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꽃 진 자리에
2014. 1. 20. 23:55ㆍ흔드는 바람/베끼고
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무언가가 그리워질 때 자꾸 생각나는 시.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붉은 꽃잎들도, 사실은 나의 것이 아님을,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꽃잎들임을, 해가 갈수록 더 절실히 느낀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음을 기약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정성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역시, 더 절실히 느낀다. 느낀 대로, 생각한 대로, 막상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 나의 한계라는 것마저도, 점점 더 확실해진다. 그렇기에 더 그리운 것들이 많아지고 더 생각나는 것들이 많아지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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