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0. 01:49ㆍ흐르는 강/요즘의 빵집
찰단팥빵집은 워낙 생긴 지도 오래되어 한번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도 수년간 들어가보지 못했던 곳이었다. 가게는 크지 않은데 엄청 많아보이는 메뉴 때문에 약간의 심리적 압박이 있었음. 빵집이 좀 크면 부담 없이 들어가게 되는데(구경만 하고 나가도 되겠지이이 하는 기분) 내 동선이 주인분들께 다 파악될 정도의 크기일 때는 부담스럽다ㅋㅋㅋㅋㅋ 사고 싶은 게 없어도 뭔가를 꼭 사야 될 것 같은 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곳을 드디어 지난주에 가본 것.
사실 이날 나의 원래 계획은 직장 근처 식빵연구소에서 단팥빵을 사들고 오는 것이었는데 뭘 한다고 바빠서;;;;;;; 저경력 시절에는 '왜 나는 일이 많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연차가 쌓이면서 알았다. '내가 일이 많은 것'이 아니라 '내가 일을 일이 많아지는 식으로 하는 것'임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들은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일도 혼자 세상 복잡하게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 그것은 바로 나...하지만 그것도 내팔자............................
여튼간 이날 식빵연구소에 들르지 못한 채 퇴근한 나는 그럼 어디서 단팥빵을 사야 하지(단팥빵을 꼭 사고 싶은 날이었음) 궁리하다가 찰단팥빵집을 생각해내고 그곳으로 이동하였다. 그전에 롯데백화점을 둘러보긴 했는데 왠지 성에 안 차는 마음이었음.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는 종이봉투에 곱게 포장되어 있는 찰보리단팔빵과 그의 친구들(;)류가, 가운데에는 단팥빵류 이외의 빵이, 오른쪽에는 만쥬와 슈크림빵과 마카롱(이 있을 줄 몰랐음ㄷㄷㄷㄷㄷ)이 전시되어 있는 냉장 쇼케이스가 배치되어 있는 구조. 문 바로 옆의 쇼케이스에는 타르트와 작은 파이류가 놓여 있다. 나는 단팥빵을 보러 간 것이므로 왼쪽 코너부터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 내맘대로 그것이 메인이라고 생각하였으므롴ㅋㅋㅋㅋ
나무 트레이 위에 종이봉투로 포장된 빵이 줄지어 놓여 있고 앞쪽 플라스틱 케이스에는 포장 안된 빵이 들어있는 형식으로 단팥빵과 그의 친구들이 좌르륵 누워있었음. 단팥빵 단호박빵 호두단팥빵이 진열된 걸 보면서 읭 다 같은 가격이라면 단팥빵보다 호두단팥빵 아닌가...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뭔가 맛이 다르겠지. 단팥빵이 더 단 건가...모르겠다 안먹어봐섴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사실 내 눈에 더 띈 건 단팥빵보다 단호박빵이었다. 단팥빵은 맛을 상상할 수 있는데 단호박빵은 덜 상상 가능해서 궁금했음. 너는 내가 다음에 먹어주지...하는 생각으로 마음에만 기록해 둠.
최근 '뉴욕제과점'을 다시 읽으며 아 그렇지 과거에는 소보루빵 말고 곰보빵이라는 말을 썼지...'곰보'라는 말의 언피씨함 때문에 안 쓰는 말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곰보빵이 표준어지.....근데 소보로가 맞나 소보루가 맞나 어차피 일본어니까 상관없나 혹시 국어사전에 올라와있나 하며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하기도 했는뎈ㅋㅋㅋ 이 빵집에는 평범한 소보로빵/곰보빵 대신 '치즈소보루'가 있었다. 이것 역시 약간 상상 안되는 맛인데 크게 끌리진 않아서;;; 패스.
