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26 <2016 올해의 헬로루키> 결선 - 줄리아드림 @예스24 라이브홀 <1>

2016. 11. 27. 01:02🌸/꿈속에 있네

7월의 헬로루키 공감 공연과 9월의 2016 헬로루키 본선에 이어, 어제는 드디어 2016 헬로루키 결선이 있었다. 줄리아드림도 봐야 하는데다가 이번에는 자그마치 승열오라버니가 모노톤즈와 콜라보 무대도 하시기로 한 터. 반드시 가야지 절대로 가야지 나는 가야지. 


날은 춥고 눈비는 흩뿌리고 광화문에 가지 못하는 마음 한 켠은 무겁고(그래도 금요일에 갔다와서 그나마 좀 나았다!!) 길은 멀었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광나루까지 갔다. 예전에 카운트다운판타지를 보러 간 적이 있는 구 악스홀 현 예스24라이브홀. 그때는 완전 깜깜한 밤이었어서 잘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안 헤매고 네시쯤 무사히 도착. 라이브홀에 걸린 헬로루키 현수막과 벽에 쫙 붙어 있는 포스터가 잘도 보였다.


저 사진 너무 지금 안 같지 않나 하고 볼 때마다 생각함ㅋㅋㅋㅋㅋㅋ

2016 올해의 헬로루키!! 두둥두둥두둥둥둥둥!!!!


티켓팅은 네시 반부터라고 했고 이날 줄드는 여섯 팀 중 마지막, 승열오라버니는 여덟시 반 이후 공연 예정이었으므로…이때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그리고 지하철 타서 서울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 서있어야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지금 온 몸의 관절들이 다 삐걱삐걱거리는 것 같은 느낌=_= 하지만 괜찮아요 줄드도 오라버니도 함께 봤으니까요ㅠㅠㅠㅠㅠㅠ


이 앞에서 기념사진 찍는 관객들 많더라.


사실 처음에는 뒤에 좀 있다가 줄드 하기 전에 앞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이었는데(락페랑 비슷할 줄 알았다) 그래서 앞쪽에 줄서있다가 잠깐 응모권도 넣고 오고 찬 공기도 마시고 오고 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공영방송답게 질서를 강조하셔서 들어갈 때 아무때나 서는 것도 못하게 하셨… ㅠㅠㅠㅠㅠㅠ 뭐 방송으로 나갈 거니까 그러려니 하고 이해는 한다. 어쨌든 나는 무대 바라보고 오른쪽에 섰는데 박리더님 앞이기도 하지만 승열오라버니가 그쪽에 서시기 때문이기도 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하하하하하. 그리고 은근히 사진 좀 찍었는데 적극적으로 제지해주시지 않으신 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__)


당연히 내 응모지는 저 응모함에. 하지만 이거는 대상 안받아도 마음먹으면 하실 수 있는 것인 것인 것인 것…


오늘은 줄드 얘기만 쓸 거니까(심지어 승열오라버니 후기보다 먼저 쓰고 있음 세상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오라버니 사진을 먼저 정리해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경연자 우선이 더 맞는 것 같아서!!) 다른 경연팀 얘기는 나중에 따로 쓴다 치고.


본선 때 순서는 오왠-실리카겔-익시-로바페-줄드-안다영이었지만 결선 때 똑같이 할 리가 만무한 것. 이날 내 관심사는 1)이승열X모노톤즈 때 우리 오라버니가 얼마나 멋질 것인가????? 2)줄드가 자신들을 잘 모를 수도 있는 관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8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필할 것인가???? 였는데, 어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연 순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줄드 앞쪽에 줄드와 비교될 수 있거나 자웅을 확실히 겨룰 수 있는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익시나 안다영밴드나 로바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왠은 헬로루키 측에서 절대 줄드 앞뒤에 넣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3초만 생각해봐도 그렇잖아요)


가장 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팀은 실리카겔이었는데…실리카겔은 너무 독특해서 다른 밴드와 비교하기 힘들다는 느낌이라서. '비교할 수 없이 잘함!!'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물론 잘하지만요;) 그냥 종류 자체가 너무 다르달까. 김 먹다가 실리카겔을 터뜨리면 조그만 알갱이들이 잡을 수 없이 사방으로 촤라락 굴러가지 않나. 그 이미지가 내 머릿속 실리카겔 음악의 이미지와 매우 비슷하다. 한땀 한땀 잘 세공되고 조직된 듯한 줄드의 음악과는 완전 다른 느낌이란 말이다?????? 그래서 실리카겔과 안붙어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하필이면 로바페-오왠-안다영밴드-익시-실리카겔-줄드. 아이고 야…


