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8. 16:42ㆍ파란색 무지개/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3화를 보고 나서, 또 4화를 보고 나서 앞으로의 서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특별한 근거도 없이 마구 상상을 해본 다음 상상한 내용을 마음대로 써제껴봤다. 그런 다음 4화와 5화를 봤다. 그리고 나서 결심했다. 앞으로 근거 없는 예측 같은 거 하지 말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품 전체를 구상하시고 구성하시고 구조화하시는 작가님이나 피디님이 아시는 <서사 전체> 중 내가 아는 건 지극히 일부밖에 없다. 그 적은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의 흐름을 상상하려 들었더니 과거의 내가 한 헛소리를 현재의 내가 계속 떠올리며 미래의 나에게 수치심을 전해주게 됨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앞으론 쓸데없는 상상하지 말고 그냥 이제까지 제시된 내용이나 꼼꼼히 보자...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그러한 생각으로 5화까지의 이야기를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회별 리뷰 같은 건 나중에 10화까지 다 본 후 써야지. 이 이야기의 '줄거리'가 무엇인지 지금보다는 명확히(!!!) 알게 된 다음 1화부터 다시 천천히 봐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뭐 그 이후에도 한석규배우님을 감상하기 위해 종종 보겠지만. 딱히 보고 싶은 게 없을 때 배경처럼 굿플레이스를 틀어놓곤 하는데, 그런 느낌으로 계속 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석규배우님이 너무 좋그든요......흑흑흑흑흑.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전반부는 6화부터 10화까지 휘몰아칠 후반부를 위한 '밑밥 깔아놓기'의 성격이 짙다고 생각한다. 물론 1화부터 5화까지의 서사도 정말 휘몰아쳤지만ㅋㅋㅋㅋㅋㅋㅋ 초반에는 계속 '읭 내가 지금 뭘 본 것임?' '으읭 이게 무슨 일임??' '으의읭 이게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임???'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었는데 하빈이에 대한 연민이 생기기 시작한 뒤부터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물론 장태수팀장님에 대한 연민은 처음부터 쭉 있었고(하빈아 아빠한테 그르지마ㅠㅠㅠㅠ 뭐 이런 심정이었음ㅋㅋㅋㅋㅋ) 그 연민은 의외로(!!) 5화의 결말을 본 뒤에도 여전하다. 한석규배우님이 나오시는 작품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배우님이 맡으신 캐릭터를 편애하게 됨.
애니웨이, 1화의 맨 첫 장면은 바로 이것이다.

장태수팀장님이 어두컴컴한 도로를 운전하며 사건 현장(무연산)으로 달려오는 장면. 차가 지나가면 당연히 길이 밝아진다.

새삼 저 장면을 다시 보면서, 1화의 시작이 되게 의미심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빈이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신에 대해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자신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 이때의 장팀장님은 아무것도 모른다. 하빈이에 대한 그의 이해는 어두운 밤처럼 '깜깜'하다. 그런 장팀장님이,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 연주시 남구 무연산로 산 70-1로 달려간다. 하빈이의 유일한 친구였던 수현이가 묻혀 있는 곳으로. 자신의 전처인 윤지수가 직접 제 손으로 하빈이의 친구를 묻었던 바로 그 곳으로.
그런데 이날은 하빈이의 생일날이다. 수현이와 윤지수가 하빈이의 생일상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축하를 했던(5화에 나오는 장면), 그 날로부터 딱 1년이 지났는데, 하빈이 옆에서 함께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불러주던 수현이와 엄마 모두 하빈이 곁을 떠났다. 둘다 하빈이를 믿지 못하고, 하빈이를 두려워하다가, 죽어 버렸다. 겨우 1년밖에 안 됐는데, 어린 하빈이를 의심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며 동생의 죽음에 대해 추궁했던 아빠 앞을 가로막고 하빈이를 지켜주려 했던 엄마도, '첫 친구'인 수현이도, 모두 없어져버렸다. 그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1년 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윤지수가 직접 묻은 하빈이의 친구 이수현의 백골을 살펴보러'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장팀장님. 길은 어둡지만, 차로 불을 밝혀가며 달려가면, 눈앞의 길이 밝아지는 것처럼, 그러면서 못 봤던 것들을 조금씩 분간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장팀장님도 조금씩 하빈이에 대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하빈이의 마음에 닿아가게 되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 길은 아주 많이 어려울 것이다. 바로 눈앞의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컴컴한 길이니까.
그래도, 아주 힘들게, 아주 천천히, 다른 데로 눈 돌리지 않고 하빈이에게로 나아갈 거라는 걸, 1화의 시작 부분은 어렴풋하게나마 보여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모두들 바쁘게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도 장팀장님은 조금의 주저 없이 하빈이 곁으로 돌아가려 했었으니까. 물론 하빈이는 아빠 곁에 있을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흑.
그나저나 장팀장님이 하빈이가 다닌다고 착각한 학원 앞으로 하빈이를 데리러 갔을 때, 라디오에서 '어제는 어버이날입니다 어쩌구저쩌구' 하는 라디오 방송이 나왔었는데...과연 하빈이와 장팀장님의 '그 전날'은 어땠을까. 아무래도 우리 하빈이가 어버이날 따위를ㅋㅋㅋㅋ 챙겼을 리가 만무한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또 장팀장님 역시 하빈이가 어버이날을 '굳이' 챙겨주리라는 기대를 했을 리가 없어보이고......그래서 기를 쓰고 하빈이 생일상을 차려주려 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작 하빈이는 아빠가 자기를 데리러 오는지도 몰랐던 거 같고, 아빠가 저렇게 생일상을 차리리라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굳이 자기 생일날 저렇게 송민아를 찾아가서 일을 쳐야 하나'라는 마음으로 하빈이를 바라본다면, 쟤도 참 애가 괴팍하다 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일은 아무리 의미 없이 지나가려고 해도 그러기 힘든 날인 게 사실이지 않나. 그렇다면 하빈이는 자신의 생일날을 '결행하는 날'로 잡고, 한동안 마음에 품어 왔던 일을 그 날은 꼭 실행에 옮기자고 다짐해오지 않았을까. 엄마를 자기 곁에서 떠나게 한 송민아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그 위험한 일을.
그런 생각을 하면 하빈이가 더 안쓰럽다. 겨우 열여덟인데. 생일날인데. 학교 끝나고 송민아 미행하고ㅠㅠ 모텔까지 따라가고ㅠㅠㅠㅠ 머리채 쥐어뜯으며 싸우고ㅠㅠㅠㅠㅠㅠㅠ 경찰서 가서 자기 주민등록번호 말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기를 의심하는 아빠 차에 실려서 밤늦게 집에 돌아와 샐러드 씹어먹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구한테 축하 같은 축하를 하나라도 받았는지 모르겠다 싶음.



