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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앨범리뷰 - 40위 유앤미블루 <cry...our wanna be nation!>

한겨레신문이 멜론 & 태림스코어와 공동으로 2018년에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을 선정했었다. 2007년에는 경향신문이 가슴네트워크와 공동으로 같은 순위를 발표했었고, 그때의 내용은 이 포스팅에 있다. (엄청 옛날에 올렸던 글ㅋㅋㅋㅋ) 2007년에는 승열오라버니 1집이 100위 내에 포함되어 있었고 유앤미블루 1, 2집이 모두 다 포함되어 있어서 흡족한 기분으로 봤었는데 2018년에는 승열오라버니 앨범이 한 장도 안 들어 있고(받아들일 수 없음) 유앤미블루 2집만 포함되어 있어서 이 순위 인정하고 싶지 않아-_-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관련된 포스팅도 안했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람누리도서관의 예술도서 열람실을 아주아주 오랜만에 들어가봤다가(평소엔 잘 안들어감)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2018년 버전)' 책을 발견하고 정독함. 준석님 사진이 들어있는 책을 보니 또다시 울컥해지기도 하고ㅠㅠ 그래 이 순위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유앤미블루에 대한 기록인데 내가 너무 등한시하고 있었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느지막히 포스팅해본다. 

 

이 책이고,
요것은 속표지.
40위 유앤미블루♥♥♥♥♥♥♥♥♥♥♥♥♥♥♥

 

앨범리뷰는 아래에 스크랩. 파란색은 내가 덧붙인 감상.

 

 

40위: 유앤미블루 Cry...Our Wanna Be Nation! (1996, 송스튜디오/ LG미디어)

사실 '모던 록'이라는 것은 별 게 아니다. 엄청 진지한 태도를 바란다거나 '역대급' 테크닉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목소리로, 기타로, 밴드로 자신의 진심을 다하면 그만인 게 흔히들 말하는 '지금의 록', 바로 모던 록이다. 일상성과 진정성의 발현이랄까. 그런 면에서 1994년에 데뷔한 듀오 '유앤미블루(U&Me Blue)'가 한국 모던 록의 시초처럼 여겨지는 것은 한국의 음악 시장이 그만큼 협소했음을 의미한다. 록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자신이 듣고 느낀 바를 자유롭게 풀어 낼 수 있는 필드가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고, 그런 능력이나 패기를 가진 주체, 또는 그런 사람을 찾는 제작자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당시 한국의 음악 시장은 발라드와 댄스라는 거대한 주류에 휩쓸려 다니기에 바빴던 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앤미블루'의 등장은 기적에 가깝다. 어떻게 보면 두 멤버인 방준석과 이승열이 순수하고 당돌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재미교포 대학생인 두 사람에게 한국의 시류는 상대적으로 낯설 수밖에 없었다. 글쓰신 분에게 죄송하긴 한데 솔직히 나는 이 첫 문단이 통째로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읽을 때는 '뭐야 모던록 후려치기인가...아니면 유앤미블루 두 사람이 테크닉적으로 엄청 훌륭한 건 아니었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건가...'싶어 불쾌했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크게 중요한 문단은 아닌 것 같다. 글의 길이에 비해 지나치게 긴 서두다 싶고...한국의 음악 시장이 '발라드와 댄스라는 거대한 주류에 휩쓸려 다니기에 바빴던' 건 1990년대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everyday everytime 아닌가 싶고...그냥 바로 승열오빠와 준석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지금도 든다. 하지만 준석님과 승열오빠를 '순수하고 당돌했'다고 평가한 부분에는 크게 공감함. 무엇보다 우리 이승열씨는 지금도 너무 '순수'하시고 용감하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은 어느 누가 승열오빠에게 '당돌'하다고 말할 수 있겠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지 않고서야...)

