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15 하니TV '착한 콘서트 두드림' 공개방송 <Coffee Sound>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축배')
2010. 6. 5. 22:11ㆍ흔드는 바람/즐기고
어쩌면 이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커피 사운드>라는 공연 제목 & 하니TV 개국 1주년 축하라는 공연 취지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출연진이었는지도 모른다. 달빛요정의 노래 중에 훈훈하게 남을 축하해줄만한 노래가 딱히 생각나지 않았던 게 나뿐만은 아니었겠지?; 본인도 '저는 루저 캐릭터라서 누구를 축하해 주러 오는 캐릭터가 아닌데...'라고 멘트를 날려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ㅎ
'나를 연애하게 하라', '스끼다시 내인생', '나는 개', '축배'로 이어진 무대는 꽤 뜨거웠고, 달빛요정은 중간중간 꽤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멘트로 진행자들을 당황케 하였으나 보는 나는 즐거웠다ㅋㅋ 그래도 가장 기억나는 건 역시 '축배'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서정민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
"네, 뭐 별다른 노랜 아니고요, 돈 벌려고 만든 노래고요. 제가 작년에 뭐 어떤...이것저것...제가 작년에 좀 쉴려고 했어요. 음악을 한 십년 하니까 지겨워가지고, 좀 짱박혀서 편의점 알바나 하면서 살려고 했는데... 근데, 누가 막 죽고 그래가지고, 슬프더라구요. 그래서 아 안되겠다, 2012년도에...이제 얼마 안남았고, 지금 한 천 일 정도 남았거든요. 제 데스크탑에 보면은 D-가 카운트되고 있는데. 천 일 후, 2012년도에 축배를 들기 위해서 만든 노랩니다."
사실 달빛요정 노래를 듣는 것이 아주 편하진 않다. 기본적으로 나는 '대놓고 루저 캐릭터'에 큰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을 루저라고 명명하는 이들을 보면 역설적으로 '난 루저가 아니야'라고 강하게 반증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약간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진짜 <루저>들은 자신을 <루저>라고 감히 부르지조차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자신을 루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루저인 사람들이 차고 넘쳤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는 이들처럼 느껴져 '아 좀 그렇다-_-' 싶다. 게다가 달빛요정의 어떤 노래들은 굉장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어떤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빛요정의 몇몇 노래들에 공감을 느끼는 것은, 달빛요정에게서 루저가 아니면서 자신을 루저라 하는 종류의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게다. 그의 인생사에 대해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뭔가 바닥을 쳐 본 사람, 인생의 극단을 치고 올라온 사람의 '악'이나 '독'이 느껴진달까. 쿨하고 시니컬한 루저가 아니라 분노하고 슬퍼하고 연민을 느끼는 '루저'이기에, 어떤 부분에 대해 같이 분노하고 슬퍼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달빛요정의 노래들 중 가장 좋아하는 '절룩거리네'를 듣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지만...'절룩거리네'는 '스끼다시 내인생'보다 더 이 공연에 어울리지 않는 곡이란 것쯤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ㅋㅋ 더 불평하지 않겠다. 부디 어서 '그날'이 와서 '축배'를 들 수 있게 되기를. 제에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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