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식] 모과

2011. 9. 30. 16:42흔드는 바람/베끼고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라는 말이 마음에 콱 박힌다. 망신의 사랑이라는 말도.

 나의 몸을 아낌없이 버리는 것, 사랑. 아아.



모과

김중식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 비틀어지고
영혼이 까맣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지는 사랑이다.

오, 가난에 찌든 모과여 망신亡身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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