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129 스왈로우 Sunday Concert @카페 벨로주
2009. 12. 5. 23:22ㆍ흔드는 바람/즐기고
우선 공연 끝나고 받은 기용님 사인 인증샷부터.
스왈로우 1집 Sun Insane, 2집 Aresco, 3집 It.
자세히 보면 날짜가 다 다르다. 기용님이 세 장 중 가장 먼저 3집에 사인을 하시면서 "오늘이 며칠이죠?"라고 하셨다. 갑자기 멍해져서 그냥 가만 있으려니(아 이건 뭐 바보도 아니고ㅠㅠ) "아 29일이지"하시면서 날짜를 쓰셨다. 그런데 2집에 사인하시다가 11월을 12월로 잘못 쓰셔서 급수정하시더니 날짜를 26일로 써버리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인해주신 1집엔 아무렇지 않게 '11월 26일'이라고...하하; 그 결과 11월 29일날, 12월 6일날, 11월 26일날 각각 사인을 하나씩 받은 것 같이 되었다. 뭐 상관없다. 날짜가 뭐 그리 중요하리. 그저 좋다 으하하하하.
사실 일요일 공연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일요일날 잘 쉬어도 월요일은 아침부터 바쁘고 정신없다. 월요일이 힘들면 일주일을 헥헥대며 보내게 된다. 조금이라도 덜 지치고 살기 위해서는 일요일날 조금이라도 더 잘 쉬어야 한다-는 게 직장인의 구차한 변명이다. 하지만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놓칠 수 없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번 스왈로우 공연도 그러했다. 카페 벨로주에서의 공연 이후 어떤 공연이 더 있을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허클 앨범 작업이 남았으니까) 매번 감동받으며 듣고 있는 3집의 노래들을 기용님의 쌩목소리로 듣고 싶었다. 운좋게 공연 시작 시간도 오후 4시 반이라는, 이른 시간이었고.
잔뜩 흐린 일요일, 비는 이미 그쳐 있었고. 롤링홀 주위에서 십여분 카페 벨로주를 찾아 헤매다 패밀리마트 뒷골목에서 우렁차게 흘러나오는 기용님의 리허설 소리에 우다다다 벨로주로 달려갔다. 열 명 정도가 앞에 서 있었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뒷쪽에 기용님과 루네가 앉아 있었다. 깜짝 놀랐지만 의연하게 못본 척 하고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4시 반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가져간 책을 읽기도 했다. 카페 벨로주는 처음 가 본 곳이었는데 아담하고 깔끔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대 뒤로 쭉 펼쳐져 있는 CD들. 그야말로 부러움. 중간에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베이루트의 노래를 듣고 '악 여기 되게 좋은 곳이구나'라면서, 그야말로 주관적이기 짝이 없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하루, 봄의 피로, It, 저녁의 룸펜, 어디에도 없는 곳, 두 사람, 눈온다, 비늘, 자이언트, Show가 차례로 연주되었다. 앵콜은 Hey You. 아무 이유 없이 첫곡은 Show겠거니 생각하고 왔던 데다가 봄의 피로나 저녁의 룸펜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었는데, 의외의 선곡이었다. 하지만 요즘 내가 <It>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하루라서, 당황스러움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하루의 가사는 들으면 들을수록 애틋하여 이 추운 날 나의 메마른 가슴을 푹푹 찌른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계속 꿀 수밖에 없어 그리워하고 찾아도 보는 나, 라니. 아이고.
중간에 얼마 전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드럼 송명훈씨와 서전음의 베이스 정욱님이 무대에 합류해 소리는 더욱 풍성해졌다. 정욱님이 기용님 바로 뒤에 앉아 있어 얼굴이 한 번도 안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기대하지 못했던 정욱님의 베이스라니!! 황송하였다 흑흑흑. 기용님은 초반에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셨고 후반엔 일렉기타를 연주하셨는데 역시나 ㄷㄷㄷ하였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손가락!!! 뒤에 머리만 나온 분은 서전음의 정욱님. 얼굴이 안보였어요 흑흑.
이날 기용님은 꽤 편안해 보였고, 이런저런 멘트로 내가 혼자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해결해주셨다. 봄의 피로나 저녁의 룸펜 등 여러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맨 처음 작업한 스왈로우의 곡이 봄의 피로이며, 이 곡이 마음에 들게 나오지 않았다면 스왈로우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등)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쏠쏠한 즐거움이었다. 자이언트를 부르기 전에는 올해 있었던,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표시하셨고 기용님을 키워주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자이언트에 반영되었다고. (<It> 앨범 자켓에 할머니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건 그 이유였던 것이다) <It> 세 장을 관객들에게 선물하려고 가져왔다면서 '미미한 반응을 얻고 있는 앨범'이라고 소개하시기도 했다. 으하하.
어쿠스틱 기타를 잡았을 떄도 |
일렉기타를 잡았을 때도 |
다 멋있으신 거다. 아흑ㅠㅠ |
기용님의 손에 들린 <It>. |
루네를 바라보는 기용님. |
자주 웃는 얼굴이, 좋았다 :) |
루네는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하고 무대에 올랐는데(처음 보는 머리!!!) 앨범에서와 같이 스왈로우 보컬의 한 축+_+을 맡아주었다. 눈온다 가사의 앞부분이 눈을 보며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나열한 것이라고 기용님이 설명하시자 '가사 외울 때 너무 힘들었다. 각 구절의 앞글자만 따서 외우기도 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ㅎ 이날은 키보드보다도 멜로디언 소리가 참 좋았다.
마이크에 입이 다 가렸다; 어쨌든 빨간 스웨터의 루네. 뒷쪽은 얼굴이 흐리게 나온 송명훈씨.
바이올린을 연주한 임지영씨는 기용님과의 '멘트상 부조화'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었다. '1집과 2집은 내가 연주한 부분 빼고 별로 안 들었는데 3집은 정말 좋더라, 많은 분들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임지영씨의 멘트에 기용님이 웃어야 할지 인상을 써야 할지 모를 표정을 짓던 순간은 지금 떠올려도 웃긴다ㅋㅋ 그 멘트 후에도 3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눈온다와 나는 고요하다를 꼽아, 기용님의 솔로로 이루어진 곡들에 대해선 특별히 좋다는 언급을 하지 않는 근성을 보여주기도! 첫 두 곡에서는 임지영씨가 핀마이크를 사용하여 콧바람 소리가 곡에 섞여 들어갔는데(기용님이 첫곡 끝난 후 이게 뭔 소린가 놀랐었다고ㅎ) 중간에 마이크 위치를 바꿨던가? 암튼 조정을 한 후에는 콧바람 소리 대신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공연장을 채웠다.
스왈로우는 1월에 민트페스타에서 공연을 갖고, 또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단다. '활발한 공연'을 하실 것 같진 않다. 우선 다음주 허클의 옐로우 콘서트가 있을 거고, 허클 5집도 계속 작업중이실테니. 하지만 이런저런 무대에서 스왈로우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간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능하면 벨로주 공연 때처럼, 작고 소박한 공연이었으면 좋겠다. 카리스마넘치는 허클 공연에서의 기용님은 절대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나의 이선생님-_-) 같은데, 이 날은 여전히 존재감있으면서도 털털하고 여유있는 느낌이어서 색달랐다. 공연 내내 웃는 모습을 많이 보이셨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제 기용님의 웃는 얼굴을 봐도 더이상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이 날 공연의 수확 중 하나ㅋ
기분좋은 마음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그 날. 일주일이 지나 떠올려봐도 좋은 기억이다. 일주일 후, 옐로우 콘서트를 보고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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