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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달을 가서

221111 김연수소설가님 신작소설 낭독회 @아람누리도서관 (3)

뭐 대단한 글을 쓴다고 세 번에 나눠서 이걸 쓰고 있는지 모르겠는데(아니 물론 소설가님의 말씀은 훌륭하시고 소설가님 역시 훌륭하심) (소설가님의 말씀을 옮겨적은 내 포스팅이 대단하지 않다는 뜻) 세 번에 걸쳐 후기를 적는 이유는 오직 내가 말이 많아서다...더럽게 주절주절함ㅠㅠㅠㅠ 오늘은 간결하게 써봐야지. 첫 번째 후기는 '이것', 두 번째 후기는 '이것'이었고, 이제는 진짜 마무리. 소설가님 사진부터 올려보고요...

 

가슴에 손을 얹으신 소설가님을 보니 진정성과 핍진성이 느껴지는데.....뭐라는 거지 나새키...........................

 

행사가 막바지로 달려가던 때. 조연주편집자님은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 김연수소설가님께!! 이날 들려주신 음악에 대한 소개 비슷한 것(?????)을 요청하셨는데 소설가님께서는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하시지만 가수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하셨다. 읭 나같으시네 하고 생각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그냥 노래를 듣고 좋아하기만 하지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아보지 않는다. 반면 누군가의 공연을 보기 전/본 다음에는 어떤 뮤지션인지 검색해보곤 함. 그러다가 좋아하는 좋아하는 좋아하는 마음이 점점 더 깊어지고 깊어지고 깊어져서 덕질로로 접어들면 달라지...쿨럭쿨럭쿨럭;;; 여튼간

 

김아일씨에 대해서도 힙합음악을 하시는 랩퍼 정도로만 알고 계시다고 하셨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역시 힙합을 거의 안 들으며 랩은 더 안 듣고 게다가 요즘은 굉장히 의식적/의도적으로 여성가수 음악을 골라 듣고 있기 때문에 김연수소설가님이 holy를 들려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김아일이라는 아티스트를 전혀 모르고 2023년을 맞았을 듯. 낭독회 끝나고 유튜브에서 검색해봤더니 김아일씨 앨범 전곡듣기가 올라와 있어 링크해본다.

 

 

 

예전보다 친절해지셨다는 편집자님 말씀에, 소설가님은 소설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 달라지셨다고 말씀하셨다. 과거에는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글로 소통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거기에서 벗어나셨고, 말로 전달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가 중요해지셨다고. 한동안 글쓰기 자체에 회의적이셨고 신기철씨가 등장하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모르는 채' 나이가 들어왔는데, 이제는 인생의 힘든 것에 대해 같이 나눌 수 있는 공간이자 도구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셨다고 덧붙이셨다. 이야기가 가진 효능을 알게 되셨다는 것.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우리의 삶을 계속 이야기로 만들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은 자기의 이야기를 계속 고치고 있다. 안좋아질 것 같고 나빠질 것만 같지만 계속 고쳐야 하고 고쳐서 좋은 얘기를 써야 한다-는 소설가님 말씀을 듣고 있으려니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의 리 선생이 떠올랐다.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또 쓰게 하던 사람. 그러면서 그 속에서 자기 생의 의미를 계속해 발견해내려 하던 사람. 자기 삶의 빛나는 순간은 이미 다 지나간 것 같더라도, 그 이야기를 통해 희미하게 남아 있는 빛을 찾아내고 거기에 기대어 여생을 계속해나가던 사람.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또 쓰며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 리 선생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그것이 소설가님이 하고 싶으신 말씀이셨던 걸까.

 

다시 한달을 건너 설산을 넘으면이나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 역시 '이야기를 새로 쓰는 것'과 맞닿아 있는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전자에 등장하는 '그'가 자살한 애인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쓰던 것이 떠올랐다. '그'도 이야기를 계속 고치며 자신의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자 안간힘을 썼던 거겠지. 그 행위로도 자살한 애인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겠지만, 이해하려는 행위를 함으로써 '그'는 살아갈 수 있었을 테니까. 그게 인간이니까. 뭐 이건 다 내 생각이지 소설가님이 말씀하신 것은 아니지만;;;

 

여튼간 그렇게 생각이 바뀌시다 보니, 10년 전 20년 전에는 전혀 안하던 일을 하고 계시다며ㅋㅋㅋㅋㅋ 지금 쓰신 소설들도 출판 이전까지는 유동적인 텍스트라고 생각하신다고 하셨다. 무언가를 완성하는 것만큼 완성되지 않은 걸 '고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으시다며 급기야는 이렇게 낭독까지 하게 됐다고 하셔서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급기야는'이 웃음포인틐ㅋㅋㅋㅋ) 하 진짜 김연수소설가님 우아하게 위트있으신 분...너무 좋다고ㅠㅠㅠㅠㅠㅠ

 

이 착장의 색깔 배열마저도 우아한 느낌인 것이다. 앉으신 소파 색깔하고도 잘어울리심 세상에...

