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19 Surreal Moments - 스위머스, 아이러닉휴

2016. 12. 5. 20:48흔드는 바람/즐기고

사실 써리얼 모먼츠는 갈까 말까 엄청 망설였던 공연이었다. 라인업도 짱이고 말로만 듣던 대선제분도 엄청 가보고 싶긴 했는데 날짜가…하필 19일ㅠㅠ 19일이 주말인 주의 주중은 직장일이 너무너무 빡세기 때문에(그래서 16일 에반스라운지의 줄드 공연도 못갔다ㅠㅠ 17일만 됐어도 그냥 몸이 부서지든 말든 갔을텐데ㅠㅠㅠㅠ) 이 전날의 몸상태가 엉망진창일거라 예상했기 때문. 그리고 그 전주(12일)와 전전주(5일) 모두 공연을 예매해서 광화문에 못 갈 것 같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 이날은 그냥 집에서 좀 쉬다가 광화문에 가야 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5일날 줄드 홈커밍 보고 돌아오면서 안되겠다 써리얼모먼츠 꼭가야겠다 하고 다짐함. 오랜만에 본 줄드 공연이 너무 좋아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되겠다 놓칠 수 없다!!! 고 다짐하고 예매. 결론적으로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이날 공연 라인업은 (다시 말하지만) 너무 훌륭해서 어느 한 팀 빼고 갈 게 없었던 거시다 흑흑흑흑.

 

 

우선 줄드보다 먼저 공연했던 스위머스. 공연 내내 따뜻한 물 속에 잠겨 둥둥 떠다니는 듯한 (좋은) 느낌이었다. 밴드 이름이 스위머스라서 그런 건 아닌데 써놓고 보니 되게 1차원적이넼ㅋㅋㅋㅋ 그리고 조미치씨는 예전에 승열오라버니와 인디애프터눈에서 매주 같이 인디뉴스를 진행하시던 '조민경씨'라서!!!! 괜히 혼자 반갑고 그랬다(아 우리오라버니랑 같이 영어로 농담 주고받으시던 그분…매주 미칠듯이 부러워했던 그분…어흑흑흑흑). 라디오에서 목소리 들을 때의 느낌과는 달리 인터뷰에서 본 사진들은 되게 시크하고 차가운 느낌이라 읭????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매우 러블리하셔서 미칠듯한 시기심 모두 사라짐. 나란존재 왜이렇게까지 쉬운거신가…어휴.

 

내가 조미치씨 앞에 있었어서 조미치씨 사진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조미치씨에게 매우 집중하며 보기도 했음. '비둘기 기타교실' 얘기하실 때 너무 귀여우셔서 아나 스위머스 공연 또가야겠네 했다하하하하하하. 해피프라이데이라는 노래 참 좋고요 우드스탁은 진짜 좋음 제일 좋음 최고 좋음. 이날 공연 풀 영상도 있는데 외부링크가 안되어서 유튜브 주소만 옮겨놓는다 : "여기".

 

 

 

그리고 줄드 다음 팀이었던 아이러닉휴. 이날 준형님은 인스타에 아이러닉휴가 최고라며 강렬한 애정을 나타내셨는데 아니에요 줄드가 최고였어요…하지만 이런 거 따져봤자 답도 안 나오는 문제니까 관두고. 

 

아이러닉휴 라이브도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였는데 여전히 엄청 멋있으셔서 깜짝 놀람. 첫곡인 리와인드도 강렬했고 선택은 음원보다 천배쯤 좋았고 은 너무너무 감동적이어서 아무것도 아닌 나따위 파도가 부숴버리는 듯한 기분이었다ㅠㅠ 역시 한번 멋있는 사람들은 쉽게 멋없어지지 않는구나 하고 감탄함. 그러고 보면 예전엔 엄청 멋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별로야…하는 밴드가 나한테는 별로 없는 듯. 예전에 멋있었던 밴드는 오랜만에 봐도 연륜과 경험과 기술이 더 쌓여 여전히 멋있거나 더 멋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오랜만에 아이러닉휴를 보고 있으려니 탑밴드2 보면서 KBS 나쁜새키들…하고 화내던 기억도 나고 1집 때 공연 본 후 충격받아서 '아니 이렇게 잘하는 밴드가 왜이렇게 덜 유명한 걸까요ㅠㅠㅠㅠ'라며 아이러닉휴 좋아하던 지인분과 슬퍼하던 기억도 나고…그 옛날 그때는 김지훈씨가 안경쓰셨고 막 더스티블루랑 하이미스터메모리랑 같이 공연하고 그러셨었다?????????? 아나 또 언제 얘기를 하고 있는거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문득 내가 뭔가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는 건가 싶어서 1집때 검색해봄. 잘못되지 않았다 내기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릴 때는 아이러닉휴 음악 들으면서 얼음같이 차갑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다시 본 아이러닉휴는 화염을 품고 있는 얼음 같았다. 분노하지만 오버하지 않는다. 노래하는 대상과의 거리와 관객과의 거리 모두 지나치게 가깝지도 멀게도 하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한다. 바탕에 깔린 서글픔과 쓸쓸함은 짙고 진하지만 선을 넘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찰랑찰랑 흔들리지도 쉽게 쏟아지거나 흘러내리지도 않는 그 충만함. 이것이 어른의 음악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삶의 비의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가 자신의 감정에 취하지 않은 채 다섯 발짝쯤 뒤에 서서 읊조리는 노래랄까. 

 

아이러닉휴가 막 멜론 탑텐에 오르고 하는 일은 내 평생 없겠지만ㅠㅠ 아이핀같은 한국음악시장ㅠㅠㅠㅠ 이런 면도칼같은 음악을!!! 이렇게 멋진 무대를!!!! 우직히 묵묵히 계속 들려주시는 것만으로도 새삼 감사했다. 이 척박한 세상에서 이렇게까지 멋있는 음악을 계속 해주시는 뮤지션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 (아 이건 왠지 이승열씨 1, 2집 때 했던 생각 같은데…?????) 열심히 듣고 공연 찾아볼 테니 꾸준히 계속 음악해주셨으면 좋겠다. 

 

얼굴만 봐도 아 생각 많고 착한 사람이구나 싶은 느낌의 김지훈씨는 관객들이 환호할 때 너무 기분좋게 웃으셔서 같이 따라웃게 하셨다. 시국 얘기를 하시며(이 공연이 기획되고 있을 때는 '그 사건'이 터지지 않았었다몈ㅋㅋㅋ) 오늘 하루만이라도 스트레스를 풀고 가시라고 거짓뿐인 이 세상에 거짓말을 던지시기도 했다. 아이러닉휴의 시선도둑이신 현경미님을 "제 아내입니다"라고 소개하셔서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지게 하심. 마지막곡 하신다고 하실 때 엄청 아쉬워하던 남자관객에게 "여기 미친 사람이…"라고 하실 때 진심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현경미님은 너무 취저고 너무 멋있으시고 공연 내내 넋놓고 쳐다보고 있게 되는 마성의 기타리스트 엉엉엉. 언니 아니지만 마음은 언니다. 세상 멋있는 여자들은 다 언니나 마찬가지. 그래서인지 사진도 경미느님 사진이 제일 많음. 얼굴 너무 클로즈업해서 도저히 블로그에 올려놓을 수 없는 사진들도 있는데 내년부터는 그런 사진 좀 자제해야겠다…안좋은 취미야;;;;

 

아이러닉휴의 이날 공연 풀영상 주소도 링크해놓는다 :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