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4. 19:53ㆍ💙/언제나 내곁에
승열오라버니가 예전에 영상을 좀 올리셨다가 한동안 쉬고 계신 유튜브 페이지가 있다. 그 페이지에 있는 오라버니의 프로필 사진이 이건데.
아이디: SUNGYOLYI♡
대략 예닐곱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의 모습, 당연히 어린 오라버니의 얼굴. 이 사진이 너무 귀여워서 처음 봤을 때부터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오빠 대신, 어린 오라버니가, 포스터를 가득 채우고 계셨으니까.
사실 저 '새 음반 내기 전에 하는 공연'도 한 번 써먹은 제목ㅋㅋㅋㅋ 오빠도 기억하고 계셨던 듯 공연 때 언급하심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공연을 앞두고 오라버니는 이런 짧은 글을 쓰셨었는데
<새 음반 내기 전에 하는 공연>
"공연을 많이 하는 것.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잠시 쉬거나 뜸해질 때 팬들은 묻곤 하지요. "단공 안 하세요?" 라고.
그런 질문이 좋아요. 왜냐면, 계속 생각하게 하거든요. 공연에 대해서.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운 곡을 쓰기 위한 상상이나, 뭐 그런 즐거운 생각들입니다.
'아직도 신곡이 없으면, 공연은 반복일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스스로 딱딱하게 다그칩니다만,
이것은 존재 이유와 같은 것이기에, 놓지 못하는데요.
그래서, 이번 플랫폼창동61에서의 공연이 설렙니다. 오랜만에 단공이잖아요^^
"만나러 오세요. 저와 새 노래들."
정규 앨범을 낼 만큼 쌓이지는 않았지만, 다섯 여섯 곡은 됩니다.
(나머지는 익숙한 곡들이겠지요?^^)
반응해주시고, 이후에 나올 앨범도 기대 부탁드려요.
올해를 팬 여러분과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덕분에 큰 복 받았고, 고맙습니다.
처음엔 오랜만의 단공이라 너무 반가웠고 되게 찡했다. 특히 마지막 두줄ㅠㅠ 저것이 승열오라버니 특유의 다정함. 담담함 속에 갑자기 센 감동이 확 튀어나오는 그런 것이다 엉엉엉. 하지만 반복해 읽고 있으려니 올해 계속 단공타령했던 게 생각나면서 '아니 저거 내 얘긴가…' 싶어 좀 찔렸다. 그러나 나는 "단공 안 하세요?"라고 예쁘게 말씀드린 적이 한 번도 없으므로 내 얘기가 아닌 것으로 결론. 늘 "단공해요 단공 왜 안해요 단공 빨리 단공이요 단공ㅠㅠ"하고 툴툴댔었지…하아 앞으로는 예쁜말 공손한말을 좀 써야겠다…하고 생각했지만 이날 바로 어겼으므로 역시 사람은 지킬 수 없는 다짐따위 하면 안된다는
예매 오픈일 직장에서 티켓팅하다가 "와 나 티켓팅하는 사람 태어나서 처음 본다"며 주위에 몰려드신 직장선배님들 때문에 둘째날 예매를 망쳤고("아니 한 번 가는데 왜 또 가???? 왜?????"하며 한분당 열번씩 물으심 하아…) 그래서 첫날은 꼭 첫줄 오라버니 바로 앞에서 볼 것이다ㅠㅠ 하고 다짐하며 12월 2일날 창동으로 향함. 플랫폼61은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엄청나게 멀겠지 하고 생각하며 가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먼 느낌이었다. 창동역에서 2번출구랑 1번출구를 제대로 못찾아서 좀 헤매긴 했지만ㅋㅋ 1번출구로 나가니 바로 플랫폼61이 뙇!!
