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팝] '공동경비구역 JSA'의 영화음악가 방준석

2007. 7. 25. 10:48🌜/푸른 달, 멍든 마음

자그마치 2000년(-ㅅ-;;)의 완전 옛날인터뷰. 녹취한 걸 안 다듬고 글로 그냥 풀어버린 듯한; 구어체.
일부러 준석님 말투를 살리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ㅎㅎ 암튼 재미있다.
그러나저러나 이 인터뷰의 백미는...역시 사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석님 너무 귀여우심!!!!!!
저만큼이나 짧은 머리는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볼때마다 괜히 행복한 거다. 흑흑 ㅠㅠ




'공동경비구역 JSA'의 영화음악가 방준석- 길 위에서 그를 만나다.

"음악, 그건 제가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길. 길이라...
그를 만나고 되돌아오는 내내 '길'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음악을, 자신이 걸어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그. 솔직히 이제 막 삼십 줄에 발을 들이민 그에게서 이런 답변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특히 요즘처럼 좀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아 눈치 빠르게 옮겨 다니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는 때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의 인생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인지 그의 말은 좀더 묵직하게 다가와 내내 머릿속을 뒤흔들고 있다.

연일 극장가에 화제를 뿌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더불어 라디오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와 영화 속에 흐르던 사운드트랙들. 그 번잡스러움이 일상으로 다가올 무렵, 우리는 그 번잡스러움 덕분에 영화음악가 방준석을 만날 수 있었다. 압구정동 뒷골목의 어느 한적한 야외 까페에서. 방준석. 우리의 기억 저만치로 달음박질쳐 버린 U & Me Blue의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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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운 거 같아요. 막상 나온 거 보면요. 만족은 생각도 못해요, 거리가 먼 거 같아요. 하하"
사람들이 <공동경비구역 JSA>의 영화음악에도 관심들이 많더라는 말을 전하며 앨범 작업에 만족하느냐고 묻자 그는 정말로 쑥스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머리를 길러 어깨까지 길게 늘어뜨렸던 U&Me Blue 시절과는 사뭇 다른 헤어스타일. 먼저 그와의 만남을 주선한 <공동경비구역 JSA> 작업에 대해 몇 가지를 물었다.

Q: <공동경비구역 JSA>란 작품,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셨어요?
A: 일단 판문점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 대한 얘기라고 해서 딱딱하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 받고 읽고 나니까 굉장히 좋은 소재더라구요. 좋은 소재고. 일단 거기 영화 포스터에도 보면 나오지만 휴먼 미스테리 어쩌구 나왔잖아요. 휴머니티가 있는 그런 소재고 그래서 마음에 들었어요.

Q: 작업하시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A: 컨셉을 말씀 드리자면요, 감독님은 되게 에스닉한 걸 원하셨던 거 같아요. 에스닉하고 원래 기존에 있던 그런 틀에서 좀 벗어난 걸 원하셨던 거 같애요. 그래서 처음에는 에스닉한 것들을 하려고 노력을 했었는데요, 그러다가 평범하게 쓰이는 스코어링 같은 것도 나중에는 도입이 됐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역시 감독님도 아예 더 에스닉하고 더 독특하게 갔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고 그러시더라구요.

Q: 앨범을 들어보면 굉장히 독특한 악기 소리들이 들리던데요?
A: 국악기를 샘플 했었어요. 많이는 안 쓰였어요. 타악기 정도 쓰이고... 국악기처럼 들리는 것들이 있는데 국악기가 아니거든요. 오프닝이랑 몇 씬에 나오는 악기들 소리 들어보면 약간 국악기인 거 같은데 다른 나라 민속악기 샘플 떠놓은 거 가지고 작업하고 그랬거든요. 악기로 연주한 것도 있긴 있구요.

총 스무 곡이 담겨 있는<공동경비구역 JSA> 앨범에는 김광석, 한대수, 마루의 노래와 러시아 포크송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외에는 모두 방준석의 스코어 곡들. 영화의 장면 장면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연주곡들이 모두 그의 솜씨다. 그리고 사이 사이 흘러나오는 귀에 익숙한 노래들은 영화음악 선곡에 있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음악감독 조영욱의 안목. 방준석은 자신의 영화음악 데뷔작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세 작품 모두 그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조영욱씨는 음악을 만드는 분은 아니시잖아요. 선곡 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고 계신 분인데 콤비로 일을 하니까 그 시스템이 참 편하더라구요. 저 자신은. 선곡돼야 될 곡들은 알아서 선곡을 하시고 그리고 저는 만드는 곡에만 전념을 하면 되니까요. 그러니까 시너지 효과도 나는 거 같고. <텔미 썸딩>하고 <해변으로 가다>하고 이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같이 하게 된 거죠."

