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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현기영, 창비)
지난 달에 이명원의 평론집에서 현기영에 대한 글을 읽고 이 책을 제대로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황석영의 <손님> 생각이 나기도 하고 기분 참......(물론 하나는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집단살인이고 다른 하나는 '민중들'이 직접 서로를 죽이고 서로에 의해 죽임당한 이야기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에서는 4.3 사건을 '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정치 세력이 대한민국의 성립에 저항한 반란'이라 규정했다던데, 그 사람들한테 한 번 읽어보라고 누가 좀 갖다 줬으면 좋겠다. 내가 주긴 싫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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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각들 (타블로, 달)
타블로나 에픽하이를 특별히 많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싫어하진 않는데 타블로는 여러 커뮤니티들에서 펑이 일관되게 나빠 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긴 하다) '열아홉 스물 때 쓴 소설'이라는 말에 약간은 치기어린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하며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꽤 좋았다. 건조하면서 깔끔한 느낌이 맘에 들었고 몇몇 작품을 읽을 때는 카버 같다는 느낌도! 영어를 못하기로 소문난-_- 나에게까지 매우 오랜만에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 주었다. 이적이 냈던 지문사냥꾼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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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시티 (케빈 브록마이어, 마음산책)
작년에 신문의 신간 소개란에서 보고 참신한 상상력이 마음에 들어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 사람이 죽은 후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기 이전에 '시티'라는 곳을 거친다는 것, 그리고 그 '시티'에는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 이만이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 소설의 기본 전제다. 로라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는데 시티에 남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보다 덜 재미있었다. 시티에 남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좀더 치밀하게 잘 얽혀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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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다이라 아스코, 문학동네)
표제작인 <멋진 하루>는 작년에 전도연과 하정우가 나왔던 동명 영화의 원작이다. 애드리브 나이트, 온리 유, 맛있는 물이 숨겨진 곳,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해바라기 마트의 가구야 공주 등 다섯 편의 단편이 함께 실려 묶여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표제작이 제일 덜 재미있었다(영화보다 덜했다고 해야 하려나. 읽고 나서 '이윤기감독이 각색을 되게 잘한 것 같군!'하고 생각했다). 찌질하고 별볼일없는 남자들 속에서 당당하고 자신있게 살아가는 언니들의 모습이 반짝반짝 예뻐보여 즐거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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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린의 아기 (필립 클로델, 미디어2.0)
친구 ㄱ님께서 사사해 주신 책. 두께가 얇고 등장인물도 별로 없어 매우 빨리 읽을 수 있었는데, 다 읽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며 '아 이랬던 거였구나...' 했더랬다. 제일 먼저 든 건 무슈 린에 대한 연민이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는 바르크와 무슈 린의 교감에 대한 회의, 마지막으로는 서양인의 관점에서 본 동양인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 내지 의심(!)이 더 컸다. 인터넷 서점에서 본 출판사 리뷰에서는 '고독한 두 사람 사이의 우정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던데, 그건 좀 지나치게 아름답고 인간적인 감상이 아닌가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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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멜랑콜리아, 암리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등 세 편의 소설이 연작으로 구성된, 꽤 오랜만에 읽은 바나나의 책. 역시나 친구 ㄱ님께서 하사해 주셨다. 순정만화같으면서도 신비주의(?)적인, 꽤 익숙한 느낌. 죽은 사쿠의 여동생 마유가 약간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계속 살아가야 할 따름이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지나치게 이상화되거나 성숙해지지 않고, 담담히 삶의 물결에 자기 몸을 맡기면서 흘러가던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에서의 요시오와 사쿠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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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빠이, 이상 (김연수, 문학동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했다. 이경훈교수님의 근대문학 수업을 듣던 대학교 2학년 2학기 때 제목에 혹해 이 책을 골랐을 때는 '아 뭐 이렇게 어렵고 복잡해ㅠㅠ'하면서 첫 단편인 <데드마스크>만 읽고 포기해 버렸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잃어버린 꽃>도 재미있고 <새>도 재미있어 약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달까. 그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조금은 더 나아진 걸까, 흠. 진짜로 이상의 '미발표 오감도 연작'이 어느 날 갑자기 발견된다면 참 재미있을텐데 하는 생각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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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치킨 (하 진, 현대문학)
재작년 즈음 <기다림>을 읽고 흥미로운 작가라고 생각했었는데 도서관에 갔다가 운이 좋게 막 나온 신간을 골라잡을 수 있었다. 중국에 들어온 미국식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게 된 사람들이 낯선 자본주의를 처음으로 접하면서 '삽질하는' 모습을 유쾌한 필치로 우스꽝스럽게 그린 표제작이 재미있었고, 주위 사람들의 눈초리 때문에 마음먹은 복수를 끝끝내 실행하지 못하는 인물을 그린 '고향 사람'도 기억에 남는다. 꽤 진지한 작가라고만 생각했던 하 진의 유머러스한 면모를 엿본 기분인데, 두 측면 모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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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낚시-김영하 영화이야기 (김영하, 마음산책)
김영하의 '쏘 쿨'한 영화 에세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러브레터, 주유소 습격사건, 시네마 천국 등등등 열 여덟 편의 영화에 관한, 또는 영화를 소재로 했을 뿐 사실은 김영하 자신에 관한 글을 엮어 만든 책이다. 몇 부분에서 피식 웃기도 했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빌려읽을 만한 책'. (그래도 인터넷 서점의 평점은 꽤 높더라. 아무래도 난 점점 인터넷 평점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인간이 되고 있는 듯) 어떤 구절을 읽으면서 아, 이 사람은 이 지점에서 나와 완전히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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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온다 리쿠, 북폴리오)
