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5. 00:17ㆍ흐르는 강/이즈음에
음.
오랜만에 근황글을 써보려고 하는데…사실 뭘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작년 1월에 매일 글 한 편씩을 써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일주일을 못 가서 실패했고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손으로 쓰는 일기든 이 블로그든 다른 글이든 뭐든 간에 하루에 글 하나를 쓰는 건 정말이지 너어어어어므너므 어렵다. 기본적으로 내 삶 자체에 여유가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또 그렇다고 지금보다 여유가 있었던 예전에 내가 글을 열심히 썼느냐? 절대 아니다. 그때는 그때가 엄청 바쁘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한 번도 삶이 여유롭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스무살 이후로는 맨날 바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은 굉장히 많은 시간을 쓰잘데없는 데 썼으면서.
여튼간 올해도 요 몇 년 그랬듯이 계속 아버지 입퇴원 반복/간병/집순이의 생활이 이어지고 있어 뭔가 여유롭게 자기계발(-_-?)을 한다거나 취미생활(-_-??)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솔직히 그럴 마음도 별로 안 생기고ㅋㅋ 최근에 아버지가 입원하셨을 때는 간호사선생님께서 "자기 생활이 없으시겠어요…"라며 안타까워해주시기도 했다ㅋㅋㅋㅋㅋㅋ 뭐 어쩌겠습니까 이거시 삶인데. 책을 열심히 읽거나 영화를 많이 보거나 신나게 공연을 다니거나 하는 게 다 쉽지 않다보니 결국 쉽게 할 수 있는 건 핸드폰 가지고 노는 거다. 그러다 보니 웹툰도 계속 많이 보고 소다곰도 열심히 찾는다.
아이돌 동영상도 즐겨 본다. 평생 아이돌과 담 쌓고 지냈는데 작년부터 새삼스럽게 아이돌이 귀여워져서 뮤직뱅크 같은 것도 보고 명절 때 아육대도 본다. 하루의 고생(-_-)을 마치고 이불 속에 들어가 주간 아이돌을 보는 게 낙이다. 남자애들보다 여자애들을 좋아하는데 에이핑크, 레드벨벳, 여자친구가 지금은 제일 좋닼ㅋㅋㅋㅋ 에이핑크야 뭐 최고인기걸그룹이라 짤도 영상도 워낙 많아서 보다 보니 다들 귀여워서 좋아졌고 레드벨벳은 작년에 1집이 워낙 좋았다. 평생 스엠 노래 & 스엠 아이돌 안좋아하며 살았는데 레드벨벳 때문에 무릎꿇었닼ㅋㅋㅋㅋㅋ 여자친구는 오늘부터 우리는이 좋아서 유리구슬도 신나게 들었고, 그 와중에 유주가 빗속에서 끝없이 넘어지면서ㅠㅠ 확 유명해져서 안쓰러우면서도 잘됐다 싶었다. 데뷔할 때는 악플 너무 많이 받아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더니만 요즘 대세여서 아주 기쁘다ㅋㅋㅋㅋㅋ 일산구민 최유나씨 가장 좋아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
여자친구 페이스북에서 가져온 사진. 여섯명 다 잘나왔다!!
복면가왕도 본다. '연예인 패널들 짜증나서 안봐ㅠㅠ'라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뭐 오락프로그램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가수의 경연 방식이 너어어어어무 싫었지만 소라언니를 보기 위해 참고 봤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다. 연예인 패널들이 맘에 안 드는 부분은 무척 많지만 그래도 일요일 저녁에 지상파에서 누군가의 좋은 노래를 듣고 김현철-김형석-유영석을 본다는 건 그렇게 싫지 않으니까. 초반에는 김연우 하드캐리 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요즘엔 하현우 때문에 안 볼 수가 없다. 캣츠걸이 계속 연승할 때 저 잘하는 언니를 이기기 위해선 전우성-하현우-박효신-정성화 정도 출동해야되지 않냐고 동생이랑 떠들었었는데 진짜로 전우성이 나왔(다가 떨어졌ㅠㅠ)고 하현우가 나와서 어찌나 놀랍던지ㅋㅋㅋㅋㅋㅋㅋ
어제 걱정말아요 그대도 좋았지만 하현우 가왕되던 날은 진짜 오랜만에 TV 앞에서 쳐울었다ㅠㅠㅠㅠㅠ 민물장어의 꿈-라젠카 세이브 어스인데 어떻게 안욺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날 이후로 라젠카를 백번은 들은 것 같다. 도저히 안 들을 수가 없어요 엉엉엉. 여튼간 하현우가 한 반년 가왕 했으면 좋겠다. 1월부터 했으니까 7월쯤까지?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부터는 인제 여름이라 행사가 많을 테니까 적당히 새 가왕 데려와서 물려주는 걸로…으핫핫.
아, 국카스텐이 진행하는 라디오도 챙겨 듣는다. 스팸라디오라고, 올해부터 국카스텐 웹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다. 한 번 들으면 챙겨듣게 된다. 너무 웃기기 때문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현우도 웃기지만 김기범이 진짜 너무 웃기고, 무엇보다 이정길이정길이정길이정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가 없는 이정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주에 설이라고 한 주 쉬어서 7회가 안올라오기에 다시 1회부터 6회까지 정주행했는데 이정길이 출연한 4회는 정말이지 늪이다.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닼ㅋㅋㅋㅋㅋㅋㅋㅋ 빨리 7회 올라왔으면 좋겠다. 칼리하리가 공개된 후 이정길씨가 밝히는 공식적인 반응이 궁금합니다.