그리고 8분이란 시간도 좀 애매하다고 느꼈던 게…사실 8분 전체를 한 곡으로 쓰는 것보다 4분짜리 두 곡을 임팩트 있게 착착 하는 게 경연에서는 더 깊은 인상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줄드는 4분짜리 곡 두 개를 할 수가 없지요…그렇지만 실리카겔은 너무 두 곡을 하겠죠…그래서 실리카겔 공연을 잘 보다가 갑자기 '아 이게 아닌데' 하다가 또다시 나도 모르게 집중하다가 또 문득 '하 이게 아닌데' 하기를 반복함. 아나 왜이렇게 혼자 경쟁심느끼면서 공연을 본 거지. 미쳤는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런 내 작은 마음 따위 분리수거하라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줄드는 무대에 올라왔다. 열심히 세팅하시는 동안 줄리아드림의 소개 영상(이라고 해야 하나;;)이 방송됐는데.



미국 갔다 오신 다음날이라고.얼마나 피곤하셨을까…ㅠ


저렇게 큰 화면에 리더님과 멤버들이 나오니까 되게 반갑더라ㅋㅋㅋㅋ 화면 볼때마다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하하하. 그런데 진짜 좋은 건 그 다음부터 이어졌으니.


아 대박…공유 대신 리더님이 카누 광고 찍으시는 걸로……………

누가 우리 리더님 수트 입히자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__)


줄드 영상의 내용은 '줄리아드림 보험 들고 마음껏 불안해하세요(읭 글로 써놓으니 좀 이상하네;)'여서, 리더님이 보험소개자, 병규님과 상훈님이 보험 들려다가 까인 사람(;)의 역할이었는데. 솔직히 나는 진짜로 리더님이 안하실 줄 알았ㅋㅋㅋㅋㅋ 근데 너무 잘하셨고 무엇보다 이렇게 수트 입으신 걸 보니 너무!!!! 잘어울려서!!!!! 빨리 방송 보고 싶다ㅠㅠ 다시보기 올라오면 0.2초 단위로 캡처할 거다아하하하하.


영상이 끝나고 무대 위의 조명이 켜졌고, 흰 남방을 맞춰 입고 오신 세 분이 보였다. 프라이빗 파티 때가 떠오르려고 하는데, 박리더님이 멘트를 먼저 하셨다. 희생되신 분들과 지금도 광화문 찬 바닥에 앉아 계신 분들에게 이 무대를 바치겠다는, 담담한 목소리. 만선 하시려나보구나 하는 생각 하나, 너무 고맙다는 생각 하나가 동시에 들었다. 주말마다 공연을 보러 가는 생활이 이어지다보니 공연 끝나고 광화문에 못 가는 날은 죄책감이 들기도 하는데(이날은 전날 갔다왔기 때문에 덜 들긴 했다만) 이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다니 감동적이어서 눈물날 뻔.


줄드 생각하면 붉은색이 먼저 떠올랐는데, 푸른색도 잘 받으시는 듯.


모든 음악인들이, 문화예술인들이, 사회와 시대에 대해 발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윤민석이 있다면 윤상도 있어야지. 안치환이 있으면 유희열이 있어야지.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냥 다양한 존재 자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또 인형의 기사를 불렀던 신해철이 70년대에 바침을 불렀던 이였듯, 천일동안을 불렀던 이승환이 개미혁명을 부르는 이이듯, 한 사람에게 한 종류의 노래만을 강요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창작물을 수용하는 이로서의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그래서 노동자들의 집회 때 투쟁을 함께 외쳐주던 이가 '대-한민국'을 외칠 때는 배신감도 느꼈었지만-그건 어디까지나 감정의 문제. 한 번 사회적 발언을 한 사람이라면 계속 그 발언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음악이란 건, 또 예술이란 건 어떤 식이로든 시대와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문제는 그 발언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겠지. 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전제로 하는 발언이냐는 것이겠지.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면, 그리고 그 생각을 창작품으로 만들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소견을 밝히면 불이익을 받는 게 당연하고, 세월호에 관한 노래를 만들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게 국가의 업무인 사회에서 태어났고 자랐고 살아가는 내가 이런 바람을 갖는 게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마음 한켠에 없지 않다. 더 겁나는 건 후자다. 잘못된 혐오의 정서를 노래하면 솔직하고 거침없다며 떠받들여지는 이 나라에서, 사이다라는 칭찬에 취해 '거악을 비판하겠다'며 다른 이들을 눌러밟는 발언을 하는 건 진절머리난다. 그래서 때때로 두렵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 말을 할까봐,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까봐. (물론 '아냐 내가 그런 사람을 그렇게까지 좋아할 리 없어'라는 믿음이 그 두려움보다 크다.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사람도 많이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섯 손가락도 다 못채울 듯…)


그래서 이날 리더님의 멘트가 더욱 고마웠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가 내면 깊숙이 침잠하는 데만 골몰하는 밴드가 아니라, 자신과 세계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밴드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노래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서. 하고자 하는 말은 용기 있게 하는 공의로운 인간임을 새삼 느끼게 해 주어서.


