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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이즈음에

140210, 이즈음에.

오랜만에 매우 가벼운 근황글. 왼쪽 귀로는 소치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중계하는 배성재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드라마 결방을 아쉬워하며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중. 빙판 위에서 빨간 치마를 입은 언니들이 춤을 추고 있다. 아오 깜짝이야.


* 연모하는 김연수소설가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개정판(이라고 해야 되나?)이 새롭게 나왔다. 문제는 새 표지인데…원래의 표지와 비교하자면 이런데,

구버전 표지와

신버전 표지


하아…미묘하게 맘에 안든다 이거지. 저 'Kim Yeon-su'도 마음에 안들고, 벤치임에 분명하지만 ┬┬ 내지는 양쪽 송곳니 내민 입 같은 저 사진도 소설과 별로 안어울리는 것 같고 …아 물론 원래 표지도 띠지를 벗긴다면 이런 모양이지만,

띠지를 벗긴 구버전 표지ㅎ


'뭐야 비어보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수많은 글자들의 겹침이 오히려 지금의 표지보다 소설 내용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나? 제목 폰트도 예쁘고, '김연수'라는 글자도 예쁘고. 나는 '김연수'라는 이름을 한글로 적었을 때의 모양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는데('김수연'이나 '김영수'와는 완전 다른, 감성 있어 보이면서도 질척이지 않고 퉁명스럽지 않은 느낌이 이름에 있다고!) 영문 이름에선 그 느낌이 화라락 증발되어 아쉽다. 흐엉.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 새버전 책을 사겠지 아마. 연모하는 소설가님의 책이니까…하아, 이거슨 팬의 고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요즘 제일 웃기는 아이는 빈이, 제일 귀여운 아이는 민율이. 아 진짜 빈이는 너무 웃겨 미칠 것 같고 민율이는 이제까지 경험해본 어떤 귀여움보다도 귀엽다ㅠㅠㅠㅠ 누나랑 아이스아메리카노할까요? 우쮸쮸쥬쮸ㅠㅠㅠㅠㅠㅠㅠ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에 4100원이나 하는 투썸ㄷㄷㄷㄷㄷ


원래 내 아이폰&직장 노트북 바탕화면은 거의 99% 승열오라버니이시기 때문에 누구도 뭐라 말을 하지 않는데(누군지 모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최근 2주간은 민율이가 나의 아이폰과 노트북을 점령하였다.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어머 이거 그 꼬마네" "얘 좋아해요?" "우왕 귀여워" "이 사진 어디서 났어요?" 등등등.

그러나 홈화면에는 'SYBLUE' '영미문학관' 'TBS앱'…


애들 별로 안 좋아하는데, 특히 연예인의 딸아들이 TV에 나온 거 보는 것은 더더욱 안 좋아하는데(딸아들뿐만 아니라 엄마아빠등등의 가족들이 나오는 것도 별로-_-) 민율이와 빈이는 이상하게 귀엽고 웃긴다. 빈이 요강 시범 보이는 장면은 진짜 울면서 봤다ㅠㅠㅠㅠㅠㅠ 너무 웃겨서ㅠㅠㅠㅠㅠㅠㅠㅠ 분명 나이를 먹으면 지금과 달라져 귀여움을 다 잃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어찌됐든간에 2013년과 2014년 민율이와 빈이의 귀여움은!!! 오래 기억할 것 같다!!!!!!


* 알라딘 13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두 권 중 한 권인 김광석씨의 에세이를 오늘까지 읽었다. 읽는 중간중간 김광석씨의 부인 생각이 나서(아직도 끝나지 않은 자살/타살 논란과 함께…) 마음이 심란했다. 자꾸, 죽을 사람의 글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더 심란했다. 리뷰를 써야 하는데 기분이 참 애매하다. 책 제목처럼. 
 

김광석씨의 책과 최인호씨의 책. 두 책 다 마이페이퍼에서 꼽았던 책이다.


내일부터는 진짜로 마지막 책, 최인호씨의 유고집을 읽을 것이다. 잘 읽을 수 있을까. 조금 두렵다. 띠지의 글마저 숙연하다. 하아.