괜히 동아그린아파트 쪽으로 가가지고 삥돌고…이상하게 나는 '꼭' 처음 가는 곳에서 한번씩 헤매는 재주가 있다^^^^ 나새끼 쯧쯧;
생각보다 건물이 너무 예뻐서 인상적이었다+_+ 최근에 오라버니 공연하셨던 공연장 중 가장 마음에 들었음. 여기저기 막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새앨범 내신 명훈오빠도 뵙고(정명훈화잇팅) 오라버니 포스터들 보며 감탄도 하고(이승열만세) 입장 시작 시간이 7시 반이어서 10분쯤부터 줄서서 기다리다가 30분 땡하자마자 입장.
나도 나중에 여기서 밥먹어보고싶다하하하하하하하하!!!!!
오라버니의 공연장, 레드박스.
첫째날 티켓 오픈&입장 시작 시간. 그리고 귀여운 오라버니 포스터 :D
자리를 잡고 서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데 명훈오빠의 앨범 수록곡들이 흘러나왔다.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는데 문득 보이는 공연 셋리스트. 저걸 먼저 보는 게 나을까 안 보는 게 나을까 15초쯤 고민했지만 결국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봐버렸다. 설마 오늘 첫곡은 날아가 아니겠지 했는데 진짜로 아니었다하하하. 그래요 오라버니 단공 때도 날아가 첫곡인 건 너무 이승열답지 않잖아요…(재차 강조하지만 날아가 싫다는 게 아니고ㅠㅠ 날아는 좋지만 날아를 오프닝으로 하는 건 내가 아는 이승열답지 않다는 거고ㅠㅠ)
컴백과 개가되고. 오 괜찮은 오프닝이다 하고 반가워하자마자 눈에 띈, 세 번째 곡 곡예사!!! 세상에 곡예사!!!! 공연 며칠 전부터 아도나이와 곡예사가 엄청 듣고 싶어서 이번 공연 때 둘 중 하나라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 그런 일이 생길 리 없겠지ㅠㅠ하며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곡예사!!!!!!!!!! 너무 반가워가지고 공연 시작도 안했는데 흥분지수가 마구 올라가버림.
결론적으로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는 이러했다: 컴백(syx), 개가되고(V), 곡예사(in exchange), 씨크릿(이날, 이때, 이즈음에) - 어썬더(syx), 러브포세일(syx), 노래1(syx) - 라디라(Why we fail), 그들의블루스(Why we fail), 위아다잉(V) - 나 가네(Why we fail), 돌아오지않아(Why we fail), 또다시(Why we fail) - 검은 잎(신곡), 컵 블루스(신곡), 지나간다(신곡) - 기다림(이날, 이때, 이즈음에), 씨닉(V), 씨크리틀리(V), My Own(신곡). 1집부터 5집까지, 그리고 신곡까지가 고루 섞여 있는, 꽤 맘에 들었던 셋리스트 XD
이것이 오라버니 발 앞에 놓여있던 셋리스트.
오라버니는 흰 수트 대신 재킷을 입고 올라오셨고+_+ 공연 내내 벗지 않으셨다. 더우셨을텐데. 관객석에서 벗기를 종용하는 외침이 있었으나 절대 벗지 않으심. 너무 이승열다운 것ㅋㅋㅋㅋ 요즘 같은 시국에서 오라버니의 컴백은 정말 멋진 오프닝이었고 오라버니 기타에 붙은 노란 리본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해 준,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고 믿는다. 두 번째 곡인 개가 되고도 컴백과 자연스럽게 잘 이어지고. Feel the misery라는 가사가 2016년 후반기의 요약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으니까.
오라버니 기타의 노란 리본.
