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5. 00:21ㆍ💙/언제나 내곁에
드디어 공연 때 사진 시작. 아니 나 이날 이렇게 사진 많이 찍은 줄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엄청 많네 ;ㅂ; 대단한 내용 없이 오라버니 사진만으로 포스팅을 몇 개 더 할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드니까 가능하면 오늘 글을 좀 몰아서 쓰고 사진은 다음 포스팅에 더 많이 올려야겠다 흐윽. 혹시라도 오라버니가 검색하시다가 이 포스팅을 발견하신다면 되게 황당해하실 듯. 오라버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봐도 뭐 크게 다를 것도 없는 표정의 사진들을 이렇게 끝없이 올렸냐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것 같은데ㅋㅋ 내 눈에는 이 오라버니도 멋지고 저 오라버니도 멋지고 암튼 그냥 이승열이 무조건 다 멋져서 막 흔들리거나 초점이 완전히 빗나간 게 아니라면 <정말 잘 나온> 걸 선별하기가 너무 어렵다.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은 이게 그나마 반 정도 고른 것이라는 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싱어송라이터, 모던락의 갓파더, 그리고 유니크한 기타리스트 이승열 :)
오라버니의 보컬만큼 소중한 기타.
오라버니의 목소리가 너무 지상의 것이 아닌 것 같다보니(정말 그렇지 않나)
보통은 보컬리스트로서의 이승열이 기타리스트보다 훨씬 부각되지만
나에게는 기타를 연주하시는 승열오라버니가 노래하시는 승열오라버니만큼 소중하고 귀하다.
이날 오라버니의 순서는 세 번째. 안녕바다의 서정적이면서도 예전보다는 파워풀해진 오프닝, 페퍼톤스의 경쾌하고 즐거운 공연 다음이라는 게 처음부터 좋았다. 앞의 공연들과 오라버니 공연의 분위기는 굉장히 다를 것이 분명하고, 그로 인해 오라버니의 매력이 관객들에게 한껏 강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시간도 오라버니의 무대와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공연에 빠져서 한동안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공연이 끝나가고, 날이 지고, 해가 저물고, 세상이 어둠에 잠겨가는 그 느낌. 이승열의 무대가 시작되기 전의 세상과 끝난 후의 세상이 다른 세상인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 두 세상 사이에서 잠시 나와 같이 머물렀던 이승열의 목소리와 존재감. 마치 승열오라버니의 음악으로 인해 세상이 바뀐 것 같은, 그런 기분을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었다.
페퍼톤스 공연 때까지는 자동차 소리가 꽤 크게 계속 들렸다. 솔직히 관객으로서는 별로 신경쓰이거나 거슬리지 않았다. 여러 야외 페스티벌에서 무대들 간의 간격이 멀지 않아 이 무대 소리가 저 무대까지 들리는 경우도 종종 경험하고 해서;; 뭐 자동차 소리 들리든 말든 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무대 위의 뮤지션들에게는 꽤 신경쓰이는 일이었을 듯. 영암까지 먼 길을 달려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공연의 빛이 '자동차 소리' 때문에 바래버리면 속상할 수밖에 없겠지. 오라버니도 약간은 신경쓰셨을 것 같은데, 오라버니 공연이 시작될 즈음에는 자동차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어쩌면 내가 무대에 빠져서 못 들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 기억 속에는 없다. 첫 곡 반주로 지나간다의 전주가 나올 때, 나는 이미 자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하하하하하하.
그리고요 오빠 이런 표정 지으시면 제가 또 자아를 잃어버려요????? 못찾는다고요??????????
아무리 봐도 이날 오빠의 스타일이 저 붉은 화면과 너무 잘어울리셨던 것임.
페스티벌이니까, 날아가 오프닝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암까지 가서 그 시간까지 버티고 있었던 이유는 오직 이승열이었고. 3월초 이후 두 달 정도만에 보는 오라버니 공연인데ㅠㅠ 뭘 불러주시든 다 좋았다. 그런데 그 첫 두 곡이 지나간다와 my own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그 두 곡에 대한 나의 특별한 애정은 예전 포스팅에도 늘어놓은 바 있어 또 쓰기가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쓰자면.
그들의 blues가 2010, 2011년의 이승열이 '인간'과 '삶'에 대해 관찰하고 생각한 것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것이었다면 지나간다는 2016, 2017년의 이승열이 '인간'과 '삶'에 관해 관찰하고 생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블루스와 달라진 점은,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에서 예전보다 짙은 애정과 연민이 묻어있다는 것. 덜 시니컬하고, 덜 유머러스하고, 어쩌면 덜 유쾌할지도 모르지만, 훨씬 더 깊어지고 넉넉해진 느낌이 난다. 그러면서도 화자의 감정 자체는 직설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인상깊었다
사람들, 또 사람들,
누구든, 그 누구든
시간 속 유령들도, 어두움도,
다리 위를 미끄러져 천천히 지나가고 흘러가네.
희한한 일이지,
젊음과 늙음이 바로 엇갈리는 그 순간
사랑을 배운다.
어떠한, 또 어떠한
미래가, 또 과거가
지금의 다리 위로 스쳐가네
사람들이 천천히 지나가고, 천천히 사람들이 지나가네
희한한 일이지,
젊음과 늙음이 바로 엇갈리는 그 순간
사랑을 배운다.
