ 이런 게 있거든요. 그래서 작업하면서 기대감도 컸고 굉장한 매력을 느꼈죠. 마지막 콘서트 장면도 군더더기 없는 그냥 콘서트. 그런 것들도 이전에 없었고. 합주실 연습, 울면서 ‘불놀이야’ 부르는 것들….
방준석 감독님은요, 모든 부분에 드라마, 사람이 있어요. 우선 중심은 사람이에요.
이병훈 말도 안 되는 건 아카펠라 장면! 갑자기 전화하셔가지고 3일 후엔가? 그렇게 촬영을 하시겠대요. 그래서 갑자기 아카펠라로 만들어냈거든요. 그 촬영을 하면서, 현장에서 보면서도 ‘이게 말이 될까’ 그랬어요. 근데 감독님은 “된다!” 이러면서 가더라고요. “명장면이다!” 하시면서. 근데 찍고 나니까 그때가 가장 감동이었던 것 같아요.
무빅 왜 그러셨어요?
이준익 영화 한 70퍼센트 찍었을 때야. 나는 ‘1-3-5-7-9’로 보거든. 10퍼센트 찍었을 때, 30퍼센트, 50퍼센트…. 믹싱한 거 체크하고 있는데 10퍼센트 찍었을 때 딱 보고 20퍼센트 갈 때의 시나리오 수정 방향 보고. 그때부터 대사 자르고 바꾸고 그래. 그러다 70퍼센트까지 왔는데 클라이맥스가 없는 것 같아. 논리를 주기에 음악영화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고. ‘음악적 감성과 딱 맞는 게 없을까’ 그러다가 ‘아카펠라다!’ 이런 생각이 딱 든 거야! 그래서 바로 전화했지. “아카펠라로 갈 거니까 둘이서 직접 녹음을 해서 줘.” 그래야 배우들이 듣고 따라하니까. 이 둘이 그걸 직접 한 거야. 악기별로 박자와 리듬을 목소리로 녹음해서 바로 이튿날 보냈지. 배우들도 당황하지. 그림이 안 서니까. 근데 우선 하겠대. 그래서 찍었지. 그날 일부러 스태디캠을 불렀어. 카메라가 360도 돌아야 하니까. 세 사람의 주인공을 드라마적인 감정과 음악적인 첨가를 효과적으로 반영한 장면이야. 난 눈물이 났어.
무빅 연기하는 배우들이지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아니니까, 배우별로 음감이랄까, 그런 차이도 있고 그랬을 텐데요.
이병훈 일단은 뭐, 감독님께서 연습 스케줄을 잡고 미션을 주신 거잖아요. 의문이 생기죠. ‘이 기간 안에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으로 시작했죠.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이렇게 배우 세 분은 하루 7~8시간을 열심히 하셨어요. 김상호 씨는 드럼 치면서 그 안에서 주무시고.
방준석 방 안에서 나오질 않으셨다니까요. 그게 정말 쉬운 게 아니야. 음악적인 NG가 많이 났거든요. 그 와중에 연기도 해야 하고. 결코 쉽게 나온 건 아니에요. 우린 거기에 정말 놀랐어요. 집중력이 정말, 보통 가수들은 연습실에서 하는 것의 절반 정도가 나오는 게 정석이거든요. 근데 배우들은 달라요. ‘시작!’ 하면 그게 되더라고요, 연기자들은.
무빅 <라디오 스타> 때와 다른 <즐거운 인생>만의 차별성이랄까, 그런 건 뭐가 있을까요?
이병훈 저도 인터넷에서 그런 글 올려놓은 걸 보고 생각을 해봤어요. 얼마나 직접적이고 간접적인가, 그 차이인 것 같아요. <즐거운 인생>은 아주 직접적이잖아요. 그대로 보여주잖아요. 근데 <라디오 스타>는 처음부터 향수를 자극하는 옛날 노래잖아요. <즐거운 인생>은 처음부터 새로운 노래. 그렇게 출발하니까 더군다나 엔딩은 전 세계에서 처음 연주하는 그런 거.
방준석 <라디오 스타>는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이 젖은 마음을 갖고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즐거운 인생>은 그 반대예요. 쫙 올라가서 터지고, 분출돼서 나가는, 그런 게 다르다는 거죠.
이준익 개인차도 있지. 80년대 정서에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라디오 스타>의 ‘비와 당신’이 더 좋고. 울림이 크니까. 그런 곡에 대한 기억이 없는 사람, 10대 20대는 차라리 ‘터질 거야’ ‘즐거운 인생’ 이런 게 더 느낌이 온다고. 송지환이가 ‘비와 당신’ 듣고 느낌이 오면 몰라도 10대, 20대가 그걸 느끼면 가짜야. 어제 인터넷 보다가 놀란 게, 누가 이렇게 써놓은 거야. “<즐거운 인생>은 해피 엔딩이 아니라 해피 비기닝이다.” (일동 감탄. 우와! 이야~!) 내가 그랬거든. <라디오 스타>는 그동안의 갈등이 마무리되는 감정인데 <즐거운 인생>은 그 반대라고.
이준익 보통 음악감독들은 작업을 할 때 현장에 가~끔 살~짝 와보거든. 영화 다 찍고 편집본 가면 몇 달 전에 본 시나리오를 다시 보면서 영감을 떠올리거나. 근데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이 현장에 와서 모니터링하고 작업하고 계속 보고 또 보고…. 그렇게 작업을 했으니까.
방준석 촬영 끝나자마자 쫑파티 가면 보통 ‘뻘쭘’한데 <즐거운 인생>은 슬펐어요. 완전 우리가 공연했어요. 우린 정말 스태프였어요. 하하!
