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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즐기고

171027 인디스땅스 2017 TOP 5 - 웨터, 블루터틀랜드 @하나투어 브이홀

이날 경연 무대의 네 번째 뮤지션은 웨터. 사실 이날 나는 모브닝과 기프트가 제일 보고 싶었기 때문에(블루터틀랜드와 에이프릴세컨드의 공연은 두어번 봤었고) 웨터 때는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무대 제일 앞쪽에 서있다가 중간쪽으로 조금 이동해서 관찰자 시각으로(=_=??)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이날 웨터 팬분들도 많이 오셨고 해서 좀 비켜야겠다고 생각했음ㅋ


웨터의 베이스 정지훈씨,

보컬 최원빈씨,

기타 채지호씨. 드러머 허진혁씨는 찍지 못했다.


공연 보기 전에 웨터의 Romance In a Weird World를 한 번 듣고 간 거였는데, 솔직히 앨범 들을 때는 와 좋다! 같은 느낌을 확 받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음원을 들을 때-특히 낯선 아티스트의 음악을 처음 들을 때는 꽉 찬 느낌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어쿠스틱한 음악 말고 밴드 음악 들을 때!) 웨터의 음악은 좀더 간결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악기 소리가 화려하게 혹은 큰 스케일로 차 있는 느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보컬이 두드러지는 느낌도 아니어서, 음원만으로는 특별히 끌리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멤버들의 비주얼이 좀 너무 탁월해서…;;;;; 그러니까 예전에 이스턴사이드킥을 대할 때의 느낌 같은 거? 이게 글로 써놓으면 좀 웃긴데ㅋㅋㅋㅋㅋ 밴드 멤버들의 비주얼적으로 너무 눈에 띄면 그 밴드를 별로 안 좋아하고 싶어지는, 묘한 심리적 반작용 같은 게 있었닼ㅋㅋㅋㅋㅋ 잘생긴 애들을 좋아할 거면 아이돌이나 배우를 좋아하지 뭐하러 밴드를 좋아해?!?! 라는 이상한 반항심 비슷한 것도 있었던 것 같고. 물론 그 정도로 모든 멤버들의 비주얼이 압도적인 밴드는 거의 없었는데 딱 떠오르는 밴드가 바로 이사킥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사킥은 음악도 좋은데 잘생기기도 너무 잘생겼으니까 나라도 좋아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좀 돌아이같네.


그런데도 아직 그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서, 멤버들의 비주얼이 너무 좋으면 약간 경계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이 사회는 '미모'가 권력인 곳이니까, 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을 거고 결과물에 비해 인기가 있었을 거고 좋은 평가를 받았을 거고 과대포장되기도 했을 거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경계심이 분명히 남아 있다. 그래서 웨터를 검색해 보면서도 그런 느낌이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까…아니 음원보다 훨씬 좋은 거다??????? 이거참 당황스러워서 원.


음 얼마나 괜찮은지 들어나 볼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노래가 시작되니까

아니 이거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잖아????관찰자 모드에서 관람자 모드로 다시 전환.

모브닝부터 기프트까지 사진도 많이 찍어가지고

웨터 때는 좀 쉬엄쉬엄 보려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사진도 많이 찍고 있었다…

뭐지 나…;;;;;;


느끼하지 않은데 툭툭 던지듯이 노래부르는 보컬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 '툭툭 던짐'의 느낌이 최원빈씨 목소리에 있었다. 라이브로 들으니까 음원보다 훨씬 묵직하면서도 거친 결이 있었는데, 음원보다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쁘셨는데ㅋㅋㅋㅋㅋ 자기가 잘생겼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자신감과 함께 굳이 잘생겨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겠어! (+굳이 노력 안 해도 당연히 잘생겼을 거니까!!!) 라는 기운이 함께 느껴졌다. 실제 최원빈씨나 웨터 멤버들의 의도나 생각과는 전혀 상관 없는 내 주관적 느낌일 뿐이니 혹시나 웨터 팬들이 이 문장을 보시더라도 너무 노하지 마시길 바람 ;ㅂ; 딱 잘라 말하자면 잘생겼고 자신감 있어 보였다는 의미니까요.

때때로 젊은 밴드들의 공연을 보다가 혼란스럽거나 '아 허세가 심하군…' 싶거나 정반대로 어휴 어색해…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티스트로서 밴드가 가진 정체성이 비교적 명확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다행히도 웨터의 공연을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많지 않은 나이인데도 자기 색깔과 분위기가 확실하게 있는 것 같아 좀 신기했고, 이 밴드의 내년과 내후년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보여주는 아우라가 얼마나 더 짙어지고 멋있어질지, 관심 있게 보고 싶다는 느낌. (솔직히 말하면 웨터가 이날 우승할 줄 알았음. 그만큼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압도적인 느낌'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 커버곡은 어휴bbbbbbbbb)


