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13, 이승열 콘서트 Rewind Myself 2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1]

2017. 9. 16. 23:52💙/언제나 내곁에


1. 2015년 3월의 Rewind Myself. 나에게는 오라버니가 불러주시는 날아를 처음으로 들었던 공연이었다. 그날 날아를 부르시는 오라버니가 너무 아름다우셔서 엄청 감동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공연은 진짜 너무너무너무 좋았는데 내가 예매에 실패해 좌석을 잘못 잡아서ㅠㅠ 시야각이 그닥 좋지 못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안타까웠고(엉엉 여기 단차 하나도 없어 하며 엄청 슬픈 기분으로 공연을 봤었음) 그 외에도 여러모로 감회가 복잡하여 아직까지도 후기 못씀ㅋㅋㅋㅋ 그래서 지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공연 둘째날 오라버니의 다음 단공이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아 왜ㅠㅠ'라고 생각했었다. 예매 망하고 단차 없는 공연장에서 괴로워하며 볼 내 모습이 눈에 선했음.


그리고 예매오픈날. 하루종일 긴장한 끝에 시간 맞춰 예매하였고 1열 중앙 좌석을 잡는 데 성공…하였으나 결제 과정에서 실패하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다시 생각해도 속상해서 눈물날 지경이네. 인터파*에서 예매할 때는 늘 <무통장입금>하는 내가 왜 그날따라 다른 걸 선택했을까. 아무래도 뭐가 씌였다고밖에 생각이 안 된다. 진짜로 망했음을 확실히 인지한 두시 이십분쯤엔 그저 헛웃음만 나왔었음. 남은 좌석들은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결국 그냥 2차 오픈을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플랙스에 전화해 2차 예매 여부/날짜/좌석도 확인했음. 이럴 때만 집요해가지고…)


2차 오픈 이후에도 계속 고민했었다.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단차가 없고 시야가 안 좋았던 것 같아서. 엄한 1층 앉지 말고 그냥 2층 갈까 싶어 2층 중앙과 1층 2열 사이에서 갈등에 갈등에 갈등…그러다가 결국은 2열 22번으로 결정했는데 이거슨 제가 22를 좋아하기 때문이고요…내가 좋아하는 22가 나를 좋은 자리로 인도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달까하하하하하.


그리고 이번 공연도 Rewind Myself "2"니까. 그나저나 진짜 우리 오라버니 너무 잘생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다리고기다린 9월 13일. 아침에 직장에서부터 들떠 있어서 '오늘 어디 좋은 데 가냐'는 말을 듣고. 오늘 했어야 하는 일들을 내일로 미룬 후 날아갈 듯한 마음으로 퇴근. 광화문에 도착해 또다시 '평일 저녁 서울에 있다는 기분좋음'에 빠져 신나 있다가 정신차리고 M씨어터로 가서 티켓을 교환했다. 10시부터 40분간 사인회가 진행된다는 공지를 보고 그럼 한 100분쯤 공연을 하시겠군 하면서 밖으로 나와 세종문화회관 근처를 산책하다가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고+_+ 공연 시작 10분을 남겨놓고 입장.




2. 이날의 셋리스트는 이러했다.


나뭇잎 사이로, 날아, Why we fail

I Saw You, 지나간다, 컵 블루스

SMMFOT, 컴백, 영화속의 추억

SATIN CAMEL, 미노토어, WE ARE DYING, VULTURE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5 AM, Mo Better Blues, SO

기다림


이날 공연도 나는 혼자서 눈물바다였는데(옆자리 계셨던 분 너무 죄송합니다…) 이미 첫 세트 세 곡에서 끝났다. 오라버니는 9월 7일 영어로읽는문학 라이브 생방 때 불러주셨던 고 조동진씨의 나뭇잎 사이로를 첫곡으로 불러주셨는데 이 부분부터 나는 너무 감탄하였고ㅠㅠ 뮤지션의 뮤지션, 모던락의 대부라 불리시(는 걸 오라버니는 싫어하시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는 오라버니가 자신보다 먼저 한국 대중음악에 큰 족적을 남기신 선배뮤지션에 대해 리스펙을 표하시면서 공연을 시작하신다는 게 매우 의미 있었다. 다른 공연도 아닌 Rewind Myself 공연이라 더 그랬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시간,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은 나보다 먼저 앞서갔던 분들 덕분이었음을 표현하는 느낌이었달까. 


