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3 음악취향Y 콘서트 @살롱 바다비 (1)

2010. 1. 31. 23:18흔드는 바람/즐기고

1월 23일 토요일, 바다비에서 음악취향 Y에서 선정한 뮤지션들과 함께하는 두 번째 Y-콘서트가 있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리어카처럼 돈독한 한국대중음악>이라는, 엄청 긴 부제가 달린ㅎ 2009년의 신인 밴드 두 팀과 그 해 훌륭한 앨범을 발매한 세 팀, 그리고 특별게스트 한 팀이 무대에 올랐다. 대충 열 시쯤 끝나리라 생각하고 갔던 공연이 열 한 시가 넘어서야 끝났을 만큼, 그리고 공연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시계 볼 생각을 못 했을 만큼 꽤 풍성하고 알찬 시간이었다.
 

꼬질꼬질 바다비 깃발. 공연하다가 누군가가 저 피아노를 치기도 했는데...누구였더라;


맨 처음에 무대에 올라온 뮤지션은 조길상 씨. 이 날 처음 이름과 음악을 들어보았는데 작년 10월에 EP를 발매한 신인 뮤지션이라 했다.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EP에 수록된 노래들을 들려주었다. 조길상을 소개했던 음악취향 Y의 필자분은 김광석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라고 했는데...음, 그보다는 좀더 밝고, 좀더 젊고-혹은 어리고, 좀더 덜 야문 느낌이었다. '문득'이라는 노래가 가장 좋았다.

마지막 곡, '문득'. 기타와 하모니카.


두 번째로 나온 폰부스. 헤비죠님이 폰부스를 검정치마와 비교하며 소개했는데, 검정치마가 '한국 음악 같지 않은 한국 음악'이었다면 폰부스는 '100퍼센트 한국 음악'이라며 2009년 가장 뜨거웠던 신인으로 검정치마가 많이 꼽히지만, 자신은 단연 폰부스를 첫손에 꼽는다고 칭찬했다. 난 검정치마를 2008년 신인이라고 생각하기에 크게 공감하진 않았다만ㅎ 폰부스 음악을 좀 들어보고 싶었던 터라 기대했다.

저 스티커 구석의 생명체는 1집 자켓에 있는 그 생명체인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보다 나이어린 뮤지션들이 많아지는데; 생물학적 나이따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솔직히 나보다 어린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게 되면 '음 애들이군 귀엽군' 하는 마음이 되어 버린다. 연주 경력이나 무대 경험의 차이가 나이와 아주 비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관계없는 것도 아니다보니 좀더 너그러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앨범을 '기꺼이' 사게 되진 않는다. 핑크엘리펀트도 그랬고 파블로프도 그랬고 포니도 그랬고 폰부스도 그렇고. 왜그런지 모르겠다. 이상해-_-

베이스 박한. 가장 눈에 띄던 비주얼ㅋ

보컬 레이져, 나름 귀여웠음. 뒷쪽은 드럼 또치.


어쨌든 공연은 기대한 것처럼 활기있고 쌩쌩했다. 보컬인 레이져는 어찌나 힘이 넘치던지 보고만 있어도 즐거워지더라. 생각보다 기타가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내 관점에서 어린 혹은 젊은 기타리스트들을 볼 땐 앞에서 쓴 그러그러한 이유로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만족도가 종종 높아지는지라 '폰부스 기타 엄청 잘해!'라고 단정짓긴 좀 그렇지만 느낌이 좋았음. 1집도 제대로 못 들어봤는데(Come to the Fight 정도밖에) 2집이 곧 나온다더라. 2집이 나올 때까지 1집을 복습하시면서 기다려 주세요-라던 레이져의 멘트가 기억난다ㅋ

그날 부른 노래들 중 가장 이색적이었던(다른 노래들은 꽤 셌다) 꿈이 춤을 추도록.

세 번째로 나온 김마스타. 김마스타 공연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만담을 즐기는 가수인줄 몰랐다ㅋㅋ 당연히 쓰고 나오리라 생각했던 선글라스도 없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부담없는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서는 계속 관객들을 웃겼다. 자신이 5년 정도 1년에 100번 이상 공연을 했는데 그러고 나니까 노래를 하기가 싫어진다면서ㅎ 곧 홍대 놀이터 근처에 김마스타홀을 열 예정인데 거기서 계속 공연을 할 거라고 했다. 인디에서 라이브앨범 나온지 10년이 넘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이 내야겠다고 마음먹어서 올해 나올 예정이라고 했고. 허클도 올해 라이브앨범 나오는데...허클이 먼저 나오면 어쩌나.

노래하는 김마스타.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처음엔 세 곡을 부르겠다고 하더니 맨 마지막엔 '여러분이 원하시니까...'라며 한 곡을 더 불렀다. Moonlight 좋더라. 말할 땐 그냥 아저씨 같은데 노래를 시작하면 깊고 서정적인 목소리로 돌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 또 쓰다보니 길어지네. 이어진 아폴로18, (나의 메인이었던) 오소영언니와 서전음의 공연은 다음에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