이병훈 네! 어쩌면 다른 스태프들보다 더. 저희는 시나리오 나오자마자 촬영부터 끝까지, 게다가 홍보까지, 하하하!
이준익 원래 마라톤은 풀코스가 좋은 거야.
무빅 두 음악감독께서 카메오 출연까지 하셨는데.
방준석 저희는 죄송하잖아요, 사실. 근데 감독님이 재밌다고 해주셔서.
이준익 방준석 감독은 홍대 클럽 사장을 하는데, 뻔뻔하게 잘 하더라고. 연기가 아니라 그냥 하는 거야. 하하!
무빅 ‘활화산’ 밴드가 소싯적 대학가요제에 세 번 도전해서 다 떨어진 팀이잖아요. 근데 ‘터질 거야’나 ‘즐거운 인생’으로 지금 대학가요제에 나간다면, 승산이 있어 보이세요?
방준석 전혀 아냐. 요즘은 대학가요제도 대중의 트렌드가 반영되고, 그런 노래들이 올라오더라고요.
이준익 대학가요제는 대중음악과 차별되는 그런 게 있었잖아. 최근에는 대중가요의 패턴과 대학가요가 다른 게 없잖아. 미국 젊은이들은 아직도 ‘롤링 스톤스’의 명곡들을 익숙하게 알고 있더라고. 우리는 ‘불놀이야’가 27년 전 건데 (장)근석이가 몰랐잖아. 항상 부르던 노래인데. ‘불놀이야’뿐이야? ‘나 어떡해’ 모르잖아. ‘연’도 모르고. 대중음악의 세대 간의 단절감, 그게 젊은이들에게 불행이라고.
지금 그들이 10년 20년이 흘러서도 ‘동방신기’ ‘슈주’를 좋아한다면 괜찮은데, 나중엔 모를 거 아냐. 그럼 세대 간에 소통이 불가능한 거야. 문제가 있다는 거지. 현존하는, 당대에 살아 있는,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30년 넘게 소소하게 살아 있는 것들이 많아야 앞으로 나올 것들이 살아남는다는 거지. 그게 빈티지야. 현재의 것이 미래까지 가치를 가지려면 과거에서의 연장선에서 가능한 거지. 사회적 관습이 안 생겼는데 지금부터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그럼 우리의 대중음악의 빈티지는 뭐냐. 없어.
예를 들어보자. <라디오 스타>랑 <즐거운 인생> 두 영화에 똑같은 대사가 있어. “레드 제플린, 딥 퍼플, 핑크 플로이드, 너바나, 신중현, 사랑과 평화, 부활, 시나위, 들국화, 산울림…” 그 대사가 똑같아. 두 영화에 누가 똑같은 대사를 넣겠어. 강한 의도거든. 학교에서는 안 나와. 세상 밖에서 배우는 거잖아. 요즘 애들에게 그런 습관을 들여주지 않는다면. 산타나 연주에 최근에 보컬로 나온 애들, 팔팔한 래퍼들이 나와. 예를 들어 신중현 무대에 ‘동방신기’가 나오는 거야. 신중현 좋아하는 사람들은 “와~ 동반신기!” ‘동방신기’ 좋아하는 애들은 “와~ 신중현!” 이거야. 영화에서 이들의 관계가 그런 거지. 근데 기자들은 “상업적인 코드들을 만들기 위해서, 멤버들이 꿀꿀하니까 꽃미남 박았네” 이러는데, 너무 박피적으로 읽는 거에 불만 있어. 빈티지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싸구려가 될 수 있단 말이지. 돈의 문제가 아니야. 나 돈 안 들이고 싸게 찍는다고 유명하잖아. 돈의 가치가 아니야. 그게 빈티지가 탄생하는 배경이라고. 나는 그걸 용불용설이라고 하는데, 쓰면 쓸수록 더 써요. 그러니까 좀 쓰자!
방준석 근데 지금 똑같은 사이클이, 하하! 연습실도 같아요. 선생님도 같고. 한 사이클이 한 바퀴 더 도는 거죠.
이병훈 저희 이제 태국 가야 해요. 하하! 제가 보기엔 <즐거운 인생> 했던 스태프들이 노하우가 쌓였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거죠.
방준석 개인적인 욕심들이죠. 더 잘해볼 수 있는, 그런 게 보이는 거죠.
이병훈 사실 <님은 먼 곳에>는 힘들어요. 월남전 당시 상황을 모르니까. 배우들 가르쳐주시는 음악 선생님에게도 시나리오를 꼭 읽게 해요. “감독님이 뭘 어떻게 하라고 할지 모른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방준석 선생들이 캐릭터 파악을 하고 있다니까요? 연주만 가르치는 게 아니니까. 음악하는 입장에선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게 달라서 재밌거든요. 똑같은 노래를 불러도 상황에 따라 무대에 따라 다른 거거든요. 이태원에서 연주하는 거랑 총알 빗발치는 월남에서 연주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를 연구하는 거죠.
무빅 <님은 먼 곳에>도 기대가 되고 <즐거운 인생>은 물론이고, 관객들이 뜨겁고 따뜻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사극 3부작’은 언제 하고 뮤지컬영화도 생각하시고, 왜 이렇게 할 게 많아요? 하하!
이준익 소망이 있다면 록 뮤지컬영화를 이 친구들이 직접 시나리오 쓰고 하면 좋겠어. 음악하는 사람이, <헤드윅>의 존 캐머런 미첼이 그랬던 것처럼.
송지환 기자 2007.09.18
+ 즐거운인생, 해피 비기닝, 이라는 말 참 좋다. 한번 더 봐야지.
+ 락 뮤지컬 영화, 어휴. 준석님 승열님 출연하시고? 음하하하 -ㅂ-)//
+ 준석님, 태국 잘다녀오세요. 마음같아선 따라가고 싶지...(이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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