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009, 이즈음에.

한글날이다.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 날은 구글의 로고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찾아보곤 한다. 오늘도 역시 구글은 내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깜찍한 로고를 메인에 띄워놓았다.

한글로 Google을 나타내보려 한 듯. 외국인들이 보면 그럴싸하려나ㅎ

검색 결과가 나오는 화면에도 훈민정음이 떠 있다. 귀여워라ㅎ

다른 포털사이트들은 어떻게 되어 있나 한번 뒤져보았다. 한글날 특집 로고들. 하지만 검색 화면까지 한글날 버전으로 바꾼 사이트는 없었다. (그나저나 파란은 안 본 사이에 메일 용량이 5G로 펄쩍 뛰었더라. 프리챌과 드림위즈는 아직도 존재했다. 놀랍게도!!!)

파란과 드림위즈는 세종대왕의 얼굴도 거의 비슷하다. 야후는 꿋꿋이 영어로ㅎ

우리의 자랑이라고, 아름다운 말이라고 이런 날에만 추켜세우며 가식떨지 말고, 평소에 잘해라, 평소에! -라는 생각도 조금은 든다만,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

그나저나 어의없다, 빨리 감기 낳으세요, 이것 좀 해죠...같은 말들은 좀 안 보고 살았음 좋겠다. 이상하게 저 세 개는 어릴 적부터 싫었다; 안/않을 헷갈리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어의/어이, 낳다/낫다, 죠/줘를 마구 같이 쓰는 건 좀 그렇지 않나-_-

+ 이건 서핑하다 찾은 '외국인들의 한글날 축하 동영상'. 왠지 귀엽다ㅎ

...며칠 전 직장에서 매우 주의를 기울여 작업했어야 마땅한 문서를 대충 작업한 결과, 엄청난 오탈자들이 끊임없이 나왔던 일이 있었다. 공동작업이기는 했으나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설렁설렁 해버렸다. 그만큼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겸손하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다. 요상한 자만감 때문에! 덕분에 며칠 좀 심란했다. 우리말을 다루는 일은 보통 이상으로 할 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방 먹었다.

우리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문(!)을 전공했고 직업까지 그와 연결된고로, 매년 한글날마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나의 언어습관 반성' 따위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찰 따위 눈씻고 찾아볼래도 찾을 수 없는 형식적 압박감을 느끼는 데서 그쳤던 이제까지와 달리, 오늘은 좀 많이 반성해봐야겠다. 하루하루 조금씩 더 거칠어지고 있는 나의 '말들'은 물론이고 점점 나태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마음가짐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