이와중에 지금 벅스 1위 음악대장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팟캐스트는 여전히 많이 듣지만 그래도 예전에 구독하는 걸 많이 안 듣게 됐다. 여전히 '그래도 제일 낫다고 생각하는' 건 xsfm의 방송들, 그러니까 그것은 알기 싫다,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 소라소리. 이용수석과 물뚝고문이 그알싫을 떠났지만 생각보다 유면상씨가 너무 빨리 좋아져서ㅋㅋㅋㅋㅋㅋ 잘 듣고 있다. 근데 확실히 이용수석이 떠나고 나니까 유형의 해설/설명/ 비유가 이전 방송보다 대폭 늘어서 좀 곤란하다고 생각하긴 한다. 유형은 말할 때 긴 문장을 사용하는 편이고 비유가 비교적 독특한 편이며 'A는 원래 B다.' 식의 단호한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는 확실히…재미 면에선 떨어지기 때문에……에이쿠. 미안합니다 유형. 하지만 말을 꺼낸 김에 더 얘기하자면(;;;)
유형이 사용하는 비유의 독특함은 이용수석이 사용하는 비유의 독특함과 좀 다른데, 이용수석의 비유가 창의적인 비유에 가깝다면 유형의 비유는 유추에 가까워서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맥락을 모두 이해해야만 알아들을 수 있다. 원관념과 보조관념 중 하나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한다면 유형의 비유를 알아듣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대중적이지 않고 딱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나 싶다.
단호한 표현 같은 경우에는…예를 들어 게스트가 어떤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건 A니까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한다든지, "B는 원래 A하니까 그렇다."고 확언하는 경우가 많은 건데. B라는 상황이 일어나는 데는 A라는 이유만 있는 게 아니잖은가. C도, D도, E도, F도, B를 배태한 것일 수 있는데 A만이 B의 유일한 발생 원인인 것처럼 청취자에게는 들릴 수 있어 '아 이렇게 잘라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솔직히 꽤 있다. 그알싫과 유형을 비교적 신뢰하는 청취자인 내가 이렇게 들으니 유형을 삐딱하게 보는 청취자들은 아마 엄청 욕하며 들을지도 모른다ㅠㅠ 그런 생각을 하면 좀 안타깝다. 어쨌든 '그래도 그알싫만한 방송 찾기 힘들다'고 나는 생각하니까.
유형의 날카로움이 빛날 때는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혹은 당연하게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A에 대해 '그것은 B일 뿐이다'라는 걸 짚어 줄 땐데. 예를 들어 내가 유형을 처음으로 좋아하게 됐던(!!) "국부는 무슨, 그냥 그도 누군가의 아버지일 뿐이야" 같은 문장이나 "사람은 어른이 되지 않아, 그저 늙을 뿐이야." 같은 문장을 구사할 때. 이럴 때 참 좋은데. 또 게스트의 말을 엄청 성실하게 들어준 후 그에 대한 정리 말고 질문이나 공감을 해 줄 때 좋고. 아 이 사람은 정말 이 방송을 정성스럽게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열심히 듣게 된단 말이다. 세계여기저기환타님이 출연한 에피소드들이 다른 에피소드들보다 비교적 재미있고 집중력 있는 건 유형이 환타님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아휴, 뭐 아닐지도 모르죠. 기껏해야 나는 한 명의 청취자일 뿐이니까.
아. 이 위의 이야기들까지 쓰다가 문득 '요즘 왜이렇게 글쓰기가 어려운가'라는 자문에 대한 원인이 하나 떠올랐는데(역시!! 이래서 글쓰기는 문제 해결 과정인 게다!!!!!!) 뭐랄까, 내 생각에 자신이 없다. 생각이 가다듬어지지 않고 굉장히 거친 채로 널부러져 있다는 느낌. 거친 생각이란 글쓰기 과정에서 다듬어지는 게 일반적이므로 저 말에 어폐가 있긴 한데…글쓰기에 착수하게 할 정도의 '거칠지만 확실한 생각'조차 요즘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은 A라는 얘기를 하고 있군! 아 참 좋다!!'하고 생각했는데 알라딘에서 그 책에 대해 굉장히 나쁘게 평가하면서 'A에 대해 전혀 설명해주고 있지 못하다'라는 걸 원인으로 들고 있는 걸 봤을 때. 그리고 그 평가에 대해 꽤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처음엔 내가 뭔가를 아예 잘못 이해한 건가 싶어 당황스럽다가, 아냐 내 생각이 틀리진 않은데? 하고 고집을 부리다가, 그럼 이 사람 말이 틀린 건데? 라며 반박을 해볼까 하다가, 결국은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러니까 남는 건 '그래도 내가 틀리진 않아ㅠㅠ'라는 생각 하나뿐인 거. 왜 틀리진 않은지를 설명할 수가 없는 거다.
이런 일이 많지 않았을 땐 아,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 하고 미뤄뒀었는데, 이렇게 미뤄둔 것들이 수많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너무 많아져서;;; 도대체 내가 뭘 알고 있는 건지, 뭘 알고 어떤 판단을 내리는 건지, 혼란스러워진다. 그 판단이 옳다는 근거 대신 인상밖에 없는 주제에 주장은 이렇게 확실해도 되는 걸까 싶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의욕도 안 생기고. 도대체 이걸 어디서부터 '다시 생각'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으니까…아아 이 문장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도대체 이 문장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내참ㅋㅋ 이럴수록 더욱 열심히 글을 써보는 게 맞는데, 변명만 늘어놓고 있으니까.
아이고. 근황글인데 왜 이런 글이 됐지. 여튼간 이래저래 별 생각 없는 2016년 2월이다. 그리고 오늘은 이승열씨 생신날♡ 오라버니 생일축하합니다아앗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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