Q: 조영욱씨랑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A: 처음엔요, <접속> 있죠? 그 음악 수퍼 바이저를 조영욱씨가 하셨어요. 근데 그 때 제가 U & Me Blue하고 있을 땐데 저희 노래를 쓰구 싶으셨나봐요. 그 계기로 만났고 또 그거 말고도 제가 그 때 황보령이란 친구 앨범을 프로듀스를 해주구 있었거든요. 근데 그 친구 곡도 거기 수록할까 했었거든요. 그 때 만났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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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화 <텔미 썸딩>을 통해 영화음악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물론 이전에도 U&Me Blue 시절의 노래 '지울 수 없는 너'가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삽입되기도 했었고 영화 <꽃을 든 남자> 작업에 이인이라는 이름으로 참여, 주제곡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영화음악에 맛을 들이게 된 건 영화음악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스코어 작업에 손을 대면서부터. 영화 <텔미 썸딩>을 시작으로 그는 영화음악이라는 헤어나올 수 없는 마력의 힘에 휩싸여 버렸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요, 영화에 관심이 굉장히 많은 거 같애요. 영화란 매체도 굉장히 힘이 있는 매체잖아요. 예술이고. 거기에 참여를 하고 싶어하는 거 같애요. 저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하게 된 거 같애요."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게 된다는 영화음악. 그렇다면 동경하던 영화음악을 직접 해보고 난 후의 느낌은 어땠을까? 그는 그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예요. 일단 너무 힘든 거 같아요. 할 때마다요. 할 때마다 아 이거하고 이제 영화음악은 당분간 하지 말아야지. 그럴 정도로 힘들 거든요. 일단 음악이란 게 공식이 있어서 일 더하기 일은 이, 라고 딱 나오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감독님도 있고 제작하시는 분도 있고 스텝들도 여러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 어느 정도는 만족을 해야되는 거거든요 .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많지도 않구요. 한국 지금 영화 만드는 여건상...<텔 미 썸딩>하구요, 야 진짜 당분간 하지 말아야지, 그랬는데 또 했거든요. 그리구 <공동경비구역 JSA>도 하고. <공동경비구역 JSA> 할 때만 해도 또 당분간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또 할 거 같애요. 연말쯤에."

'이제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매번 그의 결심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마약처럼 그를 잡아끄는 영화음악의 매력은 바로 이것.

"진짜, 아 이번에는 잘 만들어야지, 진짜 멋있게 만들어야지...그런 나름대로의 욕심이 있기 때문인 거 같고. 매력...다른 분들은 뭐라고 그러세요? 매력이란 건 그렇겠죠. 영화 만들면서 많이 배우거든요. 배우는데 화면마다 소리가 어떻게 맞춰지고 또 음악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 또 어떤 음악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에 따라서 이 무드가 180도 왔다갔다 해요. 그런데 잘 맞았을 때 화면이 확 살면요, 어우 그 때는 되게 기분이 좋죠. 그게 매력인 거 같아요."

Q: 어떤 영화음악이 좋게 느껴지세요?
A: 영화음악 하게 되면서부터 영화를 봐도 세심하게 보게 되고 귀 기울여 영화음악 듣게 되고 그러는데 좋게 느껴지는 건요, 훌륭하고 안 훌륭하고 그런 거는 모르겠고, 좋게 느껴지는 거는 영화음악에도 어떤 나름대로 공식이 있는 거 같애요. 이런 씬에는 당연히 이런 음악이여야 돼 ... 근데 그런 거를 좀 무시하고 독창적으로 풀어나가는 거 보면요, 굉장히 멋있는 거 같아요.

Q: 인상에 남았던 구체적인 작품이 있으시다면요?
A: 인상에 남았던 거요? 인상에 남았던 게 몇 개 있는데요, 최근 중에는 <매그놀리아>라는 영화 ... 그리고 예전에 <쉰들러 리스트>는 누구나 영화음악 만으로 놓고 봐도 되게 훌륭하다고 보잖아요. 그거 정말 훌륭한 거 같아요. 그리고 뭐, 너무 많아요.

음악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일단 솔깃해 할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그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몇 개 대라'고 채근하는 것은 분명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 어느 순간에 이르기까지 늘 그의 곁에 머물고 있는 음악에 관한 추억들. 그의 기억 창고를 뒤져 그 추억의 한 자락을 붙들어 보기로 했다.






- 원문링크: http://music.ipop.co.kr/cgi-bin/magazine_closeup_view.cgi?m_id=1878
-매그놀리아 음악도, 쉰들러 리스트 음악도 좋지만, 준석님 음악도 진짜 좋아요! 계속 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