오라버니가 특정한 선배뮤지션이나 그의 음악에 각별히 영향을 많이 받으셨다는 뜻이 아니다(물론 현재의 이승열이 만들어지는 데는 수많은 음악과 음악가들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있었겠지만). 자신의 메시지를 자신의 음악으로 남겼던 선대의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후대의 누군가들도 자신의 메시지를 자신의 음악으로 남기려 애쓰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다른 누군가들이 지금의 음악들을 통해 미래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 비록 생은 유한하고 몸은 소멸하더라도, 음악과 의미는 사라지지 않고 또다른 누군가에 의해 이어짐으로써 영원히 살아남는 느낌. 이것이 음악의 힘일까. 이것이 늙음과 젊음이 지나치는 그 순간 우리가 배우는 사랑일까. 


그래서 나는 오라버니의 목소리로 울려퍼지는 나뭇잎 사이로를 들으며 문득 지나간다를 떠올렸다. 지금의 내 안에 쌓여 있을 수많은 음악들을 떠올렸다. 그 음악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의 세계와 감수성과 이해의 깊이와 감정의 폭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겠지.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단연 승열오라버니이실테고. 오라버니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오라버니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유앤미블루를 몰랐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운 좋게 알 수 있었다는 게 감사했다. 오라버니의 음악과 목소리와 연주와 공연이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말할 수 없이 감사해서, 눈물이 더 많이 났다. 이승열씨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셔서ㅠㅠㅠㅠ 계속 음악 해주시고 공연 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 하는 생각이 이때부터 공연 끝까지 계속 들어서 이날 공연을 더 울고불며 보게 되어버렸다하하하하하하하:




3. 나뭇잎 사이로를 마치신 오라버니는 날아 why we fail을 이어주셨고 나는 또 감격하였다. 날아가 원래 버전과는 달리 좀더 숭고하고 고요한 분위기-마치 3집 수록곡인 양ㅋ-로 편곡되었는데 덕분에 나뭇잎 사이로와도 why we fail과도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why we fail도 너무 좋았다. why we fail 돌아오지 않아를 둘다 좋아하는데, 요즘 공연에서도 돌아오지 않아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반면 why we fail은 듣기가 쉽지 않았어서. 너무 반가웠었다엉엉. 날아why we fail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 생각도 못했음.


세 곡을 마치신 후 오라버니는 멘트를 좀 하셨는데, 2015년의 Rewind Myself 공연 얘기를 하시면서 이날의 공연을 뒤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정의하셨다. 그 때의 공연은 syx가 발매되기 전 공연이었는데 오랜만에 추억의 1집 노래들을 좀 들었었다(물론 그날도 울고불었음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오늘도 그때처럼 유앤미블루 & 1집 때 노래를 많이 하시려나 했는데, 의외로 V 앨범의 노래들을 꽤 많이 해 주셨다. 요새드림요새 앨범에서는 I SAW YOU, 지나간다, 컵블루스, smmfot, 벌쳐를 하셨으니까 도시애, 검은 잎, my own, 드림을 안 하셨네. 


사실 곡 수로 따지면  V의 노래들을 엄청 많이 하신 것도 아니고(SATIN CAMEL, 미노토어, 위아다잉 이렇게 세 곡이니까) 요새드림요새 앨범의 노래들을 많이 안 부르신 것도 아닌데 이 세 곡이 워낙 다 강한 곡들이라 인상이 매우 깊었다. 이날은 옛날옛적 7년 전 메리홀 공연 때처럼 공연 중간중간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비슷한 게 계속 효과음으로 공연장에 깔렸는데 그 소리와 V의 수록곡들이 꽤 잘 어울렸다. SATIN CAMEL도 비교적 오랜만. 프엉씨가 단보우를 연주해주던 2013년과 똑같은 라인업이 아닌데도 지박언니의 첼로가 그 빈자리를 워낙 잘 메워주어 빈 느낌이 별로 안 들었다. 지박언니 만세. 새삼스럽게 내가 why we fail만큼 V도 참 좋아했음을 떠올렸고, 이 앨범의 노래들에 얼마나 힘이 있었는지 느껴져서 그래 V가 참 좋은 앨범이었었어 하고 혼자 끄덕끄덕끄덕.


