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718, 이즈음에.

2006. 7. 18. 19:23흐르는 강/이즈음에

언니는 캠프를 좋아해, 아직 끝나지 않았어 :)



3박 4일의 일정은 지나갔지만, 캠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제 대강 했지만 여전히 뒤죽박죽인 짐 정리가 남았고. 결산이 남았고. 보고서 작성이 남았고. 평가회의가 남았고. 전체 뒷풀이가 남았다. 오늘은 자기 전까지 영수증 양식을 숙소에 보내고 출석확인서를 참가자에게 보내야 한다. 아, 여성재단에 전화해서 돈도 달라고 해야 해 -ㅅ-;;; 평가회의 준비도 해야 하고.

윽. 다녀오면 다 끝난다고 생각했었는데. 잘못 생각한 게지.



...사실 좀 버거웠다.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왜이리 속을 썩이던지. 짜증이 나더라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드러내버렸다. 누구도 나에게 미안해할 필요 전혀 없는데 왜 그랬는지. 이놈의 까칠한 성격 ㅉㅉㅉ.

첫날과 둘째날, 특별히 나쁜 일도 없었는데 계속 혼자 처지고 미끄러졌다. 결국 셋째 날 아침에는 절정에 이르러 문 잠그고 우는 짓까지. 이거 원 10대 소녀도 아니고 부끄러워서 혼자 좀 풀다가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나가려고 했는데 ㅅ과 ㅇㄹ에게 딱 들켜버려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아, 민망.

더 어이없었던 건 소리내어 울고 나면 풀리겠지, 했던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려버렸다는 것. 울음 '소리'가 안 나오더라. 나원참, 별일이 다 있지. 계속 울음을 삼켜야만 했고, 덕분에 배가 불러 그 날은 한 끼만 먹었다(밥 제대로 안챙겨먹는 버릇, 오랜만에 나왔다). 헉 왜이러지, 이렇게 안풀리다니 환장하겠군, 하는 마음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냥 이야기를 하다 보니 풀렸다. 결론도 없고 해답도 없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떠들면서 따뜻한 커피를 삼킨 것 뿐이었는데, 마음 속에 고여 있던 응어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스르르 녹아 버렸다. 덕분에 저녁 즈음엔 정상 상태보다 기분이 더 좋아져버려서 "윽, 늘이 이상해졌어, 서울에선 안 저랬는데."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까지 회복됐다(기분이 좋을 때는 심술을 부리는 못된 습성-ㅂ-;;).



...떠나기 전부터 '놀러 간다' 혹은 '참여하러 간다'기보다는 '일하러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의미있는 관계들을 많이 맺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안 했었다. 사실 나에게 의미있는 관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기보다는 관계 자체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거의 없다시피 한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관계에 대해 포기하거나 체념하게 되는 부분 역시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뭐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싶어 다시 고개 주억거리게 된다.

이번에도 예상이 크게 빗나가진 않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예감 좋은 몇몇의 인연들이 있었고, 여전히 기운을 북돋워 준 관계들이 있었고, '이들이 나에게 힘이 되는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준 사람들이 있었다. 참 고마울 뿐이다.

남은 몇 가지 일들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면서 스스로를 토닥여 본다. 그 빗속에서의 엄청난 일정도 다 지나갔잖아. 이제 거의 끝날 지점까지 왔는데, 설마 여기서 쓰러지겠어? 잘 끝낼 수 있을거야. 화내지 않고 웃으면서 접을 수 있도록, 기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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