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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달을 가서

221111 김연수소설가님 신작소설 낭독회 @아람누리도서관 (1)

김연수소설가님 사진부터 하나 올리고 시작. 아이고ㅠㅠ 그냥 사진만 봐도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일주일에 두 번 김연수소설가님의 신작소설 낭독을 들을 수 있다니 이곳이 낙원인가...하는 마음으로 아침에 눈을 떴다. 보통 나는 아침에 이런 마음으로 눈을 뜨지 않고 이 아래 듀선생님 같은 마음으로 뜨기 때문에(365일 중 350일 정도...)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는 것은 그야말로 연례행사. 이것이 다 김연수소설가님 덕분인 것이다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소설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니웨이.

 

왼쪽이 바로 내 아침이고 오른쪽은 아침 이후 하루종일의 상황...허리를 펴자 나야 휴먼 제발...!!!!!

 

직장에서 업무몬처럼 하루의 일을 타닥타닥 해치우고(요즘은 정말 유능한 행정직원이 되어가는 느낌임ㅋㅋㅋㅋㅋ) 퇴근. 행사가 일곱시 반부터라 집에 들러 가방도 두고, 카메라와 사인받을 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을 챙겨 아람누리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번엔 어디에 사인을 받을까 하고 책표지를 넘겨보다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두 권에 다 소설가님 사인이 없는 것을 이미 주초에 발견했었기 때문에 이토록 평범한 미래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초판과 개정판 총 세 권의 책을 들고 나감.

 

일찌감치 도착해서 강의실에 가방을 놓고 지상으로(???) 올라가 주변을 좀 산책하다 시간 맞춰 왔더니 소설가님은 예쁜 털모자를 쓰시고 조연주편집자님과 나란히 앉아 계셨다. 내가 가방을 두고 간 자리에 소설가님이 앉으셔야 해서ㅋㅋㅋㅋ 가방이 옆 책상으로 치워져 있었는데 어차피 1열에서 소설가님을 뵐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므로! 나는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고!! 오히려 소설가님 앉으실 자리를 내가 잠시나마 차지했었다는 것이 죄송한 심정이었음.

 

행사는 일곱시 반 맞춰서 시작됐고, 조연주편집자님이 김연수소설가님을 소개해주신 후 본격적인 낭독회가 시작됐다. 전체적인 순서는 수요일 파랑새극장에서의 낭독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615의 가을을 들려주셨고 비거니즘 잡지 '물결'에 실린 소설가님의 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는 없어서를 읽어주셨다. 최혜빈씨의 같이 걸을까를 중간에 들려주셨고. 소설가님이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신 이성민감독의 다큐멘터리가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기에 링크를 걸어 봄. 제목은 소설 마지막에 언급되어 있듯이 '우리가. 있는 곳에. 나무가.'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영상의 편집과 구성 자체도 굉장히 인상깊다.

 

 

다음에는 바로 이어서 두 번째 소설인 미발표작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을 이어서 읽어주시고, 마지막 부분을 읽어주시기 전에 김아일의 HOLY를 재생하셨다. 그리고 HOLY를 BGM 삼아 마지막 부분을 낭독하셨다. 두 번째 작품은 미공개 작품이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음. 첫 번째 작품의 일부만 사진을 찍어보자면 이렇다.

 

소설의 시작 부분, 끝 부분. 나는 저 시작 부분 뒷부분에 소설가님이 '칠엽수과 칠엽수 (잠시 휴지) Japanase Horse Chestnut'을 읽어주시는 부분이 이상하게도 좋았다.

지난번과 다른 점이었다면 이번에는 소설이 스테이플러가 아닌 클립으로 묶여 있었다는 것과, 지난번엔 소설가님이 무대 위에 올라가 계셨지만 이번엔 일직선인 공간에 계셨다는 것. 그리고 지난번엔 조명이 무대를 밝게 비췄고 객석은 어두웠지만 이번엔 강의실이라 모든 게 다 밝았다는 것. 무엇보다 지난번엔 내가 이 소설들을 처음 들었지만 이번에는 두 번째로 듣는 거였다는 것.

 

덕분에 나는 더 편안한 기분으로,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설가님은 좀 마음이 불편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낭독을 듣다가 문득 들었다. 이틀 전에 맨 앞줄에서 듣던 사람이 요런 표정→◉‿◉으로 이틀 후에 또 듣고 있다면(심지어 장소가 대학로에서 일산으로 바뀌었는데)(아니 뭐 이거야 그냥 소설가님 따라간 거긴 하지만ㅋㅋㅋㅋㅋ) 듣는 나야 좋아서 듣는 거니까 불편할 게 0.000000001도 없다만, 앞에 계신 소설가님은 같은 말을 도 하기도 좀 뭐하고 그렇다고 아예 다른 말을 하기도 이상하고 하셔서 신경쓰이시지 않으려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것은 '3일 하는 공연을 매일 간 관객'을 바라보며 뮤지션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근데 공연을 3일 한다고 3일이 다 똑같은 건 절대 아니다. 시공간이 바뀌면 그곳에 모이는 인간이 바뀌는 건 당연한 일. 그에 따라 각각의 온도와 분위기와 느낌과 기분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뮤지션의 공연에 함께하는 내 기분과 상태가 그날그날 다르기 때문에(같을 수 없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3일 공연을 3일 본다고 해서 그 3일이 모두 다 같은 날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소설가님의 낭독을 수요일에 듣고 금요일에 또 듣는다고 해서 수요일의 낭독과 금요일의 낭독이 똑같을 수는 없다. 수요일은 수요일대로 고유한 시간이고 금요일은 금요일대로 고유한 시간. 그래서 나는 괜찮았는데(정확히는 수요일도 아주아주 좋았고 금요일도 아주아주 좋았는데) 소설가님이 불편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인기소설가님이시므롴ㅋㅋㅋ 이런 상황이 처음도 아니실 거라 굳이 내가 이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게 소설가님은 '아무렇지도 않으셨을' 것 같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낭독이 다 끝난 뒤에는 조연주편집자님과의 대담이랄까...뭐 그런 시간이 있었다. 짧게 하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알차게 해주셔서 또 좋았음(•‿•)  그리고 나는 수요일의 질문보다 이날의 질문들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역시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더 만족스러운 법인갘ㅋㅋㅋㅋㅋ

