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25. 23:45ㆍ💙/언제나 내곁에
이어지는 둘째날 사진 & 감상.
2층에서 공연을 보니까 늘 올려다보던 분을 내려다본다는 게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나름 흥미로웠던 건 조명이 이승열 & 이승열밴드를 전체적으로 감싸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 무지갯빛이 여섯 분 위에 내려앉을 때도 아름다웠고 푸른빛도 잘어울렸다. 뭐 이승열 is blue니까 두말할 거 있겠냐만은ㅋㅋㅋㅋㅋ 그리고 보통의 공연 때는 이승열밴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신동훈드러머님이 잘 안보일 때가 많은데 이날은 동훈군도 비교적 잘 보였고ㅎ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시야상으로는 괜찮았으니까. 그나저나 우리 신동훈씨는 왜이렇게 멋지신 겁니까. 보면 볼수록 멋지셔서 제가 감탄만 거듭합니다ㅠㅠ 하지만 신드러머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따로 쓰고요.
첫날엔 재킷을 끝날 때까지 입고 계셨는데(분명히 더우셨을 것이다ㅋㅋㅋㅋㅋㅋㅋ) 둘째날엔 셔츠 차림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계셨다. 비록 흰 수트는 아니었지만(일주일 전 헬로루키 축하무대 때는 입어주셨으면서 흑흑) 역시 잘어울리시고 멋지시고…오라버니는 브이넥도 라운드넥도 잘어울리시지만 셔츠가 가장 멋지시다고 생각함.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기타의 노란 리본은 2층에서도 잘 보였다. 이번 공연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 바로 오빠 기타의 노란 리본.
내가 아는 (예전의) 이승열씨는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으시는 분이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이어진 '예술가 선언'에 오라버니 이름이 올라온 적도 없었고, 이 나라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한 본인의 메시지를 비교적 '선명하게' 노래로 전달하신 적은 없었다. 매우 암시적이셨지. 예를 들어 오라버니의 노래 중 (상대적으로) 메시지가 잘 드러나는 노래라면 In exchange 앨범의 기억할게나 그들을 위한 기도가 있을 텐데, 사실 가사만으로는 일반 대중들이 기억할게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공감/연민의 시선에서 비롯한 노래라는 것과 그들을 위한 기도가 이주노동자로서 미국에 가 정착하실 때까지 수많은 차별과 고생을 겪으시며 '전쟁을 하듯' 살아가셨을 분들에 대한 노래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할 수도 있단 말이지.
아도나이의 '세상을 정복하고 신을 모독하고/ 계약은 찢기고 생명은 과학이고 사람은 가고/ 둘러 앉아서 결정해왔어 수천년을/ 멈출 수 없어 뛰어내려도 괜찮은 걸까'라는 가사는 조금 더 직접적인 느낌이 들지만, 이어지는 'black hole somebody just said 준비됐니/ maker of me, Adonai'라는 가사 때문에 종교적인 느낌의 노래로 읽힐 수도 있는 거고. (뭐 저는 세 곡 다 아낍니다. 오라버니가 2집을 안좋아하셔도 나는 2집 좋아함.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법이라고 주장한다만…왜 당사자가 아닌 내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나는 오라버니의, 영혼 없는 위로 따위 1mg도 없는 말하기 방식/ 가사의 말투를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여러 번 썼었는데) 이것이 절대로 패배주의나 냉소주의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오라버니의 가사는 비극을 노래하고 삶의 아픔과 고통에 시선을 맞추며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왜이렇게 계속적으로 실패하고, 너덜너덜해지고, desert world를 벗어나지 못하고…-에 대해 탐구한다. 하지만 그 탐구가 가닿는 지점은 사는 게 원래 다 그렇지, 원래 세상은 이 모양이지, 따위의 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내가 직접 '벌고 벌고 벌어 쓰고 쓰고 또 쓰'다가 '굴러 떨어지는 돌'처럼 굴러가보지 않는다면 절대로 깨달을 수 없는 삶의 이유와 의미가 확실히 있다는, 분명한 암시이다. 그래서 나는 오라버니 가사의 뿌리는 비극적인 삶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날카롭게 통찰하는 데서 오는 긍정과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아는 이승열씨는 굉장히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이신데, 이렇게 성실하고 열심이신 분이 허무주의와 패배주의에 젖어 있을 리가 없다고 믿는다. (물론 이게 다 틀릴 수도 있다만……………에라이 몰라)
하지만 세월호 이후, 그러니까 앨범으로는 작년의 SYX 앨범에서 오라버니의 메시지는 조금 더 뚜렷해졌다. 물론 A letter from이라든지, Come Back의 가사가 기억할게나 그들을 위한 기도, 아도나이보다 더 직접적이진 않다. mother fucking cray를 반복하게 하는 건 세월호 이전의 한국사회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지만 뭐랄까, '보편적 인간' 혹은 '나자신의 일'이 아닌 것에 대해 언급하게 되셨다는 점에서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주노동자 문제의 경우 이민 1.5세대로서 오라버니가 가지신 이방인 정체성이 큰 영향을 미치신 걸테고, 오라버니가 믿으시는 신에게 진실을 구하는 듯한 내용의 노래도 (아도나이가 아니더라도) 있어 왔다. 삶의 비극, 고통, 상처,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모두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이므로 오라버니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세월호는, 우리 모두가 가해자고 피해자이지만 엄격한 의미에서의 '피해 당사자'도 '가해 당사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아픔을, 이로 인한 울분을, 답답하고 애통한 마음을, 오라버니는 날선 목소리의 Come Back으로 토해내시는 한편 A Letter from으로 위로하셨다. 그리고 최근에는 '길가에 버려지다'에 참여하셔서 답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고 없는 길을 뚫자는 메시지에 목소리를 더하셨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시국 얘기 안 하시던 이승열'씨가 기타에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흐름이 분명 오라버니의 노래도, 음악도 지금보다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게 만들 거라고, 굳게 믿는다.
'누구누구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이 나라에서, 오라버니가 (내 눈으로 볼 때) 옳은 목소리를 내시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고 또 존경스럽다. 그나저나 쓰면 쓸수록 오라버니가 내 인생의 빛이자 스승 같은 느낌이…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옆모습도 이렇게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다 엉엉엉엉엉엉엉엉…
이번 공연 때는 멘트 하시면서 '정권'이라는 단어도 언급하시고(사실 그 단어 듣고 너무 놀라서 말씀 내용은 정확히 기억 안남. 오라버니 입에서 '정권'이라니 세상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놀랐다 ;ㅂ;) 토요일 공연도 끝나고 집회 가라고(아 물론 이건 백퍼센트 내맘대로 해석한 거고 오빠가 이런 말씀을 직접적으로 하시진 않았다 절대절대절대 안그러셨다!!!!!!!!!!!!) 5시에 시작해 주시고…이전의 공연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오라버니의 '현실에 대한 소신'이 읽혀 신선했다. 경남님이 대선 전인 2012년 겨울에 엠큐브에서 있었던 연말공연 때 '다카키마사오'를 언급하시면서 꼭 투표하라고 하셨던 적은 있지만 승열오라버니가 시국에 대해 뭔가 말씀을 하신 건 처음.
어찌됐든 멘트하실 때야말로 오라버니 사진을 찍기에 좋은 때고 하여…정말 남들 눈엔 큰 의미도 없어보일만한 사진을 열심히 찍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 뭐 내가 볼거니까!!!!!! 물을 드시든 말씀을 하시든 관객을 보시든 변함없이 소중한 승열오라버니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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