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26 엘르걸페스타 - 옥상달빛, 데이브레이크, 이지형
2010. 7. 7. 19:31ㆍ흔드는 바람/즐기고
참 일찍도 올리는 그날 공연 사진. 맨 처음에 등장하신 승열오라버님의 무대를 너무 감명깊게 본 탓에 힘이 빠져서; 뒷쪽 무대들은 차분하게 감상했다. 솔직히 공연 시작 전에는 '체력 딸리면 적당히 보고 쉬어야지' 생각했는데 그건 또 좀 그렇더라. 다른 것도 함께 봐야지. 덕분에 끝나고 엘르걸에서 주는 기념품도 챙겨올 수 있었다. 켁.
우선 오라버니 다음 순서로 나온 옥상달빛.
우선 오라버니 다음 순서로 나온 옥상달빛.
이건 좀 퉁명스러워보이는 표정. (나는 좋다. 흔들려서 아쉬울 뿐이지ㅠ)
털털하고 듬직해보이는 윤주씨, '귀여운 동생' 느낌이 물씬 나는 세진씨.
옥상달빛은 기대보다 좋았다. 이날 오라버니 다음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이 판을 친 이날 유일한 여성뮤지션(...뭐 몽니의 베이스 이인경씨가 있긴 했으니 백퍼센트 적절한 표현은 아니군)으로서 기가 죽진 않았을까, '잠깐 쉬어 가는 느낌' 같으면 어쩌나 싶었다. 그런데 공연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너무 오바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조용하지도 않은, 관객과 무대 위의 뮤지션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함께 즐기는 느낌이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특히나 '옥상라됴' 때 관객들의 짝짝짝 박수가 어우러졌던 무대는 (승열오라버니의 무대 빼고) 최근 보았던 그 어떤 무대와 비교해 보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솔직히 공연 전 옥상달빛에 대한 나의 생각은 '뭐 그냥 대충' 정도였다. 그 생각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그녀들의 노래, '가장 쉬운 이야기'이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데, '지금 나는 이렇게 행복한데 그걸 잊고 있었구나 아이 어리석었어라'류의 가사들을 듣고 있다 보면 조금은 간지럽고 조금은 갑갑하고 조금은 대책없다는 느낌이 들어버린다(이노래뿐 아니라 그 어떤 뮤지션의 그 어떤 노래라도 마찬가지). 듣고 있노라면 '아아 이 노랜 지금 내가 듣기에 좀...'하는 노래들이 없잖다보니 옥상달빛의 모든 노래를 좋아하진 않는다. 루사이트토끼도 좀 비슷한데, 루사이트토끼는 그래도 낙관적이라기보다는 감상적인 편이어 덜 간지럽달까(이와 반대인 사람들도 많겠지ㅎㅎ).
근데 이날 공연 덕분에 옥상달빛을 다시 봤다. 관객들의 공감과 호감을 매우 잘 이끌어낼 줄 아는 재주가 있는 팀이라는 느낌이 들었달까나. 그리고 여성뮤지션들의 노래를 들을 때 언니 마인드 따위 갖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했다. 내가 언니여봤자 뭐 얼마나 언니랍시고 그렇게 건방진 마음을 먹었나 하는 반성의 마음도 좀 가져봤고. 오히려 이 뮤지션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음을 기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즐거웠어요, 덕분에.
세 번째로 나왔던 데이브레이크. 사실 데이브레이크 노래 이날 처음 들어본 거였다ㅎ 생각보다 인기가 너무 많아 깜놀. 보컬의 비주얼 때문인가. 그나저나 보컬이 내가 아는 사람과 너무 닮아 더욱 깜놀했다. 보컬 목소리 시원시원하고 연주 호쾌하게 하는, '신나게 노는 밴드'라는 느낌. 노래는 꽤 대중적이고 따라부르기도 좋겠고 공연 때 즐기기도 좋겠고. 야외에서 열리는 락페 같은 데에서 더 신날 것 같은 팀. 백퍼센트 내 취향은 아니지만 공연을 즐기며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베이스, 보컬, 기타. 보컬분 무지하게 에너제틱하더군ㅎ 베이스분은 팬들에게 친절하더라.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키보드. 알고보면 팀내 권력은 이분이 쥐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몽니 때는 사진을 안찍어서 없고-_- 뭐 몽니도 듣기 좋긴 한데 아주 내 취향은 아니라서 아하하하하하. 몽니를 보고 있으면 플라워나 에메랄드 캐슬이나...뭐 그런 팀들이 생각난다. 전형적인 한국 락발라드 가요의 느낌이 좀 든달까.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도 무대는 잘 보았어요. 김신의씨 노래는 잘하십니다.
그리고 이날의 클로징, 역시나 예상대로 이지형. 이지형 무대는 매번 별 기대 안하고 보는데 보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다. 솔직히 말하면 '뭐 얼마나 잘하나 보자'하는 심정으로 보기 시작하는데 끝날 때 즈음엔 나도 모르게 즐기고 있다-_- 이날도 그랬다. 늘 그렇듯이 빰빰빰도 좋았고 Beatles Cream Soup도 좋았고 산책도 괜찮았다. 이지형 음악이 데이브레이크나 몽니보다는 내 취향과 더 가깝다. 그래서 아무리 첫곡 때 팔짱 끼고 있어봤자 나중엔 박자 맞추고 있다.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으나ㅠ 이제는 그냥 인정. 그런데 문제는 이지형이 특별히 좋지 않다는 것. 음악은 괜찮은데. 나 이거 참ㅎㅎ
누가 봐도 '여름이구나!' 싶은 옷차림.
기타를 튕기는~♬
이건 뭐 하나마나한 거지만 그래도 굳이 이날 공연을 한 뮤지션들의 순위를 내맘대로 매겨보면 1.이승열(이건 뭐 당연한 것) 2. 옥상달빛(1위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격차가 있지만. 이날 옥상달빛이 '이승열씨 공연 너무 멋있었죠' 하면서 오라버니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해 줘서 더 호감이 급증한 건 아니다ㅎ) 3. 이지형(뭐-_- 인정ㅠ) 4. 몽니(이날 보컬 김신의씨는 '이승열씨 공연의 세번째 게스트입니다' 라는 멘트를 했다. 갑자기 기억나네) 5. 데이브레이크(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님) 쯤 될까. 흐아. 이게 뭔 취향이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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