간바라 메구미의 첫 번째 모험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메구미의 쌍둥이 누나가 등장하는 두 번째 모험은 작년에 이미 읽었으니 거꾸로 읽은 셈이다. 메구미와 메구미의 친구 미쓰루, 스콧이라는 서양인, 세림이라는 동양인 총 네 명의 주인공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동양의 한 공간에서 일 주일간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두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부터는 급속히 뒷심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어서 좀 아쉬웠다. 온다 리쿠는 아주 밝은 얘기나 아주 무거운 얘기보다는 어두운 듯 밝은 얘기나 밝은 듯 무거운 얘기에서 매력을 발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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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야 (와카타케 나나미, 북폴리오)
도서관에서 별 기대 없이 집었다가 인물 소개 부분이 마음에 들어 빌렸는데 예상외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바다 속, 겨울 이야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살인 공작, 네 탓이야, 프레젠트, 재생, 트러블 메이커 등 여덟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무라 아키라가 사건을 해결하는 편, 고바야시 슌타로가 해결하는 편이 번갈아 나오다가 마지막 편인 '트러블 메이커'에서 둘이 만나면서 책이 끝난다. 다음 편도 기대된다~하면서 인터넷 서점에 갔다가 예상보다 낮은 독자 평점을 보고 더더욱 평점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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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빵파랑 (이우일, 마음산책)
2월에 읽은 많은 책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책. 하지만 읽은 후의 느낌은 꽤 유쾌했고 '이 책은 다시 한 번 봐도 많이 지루하진 않겠다' 싶었다. 이우일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짤막한 글과 그림 혹은 사진을 함께 실어 만든 책인데 경쾌하면서도 시종일관 명랑해 읽는 나의 기분도 함께 명랑해졌다. 한때 (이우일과 선현경의 딸인) 은서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즐겨 봤었는데 오랜만에 은서 웃는 사진을 보니 혼자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컸겠지? (아참, 카프카를 빼먹으면 안되지. 카프카 역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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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들의 대한민국 (우석훈, 웅진지식하우스)
생태주의적 건축에 대한 고민과 전혀 생태주의적이지 않은 한국 건축/개발/건설 현장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읽기 전엔 꽤 무겁고 심각한 내용이리라 짐작했는데 예상외로 쓱쓱 쉽게 잘 읽혔다. 내용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어렵게 쓰지 않은 글이기 때문인 듯. 한숨도 많이 나왔고 성장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 조금은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현재의 직선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의 도출이 우리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 덕분에 그나마 희망적인 기분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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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녘 백합의 뼈 (온다 리쿠, 북폴리오)
작년에 읽고 '엥?' 했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그 후의 이야기. 리세가 아버지의 학교를 떠난 후 고등학생이 되어 지내다가 어느 날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보리의~>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리고 <보리의~>를 읽은 후 받았던 미진한 느낌을 채워주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첫 번째는 그럭저럭 만족이었고 두 번째는 불만족.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은 후 내 동생은 "이사람 책은 결말이 허구헌날 왜 이모양이야?"라며 집어던졌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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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톨스토이, 인디북)
사실 이런 건 좀더 어렸을 때 읽었어야 했는데 이 나이가 되서 읽다니...쯧;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보 이반',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등 잘 알려진 톨스토이의 단편 외 '버려 둔 불꽃이 집을 태운다', '두 노인', '수라트의 찻집' 등 열 두 편의 단편들이 묶여 있다.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 읽어주는 듯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었다. 중간중간 그림도 있어서 더 그런 기분이 들었던 듯. 그런데 크리스챤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겠다는 생각도 잠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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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로버트 뉴턴 펙, 사계절)
사계절에서 나온 1318성장소설 중 세 번째로 읽은 책인데 가장 만족스러웠다. 우리 나라의 성장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 인물이나 소재 등이 꽤 비슷비슷해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는데 그에 비해 외국의 성장 소설은 주인공이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으면서도 소재나 인물의 면모 등에서 훨씬 다양성을 보여 주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그만큼 한국 청소년들이 다양하지 못하며 한국 사회가 획일적이고 닫혀 있기 때문이겠지). 뒷얘기인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도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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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아트북스)
'마코토'라는 단편소설, 도쿄에서 김영하가 찍은 사진, 그리고 짧은 에세이 몇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여행산문집. 맨 앞에 실려 있는 소설은 솔직히 별로였고-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취향인데, '여자의 적은 여자'류의 이야기들은 몽땅 다 싫다. 그 소설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뒷쪽의 에세이는 소설보다 훨씬 나았다. 한때 로모나 펜 같은 것에 눈독들였던 적이 있기 때문인지 롤라이35에 대한 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생명이 없다고 생각하는 기계와도 정을, 감정을, 느낌을 나누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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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후마니타스)
이 책에 대해서는 블로그에도 주저리주저리 썼기 때문에 특별히 더 할 말이 없어야 할 것 같은데...음. 읽을 만한 책이었고, 개정판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ㅈㅈㄷ들께서는 'MBC의 문제는 무엇인가' '미디어법 통과 이후 아름다워질 우리나라 언론환경' 따위의 주제로 특집기획 좀 그만 하고 시대적 요구와 필요에 부합하는 특집기획을 마련해서 열심히 좀 하길 바란다. 그러면 내가 너희 욕 안 할게. 2007년에 나왔다는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진보, 개혁의 위기를 말하다>도 읽어보고는 싶은데 ㅁㅂ정부 들어선 이후 바뀐 게 너무 많아 읽다보면 슬플 것 같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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