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8. 23:18ㆍ흐르는 강/이즈음에
2021년 첫 포스팅. 마지막 글이 11월 8일이었네 어머나. 줄드 2집부터 시작해서 떡밥은 엄청 많았는데 계속 글을 못 썼다. 뻔한 이유와 안 뻔한 이유가 있는데 우선 뻔한 이유는
1) 타고난 게으름. 사주에도 나온다고 한다. 예전에 사주 공부하신 직장 선배님이 봐주셨는데 거참; 너무한다고 생각했음.
2) 십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현생 바쁨. 진심 너무 바빴고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관련 업무가 폭증하여 더더욱 바빴는데 이로 인한 직장내 스트레스 폭증은 안 뻔한 이유니 따로 쓸 것임……………
3) 다른 미디어 사용의 급증. 재작년 세음행 인스타 구경 용도+독서 기록 용도로 인스타를 쓰기 시작하였고 이런저런 이유로 트위터에 대한 회의감이 점점 커지고 있었는데 가을쯤 직장 동료에게 트위터를 발각당해(그당시 나는 왓쳐에 미쳐있었기 때문에 직장 동료에게 발각되면 안되는 트윗들을 다수 쓰고 있었다 하아;;;; 다행히 발각 즉시 비공개로 돌려버려서 퍼지진 않았음ㅠㅠ 그리고 여전히 왓쳐는 너무 사랑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이후로 트위터를 안쓰고 있음. 그러나 작년부터 유튜브 시청 시간이 급격히 늘어서 퇴근 후 유튜브 보고 자는 날들이 너무너무 많아져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리적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안 뻔한 이유는 뻔한 이유보다 훨씬 긴데,
안 뻔한 이유 1) 뻔한 이유의 2, 3과 연결되어 있는데, 작년 한해 나는 진짜 직장이 너무너무 지긋지긋했다. 대학졸업 이후 한 달간 일하고 도망나온 회사+6개월 간 인턴생활 했던 곳+주3일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곳까지 세면 지금이 여섯 번째 직장인데 남들 눈에는 제일 그럴듯해 보이는 곳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지내기 힘든 곳이었고 작년엔 정말 너무너무너무 지긋지긋했다.
우선 새로 발령되어 온 최고관리자가 90년대 감성을 지닌 분이셔서 그분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 전 최고관리자도 싫었는데 또 이런 관리자가 오다니 승진구조 왜이렇게 엉망진창인가……………하며 고통스러워했는데 문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없다고 생각했다. 왜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호의적이셨고 내 팀에도 호의적이셨다. (내가 못돼쳐먹었다는 것이 표정에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짐작한다. 강약약강 스타일이신 분이라………) 나와 한 다리 건너 관계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계속 일어나는 와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나 역시 그분의 평가 하에 놓여 있는 입장이다보니 사실 함부로 해서도 안되고...상위기관이나 인권위에 신고할까 하는 생각을 일년 내내 하다가 일년이 끝나버렸다.
두 번째는 동료 문제였다. 전술한 대로 지금의 직장이 남들의 눈에는 굉장히 그럴듯해 보이는 곳이지만 나에게는 참 지내기 힘든 곳이었다. 이곳의 여러 가지 특성상 여기에는 자신의 업무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높고 인정 욕구가 높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데, 그러다보니 매우 정치적인 분/ 상대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큰 분/ 자신이 중심이어야 하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하는 분/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굉장히 비겁하거나 비열한 모습을 보이는 분들이 이전의 직장보다 더 많이 계셨다. 나는 사회성이 매우 낮아 직장에서 거의 교류를 하지 않으며(내 팀원들하고만 지내는 편ㅋㅋㅋㅋㅋ) 장의존적 성향이 적은 편이라 그분들의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지 않으며 지낸 편이었는데, 작년에는 그 운이 다해버렸다. 계속 얽혔다.