 

성심성의껏 아름다운 얘기 들려주시는 소설가님과 그걸 들으며 감동받고 있는 나...쓰고 나니 굉장히 아름다운 문장이다ㅠㅠ

우선 김연수소설가님이 첫 번째로 읽어주신 작품, 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는 없어서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주셨다. 비거니즘 잡지 '물결'에서 청탁을 받아서 쓰게 되신 소설이라며, 채식주의자가 아닌데 비거니즘 잡지에 글을 쓰시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셨더니 청탁하신 쪽에서 '육식하는 장면만 안 나오게 해달라'고 하셨다면서 "제가 아무리 분별이 없어도..."라고 말씀하셔서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은 청탁받아 글을 쓰는 방식 대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다가 발전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고 계시다보니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조금 걱정하시기도 했지만, 질문을 던지다 보면 질문의 바탕에서 세상이 보이는 것 같다는 말씀으로 소설(을 쓰셨다는 것)에 대한 만족스러움을 표현하셨다고 나는 생각한다 :)

그리고는 이성민감독의 다큐멘터리 얘기를 해주셨다. 실제로 있었던 일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신 소설이고,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무가 없어지는 것이 '자기 인생의 한 부분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고. 베어낸 나무의 아주 일부만이 서울숲으로 옮겨졌을 뿐 대부분의 나무는 베어졌다고 하시며, 높은 빌딩을 지으면 수익이 충분히 나온다는 이유로 나무를 옮겨심으려고 하지 않고 베어내버린 일을 대량학살이라고 표현하셔서 인상 깊었다. 수천 그루의 나무를 자른다는 것의 끔찍함 앞에서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궁금이 얘기를 하시면서는 예전에 키우셨던 강아지 얘기를 들려주셨다. 11년을 같이 지내셨던 반려견이 암에 걸려 죽었을 때 이만저만이 아닌 슬픔과 상실감을 느끼셨다고 했는데, '이만저만이 아닌'이라는 표현이 와닿았다ㅠㅠ 자기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던 반려견과 함께 보내셨던 마지막 밤을 떠올리시면서, 말을 못 하는 개가 고통을 표현할 수 없으니까 계속 한숨만 쉬더라고 말씀하신 것은 두 번째로 들어도 너무 슬펐다ㅠㅠㅠㅠ 예전에 파랑새극장에서 들었던 민구시인님 시 이어달리기 생각도 나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서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물어보고 싶었다고 하셔서, 아빠 생각이 났다. 소설가님이 예전에 부모님을 간병하셨다는 얘기를 스치듯 하셔서 더 그랬나...나도 늘 우리 아빠가 얼마나 아픈지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걸 내가 정확히 몰라주는 게 너무 미안해가지고......애니웨이.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사람들이 나무의 이름을 만들어 불러주는 장면 얘기를 하시면서는, 이름을 만들어 부르는 것이 의미가 달라지게 한다고 하시며 김춘수의 시 <꽃>을 언급하셨다. 수요일에는 조연주편집장님이 꽃 얘기를 하셨었는데 이날은 소설가님이 꽃 얘기를 하셔서 흥미로웠음. (무언가/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누군가를) 존재하게 해 주는 것이며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 역시 마음에 와닿았다. 사실은 내가 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는 없어서를 수요일에 듣고 나서 목요일 아침 출근길에 제일 먼저 보이는 나무에게 '출근길에 제일 먼저 만나는 나무'라고 이름을 붙여줬었는데 그러고 나니 금요일 아침 출근길에, 늘 그냥 스쳐지나갔던 그 나무가 되게 달라보이는 거다. 그 나무 뒤에 서 있는 나무들에게도 뭔가 이름을 다 붙여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막 들고. 소설가님 덕분에 매일 보던 나무가 특별해졌어ㅠㅠㅠㅠ 라며 혼자 감격했었는데, 그 기분이 이날 저 말씀을 들으며 한번 더 들었다.

 

그리고는 다음 소설인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또 스크롤이 짧아지고 있으닠ㅋㅋㅋ 이건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해야겠네 또...이 아래 영상은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에 대한 소설가님의 말씀 ;D 소설의 초고는 어떤 내용이었는지에 대한 말씀과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말씀을 재미있게 해 주셨다. 소설가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과 '실패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을 들어도 열번을 들어도 백번을 들어도 좋다ㅠㅠ 소설가님 진짜 제가 항상 소설가님께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품고 삽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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