너무 잘 보여서 반갑고 감사했다ㅠ
사실 첫날 사진의 기본적인 구도가 딱 위의 사진인뎈ㅋㅋㅋ 앞에서도 썼듯이 티켓팅을 하다가 둘째날 앞번호 획득에 장렬히 실패했기 때문에-_- 둘째날은 죽어도 첫줄에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첫날이라도 반드시 첫줄에서 보자(그렇다 이놈의 펜스 욕심은 도저히 없어지질 않는 것이다ㅠㅠ 야구장 다니던 어린 시절에는 관중석 그물 붙잡고 보던 미친아이였으니 할말 다했지 하아…)는 생각으로 갔던 터. 평소에도 오라버니 공연을 볼 때마다 그것이 대다수 관객을 상대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거슨 나에게 들려주는 음악이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빠져드는 편인데, 앞줄에 있을 때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해진다. 뒤에서 불이 나도 모를 거임ㅠ 게다가 이날은 하도 울어가지고(=_=) 사진이라곤 짧은 멘트 시간에밖에 찍지 못했던고로 모든 사진이 다 저모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내눈에는 세상멋짐 다가지신 분이므로 상관없다 뭐.
그러니까 페트병 뚜껑을 여시는
이 멘트 중간의 짧은 사이에
촤라라라락 네 장을
순서대로 찍은 것이다…하하하하;
첫 두 곡이 잘 지나간 후, 세 번째 곡인 곡예사부터는…본격적으로(ㅇ_ㅇ)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는데……으음.
나는 기본적으로 승열오라버니의 '우리말 가사'를 참 좋아하고 오라버니의 가사를 통해 자아성찰의 시간을 자주 갖는 편인데(글로 써놓으니 좀 부끄럽다만-_-) 이날 곡예사를 듣다 보니 가는 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의지하고 걸어가는 곡예사의 상황에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노래를 처음 오라버니 목소리로 들었던 2007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그로부터 10년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들이 머릿속에 좌라락 스쳐지나갔는데…그러다 보니 눈물범벅이 되어 버렸다. 그동안의 나도 곡예사였던 것 같아서.
실제로 내가 밟아온 걸음걸음도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즐기자는 마음보다 버티자는 마음으로 간신히 시간을 쌓아왔다(그 과정에서 잘 버티다 보면 즐겁기도 하다는 걸 깨닫긴 했지만). 그러다 보니 먼 후일 따위 기약하지 않게 됐고, '내일이 없어도 괜찮다'는 태도로 살게 됐다. 이렇게 하루를 오늘로만 살고 있는 나 자신이, 외줄 위의 '현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곡예사와 무엇이 다를까.
이렇게 전신샷에서도 노란리본이 잘 보여서 기쁘다ㅠㅠ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이렇게 걸어온 10년 동안, 승열오라버니의 존재와 음악은 늘 내 삶의 bgm이었다. 오라버니의 공연을 본 건 2004년부터지만 최근 10년의 기억들만 나열하자면,
스스로도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많이 울 수 있나; 싶었던 2007년의 클럽타. 모든 게 너무 힘들고 괴로웠던 2008년의 3월에 유일하게 행복한 일이었던 뮤지스탤지아 300회 기념 공방. 그 해 여름 이승열 meets 서전음 공연에서 오라버니가 들려주셨던 섬의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거다.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2009년 여름의 LIG아트홀과 가을의 어울림누리 그리고 겨울의 섬유센터. 2010년에 몸살난 채로 가서 넋이 나가버렸던 그린플러그드와 여기서 더워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지산락페. 2011년 메리홀의 한달 공연. 2012년의 뮤즈라이브와 빗속의 펜타포트 그리고 엠큐브, 2013년의 meat me in 대학로와 2014년의 4계절공연, 2015년 웨스트브릿지에서의 syx 발매공연…그 외의 수많은 공연들.