세 번째는…그렇다. 이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인데, 이 직장에서의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내가 이러고 있는 게 지긋지긋하다'는 심정이었달까. 짜증나는 동료들과 얽히는 것도 싫지만, 이 직장에 온 이후로 그분들을 보면서 계속 짜증내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한심했다. 왜 여기서의 나는 늘 화를 내고 있지? 늘 짜증을 내고 있지? 늘 누군가를 비난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던 것이다. 제발 좀 닥치자,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좀 참자, 하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그런데 직장에 오면 화나고 짜증나는 일들이 계속 생기는 거다. 참다가 못 참겠어서 화를 내고 나면 그렇게 화를 낸 스스로가 싫고. 그래서 참고 또 참으면 더 짜증나게 하고. 안되겠다 싶어 다른 직장에 다니는 친구나 선배들에게 전화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끊고 나면 아 나는 도대체 왜 이러고 사는 걸까 싶어서 스스로에 대한 회의가 전화를 걸기 전보다 더 커졌다. '그래도 말을 했더니 후련하네!' 같은 심정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직장에 가면 하루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하고(그래야 덜 짜증이 나니까)(근데 그래도 짜증나는 일 계속 발생) 번아웃 상태가 되어 퇴근했다. 집에 오면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포스팅도 하고…그랬으면 참 좋았겠지만 너무 힘이 빠져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냥 멍하니 유튜브만 보다가 시간이 늦어지면 잤다. 아 쓰다 보니까 그때의 나 참 한심하면서도 불쌍하네…
이어지는 안 뻔한 이유 2) 이건 뻔한 이유 1과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10월이 되자 더이상 이 직장에 못 다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그러니까 2021년까지 여기서 근무한다면 자기혐오가 말도 못하게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세 가지 선택이 있었다. 퇴직 그리고 이직 그리고 파견. 나는 노동소득이 필요한 인간이므로 퇴직은 할 수 없었고ㅠㅠ 먼저 파견을 알아봤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매우 어려웠다. 그리고 파견을 가려면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데 내 외국어 능력은 쓰레기…………………어흑흑. 그러면 결론은 이직.
10월 중순부터 이직을 위해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또 고민이 있었다. 다른 직장에 근무하는 친구가 이직을 고민하는 나를 도와주고 싶어했는데, 그 친구 눈에는 내가 너무 대책이 없는 거다. 웬만한 곳들은 내정자가 있는 상태에서 모집 공고를 내니까 공고 나오기 전에 내정자가 있는지 알아보고 최대한 아는 사람들을 다 활용해서 내정자가 돼라, 나도 활용해라, 라는 게 친구의 입장이었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보니까; 나를 내정하세요! 라고 누구한테 말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그런 나를 보며 이직이 간절하지 않은 거라고 했다. 아닌데. 나는 엄청 간절했는데. 단지 내가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생각했던 일을 내가 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었는데. 여튼 그 과정에서 친구에게 혼이 나기도 하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친구에게 서운한 건 아니었다. 나를 도와주려고 한 거니까. 그저 음…뭐랄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더 흔들렸달까. 진짜로 내가 간절하지 않은 건가. 지금 이 직장이 너무 싫다고 말은 하지만, 나 역시 이곳이 '그럴듯해 보임'에 취해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왜이렇게 이 친구에게 징징대고 있나. 뭐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서 나 혼자 좀 마음이 힘들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내정자가 되고 싶지 않았고 될 만큼의 인맥도 없어서ㅋㅋㅋㅋㅋ 결국 공고가 나온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했다.