내가 좋아하는 고로케(크로켓 말고 고로케)(물론 표준어는 크로켓이어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고로케'를 검색하면 '크로켓' 항목으로 넘어가라고 설명해줌. 하지만!!!!! 크로켓은 고로케가 아니라고요!!!!!!!!!!! 내가 찾는 건 크로켓이 아니라 고로케라고요!!!!!!!!!!!!!!!!!!!!!!!!!!)도 있었는데 '야채 감자 고르게'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섴ㅋㅋㅋㅋ 아주 인상깊었다. 고로케 말고 고르게라닠ㅋㅋㅋ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로케에 감자 야채 계란과 함께 '크래미살'이 들어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이 친구들이 좀 특이한 친구들인데...시커먼 오징어먹물빵이 있었고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찰보리공기빵이 있었다. 공기빵은 공기호떡처럼 속이 텅 빈 애인 건가...오징어먹물빵 말고 공기빵이 먹어보고 싶었음. 그래서 이날 내가 나중에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단호박빵, 나중에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공기빵과 고로케.
중간 쇼케이스에는 소금빵을 비롯한 이런저런 빵들이 함께 놓여 있었는데(요즘 진짜 소금빵 안하는 데가 없는 듯;;;) 그중에서 눈에 띄었던 건 '찹쌀떡을 구운 것'이라는 야끼모찌와 동글동글하게 겹겹이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는 빵...이어서 당연히 몽블랑인갑다 했는데 '퀸아망드'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던 것. 몽블랑도 늘 무난하게 비슷비슷 맛있는 빵이라고 생각하는데 '고소한 파이와 버터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는 빵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달아 주셔서 대체 얼마나 고소한 것인가 궁금해짐. 한 번의 고소함이 아니라 두 번의 고소함이라니...!!!!!!
이거야말로 선물용인 타르트와 파이류는 매장 앞쪽에 그러니까 쇼윈도 바로 앞에 차곡차곡 놓여 있다. (그 맞은편에는 쿠키들도 있는데 쿠키들은 사진으로 찍지 못함) 호두파이와 에그타르트, 애플타르트, 블루베리크럼블이 함께 놓여 있었고 모두 다 궁금해보였다. 단팥빵집의 에그타르트라니 어떤 맛일까...그리고 애플타르트와 블루베리크럼블은 또 어떤 맛일까...언제 선물용으로 사봐도 괜찮겠지만 그전에 내가 먼저 먹어봐야겠음.
내가 좋아하는 붓세!!!!!!!도 있었고!!!!!!! 브라우니도 있고!!!!!!!!!!! 오트밀로 만들었다는 에너지바까지 있어서!!!!!!!!!!!!!!!!!! 아니 단팥빵집이라더니 없는 게 없네 하는 심정이 됨. 또 요즘 제가 오트밀에 관심이 많아가지고...붓세와 브라우니 참 좋지만(포근하고 달고 맛있는 아이들) 유기농오트밀에너지바에 굉장히 관심이 갔습니다(이름만 딱 봐도 건강한 아이). 요즘 식빵연구소에 가면 식빵 말고 다른 빵이 엄청 많아서 식빵 말고 다른 빵을 연구하시는 시즌인가 생각한단 말이다. 약간 그 기분이었음ㅋㅋㅋㅋ 그리고 이 빵집의 재미있는 점은 이름표 하나하나가 모두 손글씨로 만들어져 있고 빵에 대한 설명을 주인님이 친절하게 붙여주셨다는 것. 뭐가 들었는지 혹은 무슨 맛인지를 가격표에 댓글처럼 달아주신 부분이 재미있었다.
이날 나는 단팥빵과 그 친구들 몇명;;;을 사서 나왔고, 그다음날 또다시 단팥빵과 슈크림빵을 사러 갔다 왔는데, 집에 얌전히 돌아오지 않고 동네 한바퀴 돌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산책을 떠났다가 집중호우를 만나서 집에 못돌아갈뻔....................ㄷㄷㄷㄷㄷㄷ 그다음다음날 비가 그친 세상에서 그전날 사온 슈크림빵을 데워먹으며 지금 내가 먹는 빵에 빗물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 걸까 생각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는 빗물 안 들어간ㅠㅠ 구워져나온 상태와 가까운 빵을 먹어보고 싶다ㅠㅠㅠㅠㅠㅠ 곧 그런 날이 오겠지 흑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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