이 모든 게 없었다면 내가 10년을 어떻게 살았을까. 어떻게 버텨냈을까. 못 살았을 거고 못 버텼을 거다. 중간에 쓰러지거나 지쳤을 거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나쁘거나 부족한 인간이 되었을 거다.
why we fail이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we don't know라는 답을 떠올리며, 지금의 나는 왜 내가 계속 실패하는지 알 수 없다고, 그걸 알기 위해서는 더 살아야 한다고, 더 애써야 한다고, 더 할 수 있는 한 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절은 다시 돌아온대도 떨어져 버린 건 돌아오지 않아, 를 되뇌이며 떨어지기 전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we are dying이라는 진실과 삶의 추잡함에 대한 고백이 패배주의에 젖은 냉소가 아니라 기뻤고, 내가 속한 세계를 비겁한 희망으로 왜곡하지 말고 차가운 시선으로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새삼 배웠다. 그렇게 오라버니의 음악은 나를 가르치고 돕고 지탱했다. 오라버니의 존재와 음악과 공연이 나에게는 힘이었고 위로였고 질문이자 답이었으며 삶을 지속하게 하는 이유가 되어 왔다.
그러고 보면 처음 유앤미블루를 알았던 96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승열오라버니께 빚지고 있는가. 도저히 고맙고 감사해서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2007년에는 10년 후의 내가 곡예사를 들으며 울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사실 10년을 더 산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ㅎ
역시 오빠는 기타와 함께 나오셨을 때 보기 좋으시고요.
게다가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는 어찌나 감동을 주기에 적절했던지. 곡예사와 씨크릿의 감동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맞은 나 가네-돌아오지 않아-또다시의 why we fail 세트는 나를 전율 속에 빠뜨렸고ㅠㅠㅠㅠ 이어진 신곡들은 아니 도대체 왜이렇게 좋은 겁니까 오라버니?!!!!!! 이번 신곡들 너무 심하게 좋은 것 아닙니까??!!!!!! why we fail과도 다르고 V와도 다르고 syx와도 완전히 다른, 뭐랄까 거장의 대작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느낌이 드는 음악들에서(진짜 진심 정말) 온 공기를 따뜻하게 채워 관객들을 끌어안는 너그러움이 느껴졌다. 이승열답게 '힘내 다 잘될거야' 따위의 값싸고 영혼 없는 헛말 따위 0.1도 섞이지 않은, 온전하게 위로가 되는 음악들.
이 신곡들 중 정점을 찍는 것은 단연 MY OWN. 예전 욜훈 공연에서와 달리 관악기 없이 연주됐는데도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노래였다. 오라버니 노래들이야 다 아름답지만 MY OWN은 정말 놀랍게 아름다운 노래. 자신의 시간을 묵묵히 살아내고 버텨낸 '어른'이 들려주는, 세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 따뜻하고 거룩한 음악. 아 진짜 오라버니 최고시라고요 최고!!!!!!! 덕분에 첫날뿐만 아니라 다음날도 어찌나 울었는지 어휴ㅋㅋㅋㅋㅋㅋ 그만 울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만 이게 제 의지대로 조절되는 게 아니라서 저도 좀 답답합니다ㅠㅠ 정말이지 저도 그렇게까지 울고 싶은 마음은 (항상) 없(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은 이분이 너무 아름다우시기 때문…
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아름다운 것=감동적인 것.
하 공연 후기인데 쓰다보니 또 무슨 간증글이 되어버렸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렇지 뭐ㅠㅠ 남은 오라버니 첫날 사진이나 좀 올리고 두 번째 날 사진은 따로 올려야겠다. 두 번째 날은 마음먹고 아예 2층에 자리잡아서 사진찍기와 울기와 공연보기를 병행했더니 사진은 많은데 iso를 너무 높였는지 노이즈가 좀 많다ㅠㅠ 이러나저러나 다 엉망진창이지만 내가 그렇지 뭐ㅠㅠㅠㅠ (결론이 어째 똑같다) 남은 공연 얘기들도 다음 포스팅에 이어 쓰는 걸로.
'읭????'의 느낌이라면
'믜읭??????'하시는 느낌이랄까…………죄송합니다 오라버니.
이날 아마 가장 잘 찍힌 사진일 듯.
그리고 이건 그냥 내 마음에 가장 드는 사진. 오라버니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 사진인데 이상하게 맘에 든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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