질의응답 시간에는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의 '젖다'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하신 독자분이 계셨다. 보통 질의응답 시간에 들리는 질문들의 대부분은 세상 쓸데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는뎈ㅋㅋㅋㅋㅋ 이 질문은 내게도 도움이 됐음. 소설가님은 '젖음'이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씀하셨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객관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그 일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나'라고 하셨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이야기 혹은 자기 감정으로 만든 이야기를 사실 그 자체라 믿고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젖음'인 것 같다고 덧붙이셨다. 그러므로 젖음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나쁜 이야기에서 빠져나오는 것,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더 좋은 버전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나는 '젖음'이라는 상태가 자기 안에 갇혀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었다. 자기가 파놓은 우물 안에 갇혀 우물 속의 물에 찰박찰박 젖어 있는 것 같은 모습을 상상했던 것 같다. 척척해진 자신을 말리려 하지 않고 '나는 이렇게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태야'라고 스스로 취해 있는 것, 그것이 젖음 같다고 느꼈던 것 같다. 지금 자신이 어떤 꼴인지 직시하고 자신의 꼴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그냥 퍼져서 안주하고 있는, 그런 상황. 그래서 이후에 소설가님이 반복되는 실수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것이 마른 상태라고 생각하신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조금 놀랐다. 저 '(과도한) 자기연민'이야말로 내가 늘 경계하는 것이고, 내가 상상했던 부정적인 젖음의 상태이기도 했기 때문에.

 

아무리 어둡고 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기연민에 빠지고 싶지 않다. 오히려 웃고 싶다. 이런 마음이, 이야기를 다시 쓰는 태도와 통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사진을 다 올린 것 같지만 이날 행사가 낭독회였기 때문에 나는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닼ㅋㅋㅋ 이 이미지들은 모두 그날 찍은 영상을 캡쳐한 것들임.

'관계'에 관련된 질문도 있었는데 이것은 소설 내용에 대한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이미 많이 한 것도 같지만...쿨럭쿨럭쿨럭) 자세히 쓰지 않겠음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이었나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셨다는 분의 질문에 대해서는 소설가님이 대학생 때 학교에서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읽으셨었다며 그때는 이게 좋은 줄도 몰랐어요라고 말씀하셔서 또 혼자 내적폭소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좋은 것인줄 잘 모르는 때가 젊음인 걸까. 나 같은 경우엔 데미안이 그랬고(처음 데미안을 읽었던 중학생 때는 읽다가 잠들었다. 재미없어서...) 폭풍의 언덕이 그랬고(처음 읽었을 때는 결말 부분에서 '뭐 어쩌라는 것???'이라는 심정이었던 같다) 무엇보다도 꾿빠이 이상이 그랬다. 아주 극적으로...............!!!!!

 

근데 젊었을 때(라는 말을 자꾸 쓰니까 좀 이상하네)는 좋은 줄도 몰랐던 소설을 나이 먹어 다시 읽으면 엄청 좋은 경우가 많은 것만큼 어렸을 때 엄청 좋아했던 소설을 나이먹어 다시 읽으면 엄청 별로인 경우도 왕왕 있지 않나...하며 특정한 소설을 떠올려보려고 노력했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 적어도 나는 옛날에 좋았던 건 아직도 싫지 않은가 보다. 최근에 배수아선생님의 바람인형을 다시 읽어봤는데 읽다가 막 비명을 질렀음. 너무 좋아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가님은 젊었을 땐 젊음이 아깝다고 말씀하시면서 이를 청춘의 불행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불행이 내재되어 있기에 청춘이 빛나는 것 같기도 하고 :)

 

하지만 나이와 상관 없이 김연수소설가님은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분이시고(•‿•) 소설가님의 낭독을 들을 수 있는 시간 역시 내 어두침침한 삶에서 눈에 띄게 빛나는 시간이라(◕◕) 나는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ㅠㅠㅠㅠ 낭독을 들을 기회가 한 번 더 남아 있다는 게 또 너무 감사한 것이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부디 소설가님 건강하시고 건필하셔서 25일에 또 아름다운 소설 들려주시기를...٩(๑・ิᴗ・ิ)۶٩(・ิᴗ・ิ๑)۶

 

 

 

마지막으로, 그날 행사가 끝날 때 소설가님이 남겨주셨던 인사 영상을 첨부해 본다. 저야말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소설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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