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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즐기고

180526 ㅍㅍㅍ 페스티벌 - 김목인 @고양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

페스티벌 얼리버드를 잘 사지 않는 편이다. 이승열씨가 안나오시는 페스티벌을 잘 안 가기 때문인데ㅋㅋㅋㅋ 이승열씨는 보통 두 번째 라인업 발표될 즈음에 많이 들어가시는 편이라; 그때쯤에는 이미 얼리버드 기간이 끝나 있곤 한다. 이승열씨가 안나오시는데도 페스티벌에 가는 경우는 최종 라인업이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경우. 그런데 이번 ㅍㅍㅍ 페스티벌은 첫 번째 라인업이 발표되자마자 2일권 얼리버드를 끊었다. 2일권도 웬만해서는 잘 안 끊는지라 이거슨 매우 예외적인 경우인데, 1차적인 이유는 둘이었다. 첫 번째, 고양아람누리. 두 번째, 방백.


3월에 발표됐었던 ㅍㅍㅍ 페스티벌 첫 번쨰 라인업 ;)


고양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은 동네 인근이라 설렁설렁 걸어도 3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곳인데다가(컄컄컄컄) 이곳에서 두어번 공연을 본 경험으로는 '공연 보기에' 꽤 좋은 곳이었다. 야외극장 전체에 단차가 있고 극장 자체도 예쁘고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편이라. 지금은 서울에서 하고 있는 뷰민라도 처음에는 이곳에서 했었지만 2014년 봄에 공연이 취소되면서…휴우. 당연히 그때는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간 이곳에서 이승열씨 공연하시면 좋겠다고 늘 혼자 생각했었어서 페스티벌 소식이 반가웠다. 게다가 방백이라니 세상에. 준석님이 아람누리에 와주신다니 세상에세상에. 강아솔과 김목인과 새소년과 세이수미 등등도 끌렸지만 저 모두가 없었더라도 나는 티켓을 끊었을 거다. 방백이 나오니까.


티켓을 예매하고 한참이 지난 5월 초, 타임테이블이 나왔다. 토요일과 일요일 타임테이블이 다 비교적 마음에 들었다. 흡족했다. 이왕 가는 거 부스오픈 때 맞춰 가서 첫 무대부터 다 볼까? 오랜만에 한번 그래볼까? 라는 의욕이 잠시 치솟았었다. 만약에 앞을 좀 놓쳐도 김목인부터는 놓치지 말고 봐야지 생각했었었었었는데…


ㅍㅍㅍ 페스티벌 타임테이블. 첫날은 방백이, 둘째날은 아도이가 제일 보고 싶었다ㅋ


그러나 나란 존재 게으름피우는 존재인지라ㅋㅋㅋㅋㅋㅋㅋ 뭐 가까운데 너무 서두를 필요 있겠나 하면서 딩굴대다보니 시간이 지나고 지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3시경. 아니 이러다가 김목인도 못보겠잖아; 하면서 허겁지겁 준비하고 나갔다. 살롱드오수경은 옛날에 끝나겠거니 했었고 잘하면 o.o.o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티켓부스를 잘못 찾아서 결국 o.o.o 공연은 1도 못봤다. 혹시나 DSLR 안될까봐 미러리스를 들고 갔는데 아무도 카메라 검사 같은 거 하지 않아서 내일은 DSLR을 들고 와야지 생각함. 자라섬에 미러리스 들고 갔다가 조금 실망했던지라(ㅠㅠ). 하지만 휴대성 면에서는 미러리스가 비교할 수 없이 편하니 뭐 장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튼간.


도착했더니 o.o.o 멤버분들과 팬분들이 퇴근길 만남을 갖고 계셨음. 피크닉스테이지에서 훈스를 볼까 노루목스테이지에 가서 김목인 볼 준비를 할까 30초쯤 고민하다가 김목인씨를 좀더 좋은 자리에서 보는 게 좋겠다!!!!! 싶어 노루목스테이지로 갔더니 김목인씨가 사운드체크를 하고 계셨다. 김목인씨 공연 보는 거 처음이라 우왕 김목인이다 김목인이다 하면서 신기해하며 자리를 잡았다.


처음으로 보는 김목인씨+_+ 우왕

뒷쪽에는 이날 기타 세션하셨던 홍갑씨.

드럼은 텔레플라이의 오형석씨! 엄청 드림팀 느낌이었다ㅋ



사운드체크가 끝나고 잠시 책을 좀 읽으며 기다리고 있으려니 곧 공연 시작.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관객이 많아야 신이 나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은 공연보다는 여유있는 공연이 좋다 보니 나는 편안하고 좋았다. 김목인씨는 사운드체크 때와 같이 풀밴드로 무대에 오르셨는데 청량한 느낌의 푸른 셔츠가 뒷쪽의 대형 현수막에 쓰인 푸른색 글자와 잘 어울려 보기 좋았다. (그리고 이 밴드는 그다음날 강아솔씨 공연에 그대로 똑같이 오르셨다. 이것이 일렉트릭뮤즈 슈퍼밴드인가 했음ㅋ) 



2, 3집 노래를 주로 불러주셨는데 소박하고 편안한 김목인씨의 목소리와 연주자들의 유려한 연주가 잘 어우러졌다. 봄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한 발짝만 더 옆으로 가면 바로 여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 느낌, 약간은 나른한 듯 설레던 이날의 느낌과 무대가 잘 어울려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어떤 팬 분이 컬러링으로 해놓았다는 노래'라며 들려주신 불편한 식탁, 관객들에게 함께 부르자고 해주셨던 한결같은 사람의 약간은 날카롭고 냉소적인 느낌도 봄 속에서 둥글둥글해져버린 듯한 느낌.


김목인씨 노래는 가사를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_+ 이날 공연을 보는 내내 가사가 잘 들렸던 것도 좋았다. 그게 다 외로워서래의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을 들을 때도 즐거웠지만 새로운 언어의 '그 어떤 과장도 수사도 없이, 어떤 공격도 변명도 없이, 지나친 겸손도 두려움도 없이, 마음에 활짝 핀 새로움으로. 가벼운 말들을 넘고, 정치적 멘트도 넘고, 피곤한 계산도 의심도 없이, 마음에 활짝 핀 새로움으로'를 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가사를 라이브로 들으니까 왠지 벅차기도 하면서 자아성찰도 되고 그랬다(ㅠㅠ). 시시한 단어로 진부하고 낡은 말을 하면서 계산하고 의심하는 나를 돌아보면서 아 어차피 사는 거 지금보다는 잘 살아야 할텐데…하는 생각도 하고. 근데 막상 영상으로 찍은 건 그게 다 외로워서래네, 아이고ㅋ


[김목인] 그게 다 외로워서래 @고양아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ㅍㅍㅍ 페스티벌)



김목인씨 노래 듣다 보면 어른의 노래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공연 보러 가면 어떨까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편안했다. 야외라서 좋기도 했지만 숨소리까지 잘 들리는 작은 공연장에서 기타 연주만 있는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빅베이비드라이버언니 공연이 트리오로 함께일 때도 좋았지만 솔로일 때도 엄청 좋았던 것처럼, 김목인씨 혼자 오롯이 만든 무대도 매우 매력있을 것 같다. 나중에 꼭 또 보러 가야지.



좋은 공연 감사했어요. 그리고 이날의 슈퍼세션, 홍갑씨와 오형석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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