그나저나 5화를 끝까지 다 본 사람이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충격을 받지 않는 게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와 진짜 "헐 팀장님 헐 장태수 헐 그러지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고 육성으로 탄식함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걸 보고 1화를 다시 보니까 소름끼치는 게.
1화에서 자신이 하빈이 말을 또 못 믿었다는 걸 알게 된 장팀장님이 자괴감과 자책감에 빠져 집을 방황하다가 닫혀 있던 지수의 방으로 들어간단 말이다. 밖에는 비가 오고 집은 어둡고 지수의 방은 텅 비어 있고...아마 온기도 하나 없었을 거고. 그 방에 들어가 조금은 텅 빈 것 같고, 조금은 서글픈 것 같은 표정으로 침대 위에 걸터앉는데 지수의 환영이 나타난다. 그리고 왜 애 마음을 그렇게 모르냐, 무조건 믿어야지 왜 그걸 못하냐, 라고 면박을 주다가 이런 말을 한단 말이죠.


아니 이때는 진짜ㅠㅠ 진짜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수사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지 진짜로 장태수 때문에 지수가 죽은 건 아니겠지 생각했단 말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태수가 하준이의 죽음 이후로 늘 지니고 있었을, 하빈이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가장 두려워했을 두 사람이 나는 지수와 하빈이라고 생각하는데...특히 지수는 장팀장님처럼 하빈이를 대하지 않으려고 정말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왔을 거란 말이다. 너무너무 힘들었겠지ㅠㅠㅠㅠ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하빈이에 대한 의심이 윤지수에게도 있었을 것이고, 그걸 장팀장님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장팀장님 나름대로는 윤지수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마음 깊이 있었을 것이고...라고만 생각했었지, 진짜로 장팀장님이 이런 말을 했으리라고 5화 후반부 전까지는 상상도 못했다고요 저는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체 장팀장님은 왜 지수에게 저렇게 모질게 대한 걸까ㅠㅠ 왜 저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ㅠㅠㅠㅠ 윤지수가 자기 앞에서 저렇게 무너져 있는데, 도대체 왜...... 그리고 하빈이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 아빠를 만났다는 걸, 대체 어떻게 알 수 있었던 걸까.
저 장면에도 분명히 숨겨진 뒷얘기가 있을테고, 후반부에 그 숨겨진 얘기가 풀리겠지. 하 진짜 후반부에 풀려야 하는 얘기가 너무 많은데 하나라도 안풀리면 나 진짜 너무 속상하다ㅠㅠ 엠드 인스타 계정에 악플이라도 써버릴 거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그런 헛짓거리 안해도 되도록, 훌륭하신 송연화피디님께서 마지막화 마지막 순간까지 섬세하게 직조해주셨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음. 장팀장님이 하빈이 못 믿듯 의심하지 말고 피디님을 믿으면서!!!!! 1-5화나 꼼꼼히 반복하도록 하자 나자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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