2집의 노래가 한 곡이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으려나…하는 생각도 지금은 들지만 공연 볼 때는 그런 생각도 없었고 ;ㅂ; 곡예사를 올해 불러주신 적이 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종종 아도나이가 듣고 싶긴 하지만 뭐 오라버니가 일부러 부르실 필요까지야 없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5 AM, Mo Better Blues는 당연히 다 좋았고ㅋㅋㅋㅋㅋㅋㅋ 한곡한곡 첫 연주가 나올 때마다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매우 노력했다. 2004년에 듣던 노래들을 13년 후에 다시 듣는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적이고, 감사하고, 기뻤다.




4. 이날 오라버니는 멘트를 많이 하진 않으셨다. 재미있는 말을 생각해 봤는데 생각이 안 나니까 재미있는 생각을 알아서 하라고 하셨던가 재미있는 말을 준비 못했다며 각자 하시라고 하셨던가 암튼 그런 말씀을 하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멘트는 아무말 같은 느낌이 전혀 없었고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오신 듯한 느낌이었는데?????? 조동진씨 얘기를 하시며 19세 때의 이승열이 통기타를 치며 부르던 노래라고 하실 때는 그때의 내가 몇살이었는지를 떠올려 보고;; 19세의 이승열도 상상해 보고 그랬다. 문득 신해철 생각도 나서(도대체 왜 떠올린 건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ㅠ) 오라버니 진짜 나보다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람. 정말 제발ㅠㅠㅠㅠㅠㅠ


중간에 '여러분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그대들'을 쓰셔서 혼자 설렜고ㅋㅋㅋ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 '누수'라고 하시며 '이장혁'이라고 혼잣말처럼 말씀하셔서 나만 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우 몰라요 저는 이승열씨가 너무 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SATIN CAMEL, 미노토어, 위아다잉 세 곡이 이어지는 거 들으며 이 다음에 벌쳐 나오면 완전 대반전이겠다 생각했는데(someday my prince will be coming 다음에 추잡한 인생은 잘도 간다 다음에 we are dying and you know that it's true 다음에 beautiful creature라니 그냥 표면적으로만 보면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벌쳐가 나와서 혼자 깜짝 놀람.




5. 마지막 곡이었던 기다림과 마지막에 나왔던 영상에 대해 좀 더 쓰고 싶지만…스크롤이 너무 짧아졌고(또 뭘 이렇게 많이 썼어ㅠㅠㅠㅠㅠㅠㅠㅠ) 공연 끝나고 있었던 사인회 사진들도 올려놔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사인회 사진들을 아래 덧붙여본다. 중간에 잠깐(이라고 하기엔 좀 오래) 나갔다 와서 별로 많이 안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살펴보니까 적진 않네;


사인회 때는 생각보다(?) 표정이 밝으셨다!!

안경에 수염+_+

오빠가 수염 기르시고 공연하시는 것도 좀 오랜만 아닌가.

이렇게 고개 들고 말씀하시고(들으시고)

때때로 이렇게 웃으시는!! 거!!! 찍고 싶어서 카메라 들고 가는 것 같다 흑흑.

이날 LP에 사인받고 가신 분들 꽤 많았음.

세상사람들 요새드림요새 LP 사셨어야 하는데…이제 품절됐어요.

초점 안맞았지만! 오라버니 웃으셨으니까!!!!

이것도 초점 잘 안맞았지만! 오라버니가 고개 드셨으니까!!

이거슨!!! 잘찍혔으니까!!!!!!!!!!!!

하면서 사진을 보다 보면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엉엉엉…

이런 사진도 저는 좋은걸 어쩌란 말입니까 트위스트 추면서

그리고 이렇게 웃으시는 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