어렸을 때부터 타지에서 생활한 두 사람은 미국에서 같은 대학교를 다니다가 만나 의기투합했다.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일이 특기가 되고, 둘이 만든 밴드가 교포 사회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프로 뮤지션이 되는 길을 고민했다. 그러니까요...칠레를 거쳐 미국으로 가신 준석님과 미국으로 바로 이민가신 승열님이 Binghamton 대학에서 서로를 만나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를 그냥 첫 문단에서 바로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거죠ㅠㅠ 하지만 '미국에서 아시아인이 록 음악을 한다는 것'은 극도로 무모한 일이었다. 본인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심 끝에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한국에서 한국인이 록 음악을 한다는 것' 역시 무모한 일이었다. 한국은 미국처럼 록에 관대하지 않았고, 'DIY' 따위는 통하지 않는 록의 불모지와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의 윗쪽 순위에는 1990년대 이전의 '한국 록 앨범'이 굉장히 많다.  그래선지 나는 '한국은 원래부터 록의 불모지였다'라는 내용의 글을 볼 때마다 참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불모지라면서 왜 명반으로는 다 록 앨범을 뽑아ㅋㅋㅋㅋ 그만큼 좋은 록 앨범이 많았다는 거면서 왜 맨날 '한국은 록이 성공하기 어려운 곳이다'를 운운해. 실제로 이 순위 상위권에는 들국화, 신중현과 엽전들, 산울림, 사랑과 평화, 송골매, 시나위, 마그마 등 1980년대까지의 밴드들과 넥스트, H2O, 삐삐밴드, 델리스파이스 등 1990년대의 밴드들이 많이도 포진해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록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면, 그냥 그렇게 직설적으로 써 주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디 레이블이나 인디 신조차 남의 나라의 낯선 이야기였다. 그나마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뮤지션 송홍섭이 그들의 매력과 잠재력을 보고 손을 내밀었지만, 그 행복은 잠시뿐이었다.