절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사진을 부르는 비주얼이라는 것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까지 사진을 많이 찍을 필요는 없었는데 자꾸 셔터를 누르고 있더라???? 이날 이렇게 사진 많이 찍을 줄 몰랐는데 강하림씨 사진도 엄청 찍었고 이주혁씨 사진도 엄청 찍었고 최원빈씨 사진도 엄청 찍었다ㅋㅋㅋㅋㅋㅋ 퇴근하고 지친 몸으로 브이홀에서 공연 시작 기다릴 때만 해도 '아오 카메라 무거운데 뭘 찍는다고 굳이 가져왔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안가져갔으면 어쨌을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WHO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멤버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Lucy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Lucy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해서 좀더 좋아졌다. 비틀즈는 사랑이니까. 노래할 때 사진도 잘 받으시지만 멘트하실 때 사진이 잘 찍힌 것 같다. 웨터 찍덕분들은 되게 행복하시겠다 싶음.


기타치시는 정지훈씨도 매우 인기있으신 듯했음. 팬분들이 웨터처럼 뜨거우셨는데 정지훈씨에 대한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 기타 쪽은 어둡다 보니 사진을 별로 많이 찍진 못했음.


채지호씨는 다른 멤버들보다 좀더 앳된 느낌? 2pm 준호와 약간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고…근데 정면을 똑바로 본 게 아니라 아닐 수도 있고…나 되게 자신감없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디어 마지막, 블루터틀랜드. 이때는 진짜로 이제 몸도 힘들고(계속 쉬지 않고 서서 봤으니까ㅠㅠ) 팔도 좀 아프고(생각보다 사진도 너무 많이 찍었으니까ㅠㅠㅠㅠㅠ) 사진이고 뭐고 다 관두고 그냥 뒤에서 편안하게 서서 보자 하는 마음이었고 그래서 사진도 제일 적다. 안재홍씨는 모자 쓰고 나오실테니 사진이 잘 나오지도 않을 거야 생각하며 렌즈 분리해 수납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진짜 편하게 보고 있었는데, 보다보니 아 그래도 한장도 안찍는건 좀 서운하지 않나(누가…??????) 싶어 다시 카메라 꺼냈다.


보컬과 키보드의 안재홍씨,

베이스 안재영씨.


이날이 인디스땅스 결선이기도 했지만 클럽데이 날이기도 했으니까, 처음에는 조금만 보고 엪엪 가서 아도이 보려고 했다. 근데 안재홍씨가 연주 시작하니까 또 중간에 나갈 수가 없는 거다ㅠㅠ 블루터틀랜드의 평화롭고 유쾌한 분위기, 음악에 차 있는 위트와 따뜻함, 이걸 어떻게 끝까지 안 보고 나가버리냐고ㅠㅠㅠㅠ 그래서 결국 블루터틀랜드도 끝까지 다 보고 엪엪으로 뛰어갔음.



'해피바이러스' 같은 말은 너무 진부하다고 생각해서 완전 싫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블루터틀랜드에게는 그런 수식어를 붙여도 크게 어색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블루터틀랜드 공연을 엄청 많이 본 건 아니지만(기껏해야 네다섯 번?) 무대에 섰을 때마다 뮤지션 자신이 행복해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평안해진다. 기쁜 마음으로 연주하고, 그 기쁨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고, 같이 관객들이 기뻐하기를 바라고, 관객들이 행복해하면 그걸 보면서 더 기뻐하고, 또 고마워하고. 경연이나 경쟁과 참 안 어울리는 밴드 같은데, 헬로루키에서 처음 보고 인디스땅스에서 또 보니까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다. 이렇게 '무대에 서는 것 자체를 행복하게 느끼는 밴드'조차도 다른 밴드와 경쟁하는 무대에 설 수 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겠지.

그래도 올해 인디스땅스는 꽤 좋았다. 본선 때의 공연도 참 좋았고-결선에서 보지 못한 푼타유니온과 강태구 역시 결선에 오르기 부족함 없었던 뮤지션들이라 생각한다!-결선은 진짜 좋았다. 작년 헬로루키 결선보다 더 좋았던 것도 같다(그때는 진짜 <<우리줄드 우리줄드 우리줄드>>라는 경쟁심이 너무 커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 다섯 밴드 중 내가 확실히 응원하는 밴드 하나가 있었더라면 덜 재미있었을지도 모르지. 우승한 기프트는 물론이고, 모브닝과 웨터와 블루터틀랜드와 에이프릴세컨드 모두 더 잘 되시고+_+ 더 크게 되시길 바람. 얼마나 더 멋있어지고 더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하며 지켜볼 생각이다. 내년에도 관객심사단 뽑혔으면 좋겠고ㅋㅋㅋ 감사합니다 인디스땅스/////

아래는 남은 블루터틀랜드 사진. 이번에도 김찬호씨 사진은 못찍어서 아쉽네ㅠㅠ 언제나 성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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