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106 Music Revolution 2009 <Red Siren> 후기 ⑴

2009. 11. 8. 22:35흔드는 바람/즐기고

올해는 이상하게 이벤트 당첨운이 좀 있다. 우선 연초에 YES24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박민규의 간단한 메시지와 사인이 담긴 <카스테라>를 받았다. 상상마당의 온라인 이벤트에 당첨되어 누군지도 몰랐던 Moi Caprice의 CD를 받기도 했다(상상마당에서 자켓이 구겨지고 비닐 포장이 벗겨진 상태의 CD를 보내주어 좀 빈정상하긴 했지만). 작년까지 한 번도 받지 못했던 EBS 공감 양도는 세 번이나 받았다. 당첨되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가지 못했던 공연도 서너 개 있다(연극, 뮤지컬, 콘서트). 지난주에는 향뮤직의 Music Revolution 2009 <Red Siren> 초대 이벤트에 당첨, 정말정말 가고 싶었던 공연에 다녀왔다. 유후!


'뽑히면 가고 안뽑히면 안가겠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벤트에 응모할 때도 많은데, 레드 사이렌은 정말 가고 싶었다(이벤트 당첨 안 되면 예매해서 갈 생각이었다). 지난번 포스팅에도 썼지만-무지 가고 싶었던 작년 공연을 못 간게 아쉬웠었고, 이렇게 좋은 기획의 공연이 단발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려면 내 머릿수 하나라도 더 보태야겠구나 싶기도 했다. 향뮤직의 당첨 전화를 받던 날 얼마나 기뻤던지 하하하. 직장 동료님들과 저녁먹다가 급행복해져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친절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외쳐댔더랬다. 향뮤직 알라뷰!!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사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고 유쾌했으며 바드의 음악은 눈물나게 아름다웠다(실제로 눈물났다ㅋㅋ). 오지은과 안치환은 엄청난 흡인력으로 비루한 나를 빨아들였고 한음파는 격렬하고 뜨거웠다. 무엇보다 그 다섯 무대가 모두 좋았고 의외로(!) 조화로워 돌아오는 길 내내 행복했다. 그들의 음악, 음악 속의 메시지, 음악과 음악 사이의 발언에 이르기까지 대충 흘려 들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면 지나친 찬사일까.


물론 그 무대에 섰던 이들이 모두다 굉장히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은 아니었다. 또 모든 뮤지션이 음악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이란 선동을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따위 건 선거 때의 가식적인 후보 홍보 노래로 충분하다. 


그렇지만 그 어떤 뮤지션도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음악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세상과 음악이 함께 우스워지지 않을까. 정치라는 게 여의도의 한정된 몇몇 공간에서 이 땅의 1%도 안 되는 인간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거라면 그러든 말든 상관없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나의 일상 겹겹이 정치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거시적인 것이든 미시적인 것이든간에 그 '정치'란 것이 나의 일상을 쥐락펴락하는 것임은 틀림없으니까.

 

어쨌든간 이 고마운 무대 덕분에 나는 공연이 진행되는 세시간 반 동안 맨 앞줄 구석에서 찔끔찔끔 눈물을 닦아내야 했다. 이 촌스러운 감수성은 나이를 먹을수록 심해지는 듯. 아우 민망하고 부끄러워ㅋㅋㅋㅋㅋ 

좀더 자세한 후기는 다음에 이어서. 내일 출근의 압박-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