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5. 00:13ㆍ흔드는 바람/즐기고
자라섬에서, 오라버니 기다리며 봤던 무대들. 이 전날 비가 많이 왔어서 이날 시작 시간이 한 시간 늦어졌었다. 그래서 관객들 대기 시간도 한 시간 연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긴긴 시간을 지나 맨 첫 번째로 무대에 올라온 팀은 요술당나귀였다. 처음 보는 밴드였는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유쾌한 분위기의 공연을 하는 팀이구나 하는 느낌이었음. 덥고 지쳐서 많이 호응해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ㅠ
두 번째는 동물원!!!!! 원래는 장덕철이었었는데 동물원과 순서가 바뀌었다. 세상에 내가 동물원 공연을 다 보다니+_+_+_+ 뭔가 엄청 신기한 기분이었다. 솔직히 나에게는 김광석씨가 부른 동물원 노래가 가장 익숙하고 그다음이 김창기씨가 부른 동물원 노래라서; 현재의 멤버분들로만 채워지는 무대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고 왠지 좀 허전하기도 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분명히 내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아닌데도, 나는 이 노래들에 얽힌 추억을 가지고 있는 세대에 속하지도 않는데도, 기껏해야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 별밤 공개방송 같은 데서 들어봤던 거나 김광석씨가 부르는 걸 들었던 게 그 노래들에 얽힌 추억인데도, 그런데도 한 곡 한 곡이 다 좋았다. 엄청 찡했다. 아, 좋은 노래란 이런 건가, 그 노래에 얽힌 추억이랄만한 게 없는데도 이날 이 장소에서 그 노래를 듣자마자 그리운 장소와 시간과 사람들이 갑자기 마구 떠오를 수 있게 하는, 그런 노래가,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이 노래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감동해버렸다.
이날 셋리스트는 널 사랑하겠어, 말하지 못한 내 사랑, 혜화동, 너에게 감사해, 우리들은 미남이다, 변해가네, 거리에서, 기다려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나의 노래, 일어나였는데. 아니 진짜 한곡한곡이 너무 주옥같잖아욬ㅋㅋㅋㅋㅋㅋㅋ 혜화동이나 변해가네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같이 유명한 노래들도 당연히 좋았는데 말하지 못한 내 사랑과 너에게 감사해가 정말 좋았다. 아니 진짜 너에게 감사해는 가사가 너무 아름답던데??? 너에게 감사해 지난 기억만으로도 초라한 내 모습이 밝게 빛날 수 있었지/ 너에게 감사해 너의 미소만으로도 흐려진 내 영혼이 날아오를 수 있었지라니 세상의 이 노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가사////
마지막에 나의 노래와 일어나를 들려주실 때는 김광석씨 생각이 엄청 많이 났었다. 내가 10년 일찍 태어났다면 김광석씨 노래에 얽힌 추억들이 훨씬 더 많았겠지. 김광석씨 돌아가셨을 때도 훨씬 더 많이 슬퍼했겠지. (사실 김광석씨 돌아갔을 때는 그 이전에 있었던 서지원씨 사망으로 슬픔에 잠겨 있었다ㅠㅠ 그때 서지원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 리스트에서 존재감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었어서 흑흑흑흑) 돌아가신 김광석씨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어, 김광석씨의 친구들 목소리로 듣는 나의 노래와 일어나는 어찌나 서글프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들이 남아서, 여전히 누군가의 삶에 힘이 되어 주고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동물원 노래가 끝나갈 즈음에 들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이라고 노래했던 김광석씨의 노래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세상 속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가지처럼 흔들리고 넘어지는 사람들에게 남아서, 지금도 멀리멀리 퍼지고 날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장덕철 때는 공연 보는 걸 좀 쉬었고…음 내 취향이랑은 좀 먼 것 같다ㅠㅠ 그래서 산책도 좀 하고 대화도 좀 하다가ㅋㅋㅋ 오라버니 전 유리상자 때 다시 관객석으로 복귀. 유리상자 공연 대기하고 있을 때도 동물원 공연 대기하고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우와 내가 유리상자 공연을 다 보다니…진짜 승열오라버니 덕분에 또 인생의 경험치를 쌓는구나+_+_+_+ 그래도 유리상자 노래는 어릴 적 많이 들었고 좋아하기도 했고 한 5집까지는 CD나 테이프도 샀던 것 같은데…여튼간 소녀 시절의 나는 순애보를 참 좋아했었던 것이다하하하하하하 지금의 나와는 전혀 안 어울리는 단어이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박승화씨와 이세준씨는 역시 입담 좋은 가수들답게 끊임없이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웃겼고ㅋㅋㅋㅋ 덕분에 매우 유쾌하고 즐거운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진짜 만담 듀엣 같았는데 박승화씨는 말투가 왠지 한석규아저씨 같아서 듣는 내내 오오오옹??? 하는 기분이 계속 들었음. 여튼 매우 재미있었다. 승열오라버니 덕분에 2018년 자라섬에서 신부에게도 다 듣고…유후. 유리상자 분들과 승열오라버니께 함께 감사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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