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첫날 후기 - 낭만유랑악단, 오지은과늑대들

2010. 12. 26. 15:48흔드는 바람/즐기고

참 빨리도 쓰는 후기ㅎㅎ 이게 미루다 미루다 보니 끝도 없이 미뤄지고 말았다. 아,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인데. 때를 놓치면 그 때의 느낌과 기분이 온전히 살아나지 않는다는 걸, 작년과 올해 (공연을 보고 책을 읽고 아무 것도 기록하지 않은 채 넘겨버리고 나서는) 마구 깨닫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도 공연을 보고 난 직후 끄적여놓은 메모가 있어 기억을 되살려 적어 본다.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겠어 하하하하-_-

첫날 나는 네 뮤지션의 공연을 보았다. 낭만유랑악단, 오지은과늑대들, 원더버드, 그리고 클래지콰이 프로젝트. 원래는 일찍 도착해서 바드부터 볼 예정이었으나 예정은 늘 예정일 뿐ㅎ 올림픽공원까지 가는 길이 어찌나 멀고도 멀던지 도착하자 이미 3시가 되어 있었다. 바드 굿바이.

날씨도 비교적 맑고 따뜻하여 여유롭게 티켓팅 시작. 티켓 부스 뒷쪽으로는 버스킹 무대가 설치되고 있었고, 낭만유랑악단이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지은과늑대들 무대 때 앞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클럽 미드나잇 선셋으로 이동해야 했으나 계획 역시 늘 계획일 뿐ㅎㅎ 끝까지 낭만유랑악단을 다 봤다. 낭만유랑악단의 이름은 몇 번 들어봤지만 음악을 듣는 건 처음이었는데, (참 진부한 표현이지만) 소박하고 잔잔하며 서정적인 음악을 하는 포크 팝 밴드 같았다. 

공연 초반, 아직 관객이 많지 않을 때.양 끝의 두 사람은 세션, 낭만유랑악단은 이 두 사람.

<노래>, <골목>이라는 노래가 기억에 남고, <Sunday Morning>과 <Lucky>를 커버한 것도 좋았다. <달팽이>도 불렀는데 전자가 더 좋았다(이건 이적에 대한 나의 감정 때문일 수도?ㅋㅋ). 팀 이름만 보면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들일 것 같은데 의외로 소년/소녀의 느낌이 나는 밴드라 신선하기도 했고. 대학교 3, 4학년 정도 되어 보인다는 인상? 세션들은 좀더 경험이 있어 보였지만.

낭만유랑악단의 가은. 웃을 때 예뻤다. '가은'이라는 이름은 내가 좋아하는 이름인데ㅋ

노래하고 건반치는 가은.기타치고 노래하는 인성.

건반치는 가은과 기타치는 인성 둘다 목소리가 미성이었는데 나는 가은의 목소리가 더 좋았다. 그런데 키가 높은 곡에서 목소리가 살짝 갈라진 것과 둘의 화음이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살짝 아쉬웠다. 중간중간 물도 마시곤 했는데도 약간 그랬다. 하지만 뭐 라이브의 매력이 그런 거니까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단촐하고 솔직한 느낌이 드는 공연이었고, 버스킹을 하는 팀답게 공연 매너가 어색하지 않고 관객들의 호응을 잘 이끌어 내 자못 훈훈한 마음으로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리허설할 때 마이크테스트를 하던 인성의 멘트, "마이크가 테스팅당하고 있습니다." 엄마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오지은과 늑대들을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지만 뭐 멀리서 봤어도 오지은은 오지은이고 늑대들은 늑대들이어서 즐거웠으니 만족. 오늑의 음악은 (정말 이따위 진부한 표현을 또 쓰고 싶지 않으나) 명랑발랄유쾌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즐기기 좋은 '경쾌한 모던락' 느낌이었다. 물론 <마음맞이 대청소>처럼 그렇지 않은 노래들도 있지만ㅋ 그리고 무엇보다 공감을 와르르 이끌어내는 오지은의 가사. 연애를 주제로 한 노래들이 주로 앨범에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연애라는 과정이 워낙에 감정의 소비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라 지금 연애중인 사람에겐, 특히 이성과 연애중인 여성에게는 꽤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거리감돋는ㅋㅋㅋㅋㅋㅋ 무대샷.많은 사람들이 스탠딩으로 오늑의 음악을 즐겼다.
아름다운 오지은. 하지만 노이즈돋는 사진ㅋㅋㅋㅋㅋㅋ왜 내가 찍는 오지은 사진은 늘 이모양일까?ㅠㅠ

오지은의 보컬 '상태'가 아주 좋은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지은은 오지은이라ㅋ 공연은 재미있었다. 맨 앞에 부른 세 곡-사귀지 않을래, 아저씨 미워요, 니나노가 다 좋았고 오지은 1, 2집에 실린 세 곡-24, 웨딩송, 인생론도 즐거웠다. 특히 인생론은 정말!! 좋았다. 오지은 노래 중에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와 <인생론>은 내게 '언제 어디서 들어도 눈물빼는' 노래인지라 더 좋게 느껴졌겠지. 어떤 노래에서는 오지은이 연기하는 듯 노래를 하기도 하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곡인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가르쳐줘> 부를 땐 무슨 시상식 같았다 으하하.

늑대들도 좀 소개받고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싶기도 한데 또 생각해 보면 늑대들이 그런 것을 별로 안 좋아할 것도 같고ㅎ 오늑의 앨범에는 늑대들의 곡도 들어간다고 하여 의외였다. 정말 공동작업인 게로군! 드러머 동훈군이 만든 노래를 소개하면서 오지은이 '옛날 LA 메탈 느낌이 나는 노래라 노래 제목도 Outdated Lovesong이다'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ㅋ 공연 중간에 난데없이 늑대들이 무대 중앙에 모이기도 했는데 그걸 본 오지은 왈 '필기하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의가 보이지 않는 오지은의 의상은 좀 놀라웠는데ㅋㅋㅋㅋ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인정. 반면 긴팔 가디건 상의는 좀 더워보이기도 했는데 본인도 'F/W 시즌 옷을 입었더니 덥다'고 하여 정말 오지은스럽다고 생각했다ㅋㅋ 조금은 힘들어하는 듯도 했지만 목이 가루가 되도록 노래하겠다며 팔짝팔짝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오지은의 모습은, 정말이지, 귀여운 거다!!!!!!!!!!! 그리고 오지은은 정말 볼수록 투에니원의 씨엘을 닮았다. 둘다 매력적이지 않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찍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민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오늑 공연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