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언젠가는
2013. 2. 18. 20:51ㆍ흔드는 바람/베끼고
지금 내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리지 않기를. 부디.
언젠가는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흔드는 바람 > 베끼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호승] 나팔꽃 (0) | 2013.04.22 |
---|---|
[김소연] 이것은 사람이 할 말 (0) | 2013.04.06 |
[윤성학] 소금 시 (0) | 2013.03.26 |
[이해인] 후회 (0) | 2012.12.01 |
[김연수] 강화에 대하여 (0) | 2012.09.27 |
[김중식] 모과 (0) | 2011.09.30 |
[김이듬] 이제 불이 필요하지 않은 시각 (0) | 2011.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