가장 가고 싶던 곳(B)은 TO가 없었다. 두 번째로 가고 싶던 곳(D)은 TO가 있었다. D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내정자가 있는지 알아봤다. 그곳의 관리자 중에 아는 분이 계셔서 연락을 드렸더니, 네가 마음이 있는 줄 알았다면 내정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하셨다. 이미 내정자가 있었던 거다. 그때가 제일 심란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빈말일 수도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렇지만 1주일이라도 먼저 연락을 드렸다면 D로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그때는 너무 강하게 들었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선배님이 D에서 근무하고 계시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그러면서 이 이유로 심란해하는 나 자신에 대한 회의와 혐오가 또 마구 들었다. 엄청 깨끗한 척해놓고 이게 뭔가 싶어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직을 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가고 싶던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곳들을 두고 고민을 했다. 더 가고 싶은 곳이 있었고, 더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곳이 있었다. 원서를 내는 날까지 고민하고 또 하다가 결국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더 있어보였던 곳에 지원했다. 지금 직장에는 알리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조용히 썼지만 관리자분들의 허가가 있어야 했기 때문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여러 분들이 알게 됐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너무 싫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했던 건 한 관리자분께서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는 것이다. 원래 좋아하던 분이지만 이번에 진짜 좋으신 분이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그 외에도 도와주신 선배들이 계셨어서 지금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 그리고 10월 31일에 줄드 2집이 나와가지고 피폐해진 정신을 붙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준형님 목소리 진짜 너무 보물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타 연주도 훌륭하시지만 준형님 목소리 정말 너무 감동이고 너무너무너무 소중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덕분에 이직하게 되어서 지금은 현재의 직장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는 중.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지는 않아서 최대한 마지막까지 조용히 끝내고 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여튼 이런 상황들로 인해 심리적 여유가 없었음. 포스팅을 하려면 자리잡고 앉아서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일이 너무 많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거리두기가 안됐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 안에 가득 차 있어서 나한테 일어난 일들, 지금 내 상황, 내 마음, 같은 게 잘 정리되질 않는 거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나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이정도라도 쓸 수 있는 걸 보니 많이 괜찮아졌나보다 내존재? 다행이다 나자신??
참 주저리주저리 길게도 썼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간 2021년을 맞은 나는 앞으로 더 가볍게, 더 자주 포스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트위터를 다시 써볼까 하고 오랜만에 접속했다가 또다시 마음이 어두워진 채로 로그아웃했곸ㅋㅋㅋㅋ 지금 상태로는 트위터를 쓸 수가 없다. 인스타는 북스타로만 쓰고 있어서 그 이외의 이야기를 쓸만한 sns가 딱히 없다. 그래서 티스토리를 자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트위터 쓰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써야겠다고. 가끔 쓰니까 이렇게 길게 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브런치를 써볼까 싶다. 티스토리는 나에게 굉장히 개인적인 공간이면서 덕질하는 공간;이다보니까 직장 얘기를 구체적으로 하기는 힘들다. (할 마음도 없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년에 직장에서 자기혐오에 시달리면서 직장에서의 고민을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 나이가 올해 몇갠데(…) 자아성찰능력도 제발 좀더 높이고.
요즘은 아이들 덕질을 소소하게 하고 있다. 전소연을 좋아해서 데뷔 때부터 좋아했었는데 퀸덤으로 더더욱 좋아졌다. 퀸덤 때 AOA 참 좋았었는데 AOA는 훅갔고🤔 뭐 퀸덤 때도 제일 좋았던 것은 아이들이었음. 싫다고말해랑 라이언 너무 최고여가지고🥳🥳🥳🥳🥳 블랙핑크 여자친구 레드벨벳 에이핑크 아이들 비슷비슷하게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독보적으로 가장 좋음. 얘들 너무 귀여운데다가 노래도 안좋은 게 없어서 삶의 질이 올라가는 느낌이다. 역시 덕질이 최고입니다. 쓰다보니 이승열씨 보고싶어지네.
마지막으로 작년에 읽기 시작했던 '언니밖에 없네'의 한 구절. 진짜 좋은 책이다. 저 소설은 정세랑소설가님의 '퀴어 오브 아미' 중 일부이고 연두색 책갈피는 책 안에 들어있던 것. 저 책을 작년 12월부터 읽었었는데,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아프지 않기를, 걱정 같은 건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모두 잊을 수 있는 가벼운 것들뿐이기를.'이라는 문장이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울컥했었다. 올해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두 이러했으면 좋겠다. 부디 다들 아프지 않기를, 걱정 같은 건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모두 잊을 수 있는 가벼운 것들뿐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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