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지난 달엔 책을 매우 적게 읽었다. 3월이니까. 정신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니까. 돌이켜 보면 여덟 살 이후로 나의 3월은 늘 그러했으며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주중의 근무일 중 이틀을 제외한 모든 날에 야근을 했고(8시 출근 9시 반 퇴근의 연속-_-) 야근을 하지 않은 이틀은 승열오라버니 공연에 다녀왔으며 주말과 일요일에는 밀린 잠을 자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읽은 책이 많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거 어째 쓰다 보니까 변명같은 기분이 드네-_- 변명할 일도 아닌데 왜이렇게 주절주절 하고 있담. 어쨌든 이러이러한 책들이 내가 3월에 읽은 것들이다.
★ 3월에 가장 좋았던 책 : 백수생활백서 (박주영, 민음사)
책 |
짤막 감상 |
|
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북폴리오)
여전히 꾸준하게 한 달에 한 권 이상씩 꼭꼭 읽고 있는 온다 리쿠의 책들 중 오랜만에 '이건 좀 괜찮네'하는 생각을 하며 덮을 수 있었던 책. 처음 줄거리 소개 보고서는 무지하게 진부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다. 상대를 인정하고 그와 멋지게 경쟁하며 그로 인해 성장해 나가는 언니들의 모습이 맘에 들었다. 보통의 드라마처럼(<이브의 모든것> 같은) 치고받고 머리끄댕이 쥐어뜯으며 싸우고 미워하고 물고뜯었더라면 정말 화났겠지 ㅋㅋㅋ 무대와 배우들에 대한 온다 리쿠의 애정과 팬심(!!)이 느껴져 왠지 훈훈했다.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빛의 제국 그 후의 이야기들을 떠올린다면 이어지는 이야기따위 없는 게 나을지도-_-
|
|
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밝은세상)
작년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동생이 기욤 뮈소의 또다른 책을 읽고 싶다 하여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나는 뭐 그때도 그냥 그랬고 이번에도 그냥 그랬는데 이 책보다는 지난번 책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지난번엔 아예 황당한 얘기라 차라리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황당한 얘기를 과학과 의학으로 포장해 놓으니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느낌이 들고. 다른 책이나 영화에서 쓰였던 말을 한 구절씩 각 장 앞에 갖다붙여놓는 구성도 '또 써먹냐'는 느낌이 들어 좀 식상했다. 동생의 감상은 "이사람 시간여행 하는 거 되게 좋아하네" 하하하하하.
|
|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로버트 뉴턴 펙, 사계절)
지난 달에 인상적으로 읽었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그 후의 이야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소년가장으로 살아가는 로버트의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간다. '로버트에게 닥친 불행과 어려움이 아름답게 해결되어 로버트는 베키와 사이좋게 지내며 농장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결말 대신 현실적인 결말을 택한 작가의 용기가 이번에도 인상적이었다(자전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결말을 쓸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긴 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으면서 너무도 담담한 목소리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이야기하는 로버트의 목소리가, 그 때문에 더 마음아프게 와닿았다.
|
|
백수생활백서 (박주영, 민음사)
주위 친구들이 너무 좋다고 했던 책을 너무 늦게야 읽었다. 나도 좋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니 이렇게 좋은 책을 쓴 박주영이 왜 두 번째 책은 그렇게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는 참 별 인상 주지 않는 책이었던지라-_-)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느껴지게 만드는, 나이를 먹을 수록 자주 만날 수 없는 책들 중 한 권. 내 나이가 ****이라서 그런지 나도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서연이의 삶이 부러워서 그런지 서연이와 나의 취향에 공통점이 많아서 그런지 공감가는 구절과 와닿는 구절과 맘에 드는 구절이 하나하나 다 적을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여기 나온 책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
4월엔 몇 권이나 읽으려나. 우선 지금 읽고 있는 책 두 권을 빨리 다 끝내고(너무 오래 읽고 있다ㅠ) 지난달에 빌려놓은 책들도 좀 부지런히 읽어서 이번엔 도서관 기한 넘기지 말고 지지난달에 욕심내어 산 책들도 슬슬 좀 읽고-_- 악 정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읽을 책도 이렇게 많으니 어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