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어떤 이론

2013. 7. 27. 17:59흔드는 바람/베끼고






                   어떤 이론


                                      장석원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날이 있고
   그런 삶도 있지 하지만
   쓰는 일이 도대체 뭐야, 뭘 쓴다는 말이야

   모호해진다는 것, 이해할 수 없다
   이 생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릴까
   다시 꽃이 피겠지만, 꽃은 아무도 알지 못하고
   꽃은 혼자서 웃는다

   우리들은 은박지처럼 머뭇거리며
   주름마다 그림자를 끼워 넣으며 검은 구멍에 삽입되며
   우리는 부정문으로 대답하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과 가질 수 없는 것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 히어로
   우리들의 길을 조종하지 장악하지 섭취하지
   졸아들지 않는 정력가가 되면서
   우리는 어둠과 스크럼 짜고 으쌰으쌰 무너지지
   조선으로 싼 밤 맛 군고구마의 단호박빛 방향(芳香)과 버석거리는 껍데기의 가벼운 온기 같은
   우리의 아이들
   어디에서 먹고 싶니 무엇을 하고 싶니 누구를 안고 싶니

   함께 그림을 그리자 검정과 하양으로
   젖은 눈으로 초원을 응시하는 수말의 콧김
   지평선으로 떠나가는 구름 떼의 머리털마다 반짝이는 빗방울
   꿈은 어디에도 없는가? It's alright
   무엇을 하더라도 무엇이 일어나도 무엇이 사라져도 무엇이 죽어가도
   It's alright

   돌아왔어 그리고 믿고 싶어
   부서진 가을과 미지수 x와 증강 현실을
   왜 우리는 떠날 수 없는가를 물으며, 묻으며
   쓰기를 멈출 수 밖에, 영원이란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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