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517, 이즈음에.

2009. 5. 17. 03:33흐르는 강/이즈음에

* 지난주 목요일, EBS 스페이스 공감 <싱어송라이터 황보령>에 다녀왔다. 멋진 여성 뮤지션과 열광적인 여성팬들이 함께한, 훈훈한 자리였다. "제가 테레비 나온다고 해서 멋 좀 부렸어요"라는 황보령의 멘트는 어찌나 신선하던지. 뉴요커 입에서 '테레비'가 웬말이란 말이냐. '식물펑크'를 부른 후엔 후렴 부분에서 반복되는 '식물펑크'를 어떤 사람이 '싱글벙글'이라고 들었다고 했다며, 그 생각 때문에 노래할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 때는 그냥 피식 웃고 말았는데 지금은 나도 식물펑크가 싱글벙글로 들려서 참 곤란하다 흑흑.

Smacksoft는 기타가 한 발 뒤로 빠지고 베이스가 전면에 나와 있다는 느낌이었다. 화려한 베이스와 진중한 리드기타랄까. 리드미컬한 동작으로 베이스를 연주해 엄청 터프한 언닌가보다 했더니만 미소띤 얼굴과 갸냘픈 목소리로 예쁜 멘트를 날려 큰 박수를 받았던 정현서 씨가 인상적이었다. 집에 돌아와 찾아봤더니 세상에나 72년생!!!!!!!!!!!!!!! 거품 물었다. 난 나보다 한두살 언닌 줄 알았다고ㅠㅠ


* 알라딘에서 텀블러 이벤트를 한다. 온국민이 다 아는-_- 클림트의 <Kiss>와 고흐의 <카페테라스>가 들어가 있는
텀블러다. 카페테라스 텀블러가 갖고 싶다는 마음 하나 때문에 꾸역꾸역 5만원어치 주문 완료. 

<나를 위해 웃다>, <청춘의 문장들> 빼고는 다 빌려 읽었던 책들. 재작년 즈음부터 '읽지 않고 구매했을 경우의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져 작년부터는 빌려 읽은 후 소장해야겠다 싶은 책들을 구입하고 있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야 예전부터 사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책이었고,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과 키이라 나이틀리의 얼굴이 표지에 박힌 현대문화판 <오만과 편견>은 급세일 중이기에 얼씨구나 하고 장바구니로.  대학교 1학년 때 읽었던 마스터 키튼이 새삼스럽게도 다시 읽고 싶어져 1, 2권을 샀는데, 예전에 읽었을 때보다 훨씬 재미있어 좀 놀랐다. 그 때는 마스터 키튼보다 해피나 야와라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책 살 때마다 한두권씩 사서 전권을 다 사야겠다 싶다. 20세기 소년은 앞으로 15권만 더 사면 된다 음무하하-_- 연모하는 김연수씨가 대상을 수상하신 <2009 이상문학상 수상집>도 구입했으나 현재 그 책이 직장에 있는 관계로 사진에서는 빠졌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저 책들과 함께 도착한 것이 Kiss 텀블러라는 사실........................내팔자가 이렇지, 체념하고 직장에서 잘 사용 중.


* 그저께 받은 선물.

고장내지 말고 오래 써야겠다는 생각과 이걸 정말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함께 든다. 고맙고 쑥스럽고 엄청 부담스럽다. 이래서 (남한테는) 선물을 안 주고 안 받는 게 제일 맘편한데, 에구. 

 
 

제일 처음 썼던 휴대폰, IM-2000.

* 2년 반을 넘게 써 온 애니콜이 드디어(!) 고장났다. '확인' 버튼을 누르면 '종료' 버튼을 누른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문자를 보낼 수도 없고 전화를 하기도 곤란해졌다. 3일 동안 버텨보다가 LG 텔레콤 매장에 갔다. 2년 약정으로 번호이동. SKT에서 시작해 KTF로, 그리고 다시 LGT로 이동했으니 3사를 모두 쓰고 있는 거다. 열흘 정도 썼는데 별 차이는 못 느끼겠다. 휴대폰을 구입하지 말고 한 달 정도라도 살아볼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슬프다-_-

스무살 때 썼던 스카이로 돌아온 셈인데 맨 처음 썼던 스카이가 자꾸 생각난다. 대학 입학 때 샀다가 2년도 채 못 쓰고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잃어버렸던 스카이 플립형 휴대폰. 그 다음에 샀던 애니콜 멜로디폰, 모토로라 정사각형폰, 사이언 바형폰...도 나름 아꼈지만 그래도 맨 처음 샀던 휴대폰만큼 애지중지했던 건 없는 듯 하다. 기념(!)으로라도 지금 가지고 있으면 좋을텐데.

그나저나 난 플립형과 바형을 참 좋아하는데, 왜 매장엔 슬라이드 아니면 폴더만 있을까. 나같은 취향의 사람들도 은근히 적지 않게 숨어있을텐데. 가볍고 깔끔한 플립형 신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햅틱과 터치폰이 대세가 되어가는 지금의 상황에 영 맞지 않은 소리인 것 같긴 하지만 뭐.


* 예전에 알던 사람이 쓴 책을 읽고 있다. 어릴 적에 참 동경했으나, 그 사람의 나이가 되고 나서는 도저히 좋아할 수 없게 된 사람. 이제는 별 느낌 없이 그 사람이 쓴 글을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냉소를 띠게 된다. 몇 살을 더 먹어야 그의 삶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될까. 평생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하다. 




'흐르는 강 > 이즈음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0806, 이즈음에.  (6) 2009.08.06
090531, 이즈음에.  (0) 2009.05.31
090525, 이즈음에.  (1) 2009.05.25
090506, 이즈음에.  (8) 2009.05.06
090425, 이즈음에.  (4) 2009.04.25
090408, 이즈음에.  (2) 2009.04.08
080907, 이즈음에.  (0) 2008.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