낯선 표정이지만 마음에 든다.


본선 때는 전혀 안 그랬는데, 이날은 이상하게 조바심이 많이 나고 긴장이 많이 됐다. 물론 줄드는 멋지게 공연을 해냈다. 망자의 바다 다음에 만선이 이어지고, 케이서스 벨라이의 솔로가 이어지는, 리더님 말씀대로 1+2의 구성. 기껏해야 생의 배반+만선을 생각했었고 만선케이서스 벨라이를 이렇게 이으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해봤어서 예상을 할 수도 없었던 무대. 시작 전의 멘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눈물이 절로 나는 공연이었다. 희생된 영혼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는 듯, 아니 한을 담은 듯, 아니 그 한 자체인 듯 강렬하게 울부짖는 듯한 준형님의 보컬을 듣고 있으려니 숨이 턱턱 막혔다. 줄드 공연 처음 보던 날처럼 온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서 끝나고 나니 온 몸이 삐걱거리는 듯.


세 분의 연주는 항상 그렇듯이 '8시간 합주하는 팀'다워서 세 명이 이렇게 묵직한 무대를 만든다는 게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네 명이나 다섯 명이 연주하는 밴드보다 부족하다는 기분이 전혀 안 들었으니까. 검고 붉은 화면을 배경으로 케이서스 벨라이를 향해 세 분의 악기가 달려가는데, 다른 시공간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세 분을 뒤덮고 있는 음악이, 빨아들이는 소용돌이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이 공연이 끝나면 영영 못 볼 것만 같이.


이상하게 너무 긴장해서ㅠ 셔터 속도도 제대로 못맞추고ㅠㅠ초점도 나가서ㅠㅠㅠㅠㅠ 사진들이 거의다 망했는데,

이 두 장은, 엄청 흔들린 것인데도묘하게 맘에 든다. 물론 내 맘에 든다ㅋㅋㅋㅋㅋ


그런데도 계속 아쉬움이 남았던 건…음. 나는 만선케이서스 벨라이의 시작 부분이 매우 강렬하다고 생각하는데(느낌은 서로 다르지만! 만선이 비장미 넘치는 시작이라면 케이서스 벨라이는 그야말로 폭발 그 자체!!) 줄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그 강렬함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게 아쉬웠고. 줄드 공연의 최애곡인 케이서스 벨라이를 완곡으로 세상사람들이 듣지 못했다는 게 너어어무 아쉬웠다ㅠㅠ 그렇지만 줄드 세 분이 이 짜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가 분명히 있었다고 믿으며, 그 메시지에 100퍼센트 지지를 보낸다. 이 아쉬움은 내 욕심의 결과물이니까.


그리고 이건 진짜 개인적인 아쉬움인데(줄드에 대한 게 절대 아니다!!!!!!!) 지난번 써리얼 모먼츠 가서도 세 분의 모습을 화면과 함께 한 눈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행동에 옮기질 못했었다. 근데 이날은 그 생각이 훨씬 더 많이 들었다. 로바페도 그렇고 실리카겔도 그렇고 줄드도 그렇고 무대가 영상과 어우러져 관객들의 흡입력을 높였는데 영상 없는 클럽에서 보듯이 앞에서 보니까 그런 효과를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 2층에 앉아 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음. 괜히 심사위원석이 거기 있는 게 아니야 음. 하지만 아마 내일 공연을 다시 한대도 나는 앞쪽에 서있고 싶어할 것 같긴 하다. 펜스욕심ㅋㅋ (한편으론 영상에 따라 공연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영상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이게 그나마 제일 잘 나온 사진인 것 같고…ㅠ

거의 끝날 즈음. 몰두하신 표정.




으아익 원래는 사진 좀 올리고 우수상 받은 거 축하한다고 쓸랬는데 왜이렇게 길어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은 먼프 가야해서 포스팅 못할텐데…모레는 야근이고;;; 그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써야겠다 너무 길다ㅠㅠㅠㅠ 합동무대 얘기랑 수상 관련한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