다리 위를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곳, 혹은 과거와 미래가 스쳐가는 곳이라고 본다면 이 노래는 삶에 대한 노래면서 죽음에 대한 노래겠지.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유한하기에, 나를 기다리지 않고 지나간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또다른 누군가의 곁을 지나가고, 그 누군가도 나의 곁을 지나간다. 그들의 시간의 흐름과 나의 시간의 흐름에 맞춰, 그들의 삶과 내 삶이 스치듯이 지나간다. 그렇게 삶과 삶이 서로 지나쳐 흘러가면서 한 세대의 삶이 다음 세대의 삶에 이어지기도 하고, 어렸을 때는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든 말든, 시간은 멈추지 않고 지나간다. 나 역시 지금 이 순간마저도 내 삶의 어느 풍경을 지나가고 있겠지. 그 풍경이 무엇인지, 어떻게 보이는지 하나도 모르면서.
내가 생각하는 이승열 음악의 미덕은 쉽고 흔한 격려 따위 하지 않는다는 거다. 생의 '목표'나 '종착지', '목적지'를 조준하면서 거기에 다다를 때까지 힘내라는 말은 사실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삶이란 과정의 연속일 뿐 결과 따위 없는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한다. 나 자신이 결과보다 과정을 훨씬 중시하는 사람이라서 자꾸 오라버니 노래를 그런 방식으로 읽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위로하지 않는 듯 보이는 이승열의 음악이, 그런 나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주며 얼마나 튼튼한 지지대가 되어 주는가.
모든 인간은 자신의 삶이 어떤 것이든간에 그것을 온전히 끌어안고 천천히 다리 위를 지나게 되며, 그러면서 타인의 삶과 엇갈리고 사랑을 배운다고 말해주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거대한 풍경을 보았고, 큰 울림을 느꼈다. 그래서 영암에서 들은 지나간다는 내게 큰 선물이자 축복이 되었다. 오라버니가 첫 소절을 부르시는 순간 나는 영암에 오기를 너무 잘했다고 확신했다. 그 순간에 느꼈던 감동을 또다른 곳에서 또다른 순간에 똑같이 느낄 수 있는 때란 절대로 없으리라고 예감했다. 그 확신은 현실이 되고 현재가 되어 이어져서, 지나간다 다음에 이어진 my own을 들으면서 아름다움에 몸서리쳐야만 했다ㅠㅠ asunder, fear, 노래1, 돌아오지 않아, 씨닉, 날아, 그리고 마지막 곡이었던 기다림까지…영암에서의 이승열이란 존재는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에 속한 이처럼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고, 진지하고 묵직하면서도 흡입력 쩌는(진짜 이 표현 안 쓰고 싶었지만 대체할 언어가 없다) 무대의 몰입감이란 이승열답게 압도적이어서 나는 그저 감탄만 할 수 밖에. 휴. 진짜 승열오라버니는 최고이신 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어떻게ㅠㅠ 그런 목소리를 내시냐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
뒷쪽에 영호아저씨 보임 ;)
그러고보니 이때 공연에서 멤버소개 했었나…했던 것 같긴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
어쨌든 이승열밴드의 중심 이승열씨.
기타를 내려놓으시고.
오라버니가 기타를 아예 내려놓으시고 부르시는 노래가 많진 않은데,
그 중 한 곡이 my own.
전주가 나올 때 잠깐 뒤를 돌아보셨고 (동훈씨 보셨나요…)
다시 앞을 보시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시고,
(이 사진에선 잘 안보이지만 ;ㅂ;)
상익군의 기타 반주를 들으셨다.
노래 시작하시기 직전.
(노래하실 때는 또 정신줄을 내려놓고
있었으므로 사진 못찍음ㅠ)
간주 때 다시 정신좀 차리고요…
오라버니 눈감으시고.
이 사진과 이어지는 사진 해서 총 네 장은ㅠ 진짜 잘 찍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my own은 정말 아름다운데
오라버니의 이 표정은ㅠㅠ 너무 사랑스러우시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뒤 화면은 왠지 V 자켓도 떠오르게 하고…
my own 끝난 후 멘트 시간.
물드셨는데 그건 못찍었고요.
오빠 멘트 시작하시는데 목소리 너무 멋있으셔서 대환호////
카레이서분들 퇴근하셨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우리 이승열씨 너무 멋있으신 거 아닙니까 세상에.
카레이서분들의 트랙 도시는 소리에
오라버니 목소리가 묻히면 어쩌나 하셨다고…
아이고 미소… (털썩)
카레이서분들 멋있으셨다고 칭찬하시고
앞선 두 팀(안녕바다, 페퍼톤스)도 멋있으셨다고 하심.
안녕바다를 챙기시는 오라버니의 마음이 느껴졌어섴ㅋㅋㅋ 진심 부러운 것이다.
하지만 오라버니가 최고 멋있으셨죠bb
그리고 어떤 고마우신 분께서 오라버니 이날 공연 풀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놓아주셨으며(안녕바다 빼고 페퍼톤스부터 YB까지 다 있음).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공유하겠습니다. 복받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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