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2. 22:29ㆍ🌜/푸른 달, 멍든 마음
준석님과 백현진이 함께 음악을 해 온 건 아주 오래된 이야기. 둘의 이름으로 함께 앨범을 낸다는 것도 꽤 많이 언급된 이야기. 백현진 공연에 준석님이 함께하셨던 게 1, 2년 된 것도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막상 앨범이 나와 버린 지금, 먼저 드는 감정은 반가움보다 쓸쓸함. 서운함도, 씁쓸함도, 속상함도, 안타까움도 아닌, 쓸쓸함. 저 옆자리가 참 편안해 보이시고 즐거워 보이셔서, 더 쓸쓸해지는 마음. 어리석은 나의 미련한 솔직함.
한겨레에는 두 천재 뮤지션의 만남 '방백' 인터뷰라는 기사가 실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역시 준석님의 "이게 불특정 다수에게 유용한 물건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 인터뷰 영상과 두 분의 사진을 스크랩해본다.
네이버 뮤직에서는 당연히 1월 첫 주 이 주의 발견으로 '방백'을 꼽았다. 아래는 캡처 화면.
감동적인 앨범이다.라는 최지호 씨의 첫 문장이 고마웠다. 마음에 와닿았던 또 다른 문장은 지금까지 백현진의 작업이 음식물 쓰레기 같은 삶에 대한 은유였다면 이번에는 가리지 않고 거치지 않고 직접 비루한 삶을 긍정한다.(최지호), "나의 더러운 동네에서 우리 어여쁜 동네까지"라는 저 마지막 외침. 이것은 대한민국 음악판에서 어느덧 40대를 훌쩍 넘겨버린 중년들의 우화다. 그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이자 태도이다.(이경준). 겉으로 보기에 이승열과 방준석의 음악은 많이 달라졌지만, 어떤 면에서는 비슷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뭐, 이번 앨범엔 준석님의 가사도, 목소리도 없어서 딱 무언가를 집어 비교할 순 없겠지만. 그리고 사실 둘을 비교할 마음 따위 전혀 없기도 하고.
그 다음으로 스크랩해 온 건, 방백이 소속된 레이블(이라고 하니까 되게 공식적인 느낌이네) 프럼찰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업어온 지난 1월 3일 공연 리허설 사진. 공연에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못 갔는데 그날 그 시간에 아버지가 응급실로 실려가셨으니…예매를 했어도 못가지 않았을까 싶다. 삶이란 타이밍. 또 기회가 있겠지 싶다.
음악 전체는 아직 못 들어봤다. 어제 리마스터된 음원이 다시 풀렸지만(심지어 바이닐에도!) 음원으로 듣고 싶지 않아서 CD를 예약주문해놓고 기다리는데 계속 발매가 늦어진다. CD ONLY 트랙도 있으니 음원으론 전체 앨범 수록곡을 듣지 못하는 게 당연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이번주 요팟시에서 안승준군님이 '이렇게 좋아하는 뮤지션 둘이 함께 음악을 하다니!'하고 약간은 감동한 어조로 두 곡의 노래를 틀어 주어 두 곡을 미리 들었다. '다짐'의 가사가 너무 좋다고 안승준군님이 계속 칭찬했는데, 나도 그렇다. 가슴이 찢어지도록 좋다. 반복되는 허망한 이 패턴이 얼핏 봐도 정말 한심하여서 이렇게 살지 말자고 다짐을 해봤자 또다시 엉망진창이 돼 버리고, 그러고 나면 스스로가 정말 병신 같아서 한동안은 면벽하는 심정으로 자중을 하자 또다시 다짐을 하고, 나름 할 수 있는 일을 해 본다는 이 가사. 비루하고 더러운 삶에 아무 치장도 비유도 상징도 걸치지 않고 그저 불러냈더니 지독하리만큼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곡조는 왜이리 맑고 청량하고 낭랑하기까지 한지. 슬프고 아름다워 눈물이 주룩 흘렀다. 고맙고, 또다시 쓸쓸해졌다.
어서 CD를 받고 싶다. 그러면 더 고마워지고, 더 쓸쓸해지고, 더 슬퍼지겠지. 사실은 지금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올해 내 첫 번째 음악일테니까. 준석님이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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