 

* 지난주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서점 갔다가 득ㅋ템ㅋ. 10년 전쯤에 읽고 나서 '언제 사야지' 하다가 절판되어 버린 수키 김의 <통역사>를 발견했다. 그것도 거의 최상에 가까운. 누구한테 빼앗길까봐 들고 책방을 빙글빙글 돌다가 세상에 이계삼선생님의 <변방의 사색>까지 발견!!!!! 아니 통역사와 이계삼선생님이라니, 이건 도저히 안 살 수가 없잖아ㅠㅠㅠㅠㅠ하고 자기합리화하면서 구입.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기형도씨 비닐백에 넣어 주셔서 더욱 횡재한 기분ㅋ

고맙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 일산점 만세이.




* 작년부터 손그림을 잘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뭉게뭉게 자꾸만 커져서 어떡할까 알아보던 끝에, 일러스트 책을 한두권 정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빼지 말고 따라그려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동네 도서관에 가 일러스트책을 두 권 빌렸다. 좀더 쉬워보이는 게 이거라 이거부터 따라그리기로 결심.


동글동글한얼굴과 눈코입귀 연습!!!!


일상이 즐거워지는 일러스트라니 듣기만 해도 두근두근하고 좋잖아? 나름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친동생님 입가에 잔뜩 비웃음을 머금고 "아니 뭐 그런 책을 빌려보고 그래-_-" "보고 그리려고!" "아니 책을 왜 보고 그려, 실제 사람을 그려야지" "사람을 못그리니까ㅠㅠ"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이런 책을(책장 휘리릭 넘겨보며) 보고 그린다고? 나참-_-"

아웅 슬퍼. 그림 잘그리는 사람은 못그리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또다시 뼈저리게 경험하고, '뭐 못한다고 누구 무시하지 말아야겠다'고 새삼 다짐하였다. 네가 뭐라든 얼마나 욕하든(*_*) 내일도 진지하게 연습해야지 흑.


* 가끔 저 <통역사>나 <변방의 사색>처럼 이상하게 득템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얼마 전 엄마가 믹스커피를 하도 드시고 싶어해 '아 믹스 별로임…'하며 마트에 갔는데, 평소에 4천원에 팔던 C믹스를 그날따라 천원에 파는 거다. 아니 뭘 잘못붙였나? 미쳤나?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천원. C믹스를 선호하지 않으나 이렇게 싼 가격이라니 어휴…하며 구입.

또 이런 거. 우리 집에서는 작년부터 데톨 핸드워시를 엄청 쓰고 있는데, 딴데서는 비싸게 파는 그것을 롯데백화점 일산점에선 작년부터 2500원에 팔고 있더라. 바로 옆자리에 놓여 있는 해피바스 핸드워시는 2200원. 아니 도대체 왜? 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이 가격이 아닌데?! 이 가격이 아닌데? 덕분에 우리집엔 해피바스 핸드워시가 쟁여져 있다하하하하-_- (데톨은 친동생님이 '이상한 냄새난다'며 싫어해가지고내원참)

또또 이런 거. 지난주까지 소셜커머스에서 티젠 라떼들을 2300원에 팔더라. 살까말까살까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결국 안 샀는데, 오늘 왓슨즈 라페스타점에 가봤더니 1+1 행사를 하면서 4000원에 팔고 있는 거다. 아니 이게 뭔일이야?!?!?! 역시 안사길 잘했어!!!!!! 하며 뱃속에 애 집어넣는 캥거루처럼 와구와구 들고 컴백홈.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 이거 좀 욕심쟁이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와중에도 드는 생각은-이런 식의 '득템!'이 아무리 '득템!!'이어봤자 소비일 뿐이라는 거. 특히나 대부분 대기업 제품/대기업 상점과 관련된 것. 결국 일회적 득템이 장기적 차원에선 득템이라 볼 수 없는 것 아닐까. 그 순간에는 내가 조금 더 적은 가격으로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게 된 것 같지만, 나중엔 그 대기업 제품/대기업 상점 이외의 것들이 남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같은 생각을 하다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져버린다. '좀 비싼 공정무역 제품'과 '좀 저렴한 일반 제품'을 놓고 고민할 때와 비슷한 식의 갈등이랄까. 더불어 이런 식의 '득템!!!'이 과소비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되곤 한다는 것까지 떠올라 버리면, 죄책감마저 들어버리고 만다. 하아, 물건 하나를 살 때조차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건가. 하지만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 않나. 아 몰라몰라몰라-_-


* 이 와중에 오늘 아침 박여왕께서는 선거 부정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얘기를 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원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말년화백의 그림으로 내 할 말을 대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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