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25, 이즈음에.

2009. 4. 25. 01:28흐르는 강/이즈음에

1. 최근 2개월간의 지름물.

맨 아래는 카뮈 전집 중 두 권, 그 위는 내가 흠모하는 김연수님의 <여행할 권리>. 카뮈 전집을 독파해 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두 권을 우선 샀는데 이놈의 직장일이 너무 심하게 바쁜 탓에 아직 표지를 넘겨보지도 못했다. 김연수님의 산문집은 이미 읽었는데 빌려 읽은 거라서; 참 마음에 드는 책이라 결국 샀다. 이제까지 읽은 김연수님 책 중 단편집 중에서는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장편소설 중에서는 <밤을 노래한다>, 그 외의 저서 중에서는  <여행할 권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 위는 우리 준석님이 출연하셨던 영화 '여기보다 어딘가에'의 DVD. 개봉한 영화니 당연히 DVD가 나왔을텐데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야 떠올리고 급주문했다. 주연배우 세 명의 이름이 표지에 쓰여 있는데 '차수연·유하준·방준석'이다. 품절되기 전에 구매해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좋다.

CD 다섯 장은 황보령밴드의 신보, 오지은 2집, 흐른 1집, 서울전자음악단 2집, 루네 데뷔앨범. 서전음 2집은 이런저런 공연을 통해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새 앨범인데도 '음 다 아는 노래'의 느낌으로 들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_- 초판은 다 나가고 재판을 찍은 것 같던데, 경축. 루네의 노래들 중에서도 공연을 통해 미리 접해본 노래들이 있긴 한데 공연 때에는 영어 가사로 들었던 터라 한글 가사로 들으니 신선했다. 루네 앨범은 얼마전에 네이버 '이주의 음악(인가 음반인가)'으로 꼽혔더라. 역시나 경축. 황보령밴드와 오지은의 앨범은 그제 도착한 것이라 들어보지 못했고 흐른 1집은 나오자마자 샀는데 아직도 못 들어봤다. 정말 누가 보면 바빠서 미치는 줄 알겠구나(근데 사실 그렇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보령밴드, 오지은, 서전음, 루네, 흐른.

황보령밴드 앨범은 CD 자켓이 너무 귀엽다. 흐른 앨범 자켓에는 흐른의 일러스트가 있는데, 실제 흐른과 너무 닮아 보여 깜짝 놀랐다. 서전음 자켓은 1집이 더 멋있지만 뭐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_- 저 Seoul electric band의 문자 디자인이 워낙 멋있어서 그걸로 먹고 들어간다. 루네와 오지은은 둘다 슴옥희를 했는데 음...슴옥희는 루네가 더 잘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오지은 2집 자켓 넘겨 보면서 '아...오지은 좋긴 좋은데...1집 때 사진이 더 예쁘다 흑흑'하고 안타까워했다.

그나저나 이거 음악을 들을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4월도 여전히 바쁘고 정신없으니 언제나 좀 진득하게 들어보려나. 나는 한 CD를 1~2주 정도 계속 반복하며 집중적으로 듣는 편인데, 그렇게 반복하고 집중할 시간이 없으니 너무 속상하다. 뭐 이딴놈의 직장이 다 있담. 아아 돌아버리겠군.



2. 중고 디지털카메라를 하나 구입했다. 직장에서 편히 쓸 카메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후지필름의 F401에서 시작해 코니카미놀타의 KD 510Z, 미놀타의 Z1, 산요의 J4, 그리고 지금 사용하는 캐논의 G7에 이르기까지 계속 다른 회사의 다른 기종들을 사용했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모두 만족스러웠다. 특히 지금 사용하는 G7은 정말 마음에 들어 '이건 진짜 오래오래 써야겠다'고 쓸 때마다 다짐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그래서 특별히 DSLR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G7을 직장에서 편히 쓰는 건 좀 부담스러웠고, 저렴히 쓸 수 있는 중고를 찾다가 이 아이를 찾았다. 

사실 나는 캐논이 좋다. 니콘은 별로 끌리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 다 한번씩은 써봤다는 쿨픽스도 나는 좀 별로다. 근데 그보다 더 별로인 게 올림푸스와 케녹스다. 그래서 처음 저 아이를 모 중고매매 사이트에서 봤을 때도 '음 올림푸스...' 했는데, 무엇보다 가격이 꽤 끌렸고 저 뚜렷한 사용감이 마음에 들었다. 저 정도의 기스와 벗겨짐이라면 정말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래서 큰맘먹고 구매. 

작년엔 직장에서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추억도 없었나? 잘 모르겠다. 없었다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많이 지워진 것 같다. 딱히 아름다운 기억이 많은 건 절대로 아니지만-_- 그래도 가끔씩은 몇 가지나마 남겨두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더 나이 먹기 전에.


3. 다음주에 고등학교 때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다. 매번 만날 때마다 구박하고 틱틱거리지만 사실은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다. 곧 결혼한다. 고민이 많은가보다. 솔직히 내 친구가 남편될 사람보다 훨씬 아까운데, 흥. 빨리 만나고 싶다.


. 직장 상사님(...)의 어머님 빈소에 다녀왔다. 급하게 간 거라 딴 사람들은 다 검은옷 입었는데 나만 붉은 상의+베이지색 베스트 차림이었다. 바지만 검은 거 입으면 뭐하나. 다음주에 직장 오셔서 '어디 그딴 옷을 입고 왔냐'고 뭐라 하시는 건 아니겠지. 그냥 안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마음이 복잡복잡하다. 나이먹을수록 이런 것들을 더 신경써야 하고 은근히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 피곤하다 싶기도 한데 그보다 더 짜증나는 것은 상가에 제대로 옷을 차려입고 가지 못한 나의 부주의함이다. 대체 난 왜 이따위로 생겨먹었을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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