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첫날 후기 - 원더버드, 클래지콰이프로젝트

2010. 12. 27. 13:02흔드는 바람/즐기고

오지은과늑대들이 끝난 후 클럽 미드나잇 선셋을 빠져나와 러빙 포레스트 가든으로 이동. 기대했던 국카스텐의 언플러그드를 보려 했다. 그런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이건뭐 줄이 줄이 줄이 줄이......아놔-_- 하현우의 짜랑짜랑한 목소리는 들려오는데 얼굴은 볼래야 볼 수가 없는 거다. 결국 포기하고 클럽 미드나잇 선셋으로 컴백, 원더버드를 앞자리에서 보겠다는 일념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대망의 원.더.버.드. 등장. 으아.

대열 정비 중. 으아.박현준, 손경호, 고구마, 신윤철!

원더버드는 나로 하여금 무리해서 이틀권을 끊게 한(가격이 아니라 체력이 문제-_-) 주범이었다. 승열오라버니랑 같은 날 겹치는 시간에 나왔다면 정말 울고 싶었을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좋았는데, 너무 좋았는데, 뭐라 말을 못하겠네.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네. 아오. 악어새도, 액션미녀도, 노래하지 않는 새도, 기타맨과 히피걸도, 핑키의 노래도, 사랑이 아니야도, 그리고 옛날사람도,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좋았다. 특히나 <옛날사람>에서 고구마가 '슬퍼하지마 주눅들지마' 부분을 부를 때는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거참 부끄럽게시리.

고구마와 윤철님. 고구마 미모돋는다 끄악.박현준과 저 뒷쪽 조그맣게 보이는 손경호씨.
이날 윤철님 기타 엄청 박력있었다!! 멋져!!!!샴푸광고라도 찍어야 할 듯한 박현준. 나이를 안먹나ㄷㄷㄷ

환호하며 뛰어가며 손뼉쳐가며 머리로 박자를 맞춰가며 무대에 푹 빠져 있다가도 갑자기 멍해졌다. 진짜 내가 이걸 듣고 있는 거야? 진짜 내가 원더버드를 보고 있는 거야? 분명히 눈앞에서 고구마가 노래를 하고 박현준이 머리를 휘날리며 베이스를 치고 윤철님이 기타를 치고 경호씨가 드럼을 두드려도 믿어지지가 않고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거다. 이런 경험 정말 오랜만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왈로우 벨로주 공연 이후 처음인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대 위의 고구마 역시 그런 느낌이었는지, 딱 3일 연습하고 10년만에 공연한다며 기분좋은 표정을 계속 지었다. 스탠딩으로 공연을 즐긴 사람의 수는 다른 뮤지션 때보다 더 적었을지 몰라도, 즐기는 이들의 열광만큼은 최고였던 것 같다. 네 사람이 느꼈을 법한 뿌듯함이 무대 아래의 내게도 전해지는 듯해 더더욱 감격스러웠던 시간.

그민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 베이스 박현준, 기타/보컬 고구마, 드럼 손경호, 기타/보컬 신윤철!!!!



이날 내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뮤지션은 클래지콰이 프로젝트. 정재형도 조금 보고 싶었지만 국카스텐 언플러그드 때 러빙포레스트가든의 인파-_-에 질렸던 탓에 그냥 미드나잇 선셋에 계속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저런 공연에서 알렉스도 호란언니도 여러 번 봤는데,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공연을 본 건 처음이었던 거다. 헉.

클래지콰이 노래는 1, 2집 정도밖에 몰라서(그리고 승열오라버니가 피쳐링한 것 정도?ㅋㅋㅋㅋ) 그리고 알렉스나 호란언니의 목소리가 나쁘진 않지만 앞에서 원더버드를 본 여운에 빠져 있었던지라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큰 공연을 꽤 여러번 한 티가 확실히 나더라. 무대 위에서 소소하지만 센스있는 몇 가지 동작과 멘트들, 공연을 이끌어가는 '방식'들이 재치있어 예상보다 훨씬 즐겁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는데, 알렉스 다시 봤다. 생각보다 무대장악력이 좋더라. 자기 눈 앞에 있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 관객들이 '정말 즐거워하는 모습'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었다고 할까나. 관객들과 함께 한판 잘 놀아본다는 느낌? 라이브도 괜찮았고. 암튼 알렉스 다시 봤다. 막판에는 클래지콰이 단공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 호란언니의 성량이 알렉스보다 좀 작은 느낌이 들었는데 '노래하기'는 예전에 다른 무대에서 본 것보다 나은 듯 했고. 확실히 공연은 경험이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해 주었던 무대였다.

의외로 꽤 만족스러웠던 클래지콰이 프로젝트. 호란, 클래지, 알렉스. 역시 그민페 홈페이지에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