1994년에 나온 첫 앨범 'Nothing's Good Enough'는 대중의 곁을 조용히 비껴갔다. '재미교포 듀오가 구사하는 모던 록'은 화제와 거리가 멀었다. 앨범은 모던 록이고 뭐고를 떠나 전체적으로 낯선 멜로디와 몽환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었다. 이걸 읽고 응 1집이 몽환적이라고...??? 라는 느낌으로 앨범을 살펴봤었다. 앨범의 인트로 격인 Nothing's Good Enough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음...고백이...? 패션시대가...?? 싫어가...??? 모르겠는데 나는...?????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도 그렇닼ㅋㅋㅋㅋㅋ 그것이 일부 대중에게는 매력으로 다가갔지만 대부분에게는 불편함을 자아냈다. 이후 다시 기회를 얻은 두 사람은 1집을 교재 삼아 이런저런 변화를 시도했다. 멜로디를 친숙하게 손질하고, 사운드를 선명하게 다듬었다. 특히 기타, 베이스, 드럼의 생생한 질감을 부각해 앨범에 더 거대한 생기를 불어 넣었다. 1집의 매력을 반감하곤 하던 건조한 '컴퓨터 드럼'은 몇 곡에서만 차별화를 위한 요소로 활용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 번째 앨범 'Cry...Our Wanna Be Nation!'은 한국에서도 록이라는 포맷으로 명료한 감수성을 이만큼 포획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것은 애초부터 두 사람이 갖고 있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기질이 무르익었을 뿐 아니라 라이브감을 강조한 편곡이 주효한 결과였다. 특히 방준석 음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애절함의 정서, 이승열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공허한 감성은 앨범 안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유앤미블루 2집을 두고 '두 사람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기질이 무르익었다'고 평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준석님의 표현을 '애절함의 정서'로, 승열오빠의 표현을 '공허한 감성'으로 나타낸 데에는 동의한다. 이건 2집의 두 타이틀곡(!!!)이었던 '지울 수 없는 너'와 '그대 영혼에'로 대표된다고 생각한다. 혹은 'Moments'와 'La La La La Day'로. 이런 대조가 아주 적절치는 않지만 두 분을 굳이 '더 밝은 쪽'과 '덜 밝은 쪽'으로 나눈다면 준석님이 더 밝은 쪽, 승열오빠가 덜 밝은 쪽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이때 '밝은 쪽'이 더 '좋은 쪽'은 당연히 아니다. 더 밝은 쪽은 좀더 낙관적인 쪽에 가깝고, 덜 밝은 쪽은 좀더 비관적인 쪽에 가깝다. 좀더 낙관적인 쪽은 더 애절할 수밖에 없고, 좀더 비관적인 쪽은 더 공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유앤미블루 2집은 두분이 '각자 자기 곡을 작업한 앨범'이라 볼 수 있으므로 두분의 색깔이 좀더 뚜렷하게 대조될 수밖에 없었을 테다. 그렇지만 앨범의 곡 배열이 균형 있게 잘 되었고, '세상 저편에 선 너'나 '언제나 내곁에'처럼 두분이 사이좋게 작업했겠거니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곡들이 중간과 끝에 적절히 배치되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앨범으로 들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이 앨범을 처음 듣던 어린 시절의 나는 두 사람이 엄청 다른데 엄청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 앨범이 '공동 작업'일 거라고 생각했지. 지금은 음,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분명 두 분은 많이 다르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연의 실의를 그린 '어떻게'와 허무주의를 내달리는 '없어'는 두 멤버 각자의 '블루'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분명 두 사람은 자신만의 감성을 꾹꾹 눌러 담은 '유앤미블루'만의 견실한 록 음악으로 한국 땅에 새 바람이 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된서리를 맞은 두 사람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팀 활동을 접어야 했다. 다행히 세기가 바뀌고 나서야 이승열은 한국 모던 록의 기수가 될 수 있었고, 방준석은 한국 영화음악계의 실력자가 될 수 있었다. 책에는 '이승열의'라고 오기되어 있음. '시대의 된서리를 맞은 두 사람'이라는 표현 참 슬프다ㅠㅠ 그리고 준석님은 한국 영화음악계의 실력자가 아니라 탑이셨다고요...!!! 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게 가능했던 이유와 바탕을 따져 보면 역시 '유앤미블루' 활동과 이 앨범을 무시할 수 없다. '유앤미블루'가 만든 이 최선의 결과물은 한국 모던 록의 가능성과 한국 팝에 숨겨진 새로운 정서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추천곡> 세상 저편에 선 너

'유앤미블루'는 1집에 실린 '세상 저편에 선 너'를 다시 녹음해 2집에 실었다. 그만큼 두 사람이 꾸준히 애착을 가진 곡이자 '유앤미블루'의 대표곡이 바로 '세상 저편에 선 너'다. 두분이 꾸준히 애착을 가진 곡이라기보다는 승열오빠가 애착을 가진 곡이셨을 거라고 나는 예측함. 그러니까 이날 이때 이즈음에에도 실으셨을 거 같고...!!! 그래서 이거 처음 읽을 때 '아 이승열 1집 얘기까지 써줬어야지!!!!'라고 생각했었닼ㅋㅋㅋㅋ 2집 버전은 1집 버전보다 더 거칠고 강렬하다. '이승열 1집 버전하고도 비교해줬어야지!!!!!'라는 생각도 했었곸ㅋㅋㅋㅋㅋㅋㅋㅋ 일렉트릭 기타의 드라이브감과 두 사람의 화려한 솔로 연주가 주효한 결과다. 그렇다고 2집 버전이 1집 버전보다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버전이 각각 지향하는 사운드가 다르고, 그만큼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명확한 기승전결과 이승열의 절창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이 구절은 매우 마음에 든다. 이승열의 절창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오빠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가 얻는 것이 바로 카타르시스입니다...현실의 억압이 해소되고 영혼이 정화되는 기분이 드니까요...이승열만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두 버전을 관통하는 황홀한 공통점이다. 황홀한이라는 형용사에도 너무 공감함. 이승열만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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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와 두 번째 페이지.
앨범에 대한 글(2.2페이지)+추천곡에 대한 글(0.4페이지)로 책에 실린 앨범 리뷰가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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