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3. 11:16ㆍ흔드는 바람/보고
올해 몇 개의 시리즈를 봤나 세어봤는데 40개가 넘는다 세상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즌1과 시즌2를 각각 나눠서 세어봤음) 책은 갈수록 적게 읽고 시리즈는 갈수록 많이 보는구만. 챙겨봤던 시리즈의 후속작들이 연달아 나왔던 해라 여러 가지를 챙겨봐야 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하트브레이크하이, 브리저튼이 대표적이다. 링컨 차를 탄 변호사 새 시즌도 나왔고. 그와중에 기생수 더그레이나 삼체처럼 기대했던 작품도 열렸고. 무엇보다 한석규배우님의 새 작품이 만족스러워서 좋았다.
근데 모든 면에서 이게 좋았다! 라고 하는 작품 하나가 쨘 있었던 건 아니어가지고...작년이나 재작년처럼 이게 2024년에는 최고였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그래서 우선 순서대로 나열을 해보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정리를 해보는 것으로.
*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2024년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고 한시간 동안 한석규아저씨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던 시리즈. 웃으시는 모습을 거의 못 봤던 것은 안타깝다. 거의 위의 사진과 같은 표정이시거나 무표정이셨지. 무채색 수트에 푸른빛의 셔츠를 늘 입고 나오셨어서, 저 푸른색의 명도나 채도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복습하며 다시 봐야지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네요 망할놈의 내란수괴ㅠㅠㅠㅠㅠㅠ
시리즈를 다 본 다음에 메인 포스터와 아트포스터를 다시 봤는데, '의심'과 '믿음'에 대한 얘기가 강조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다. 믿어야 할 것을 믿지 못하고 의심해서 진실을 보지 못한, 그래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인물의 이야기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였겠구나 싶다. 처음에는 저 말이 장태수팀장님을 가리킨다고 생각했는데, 시리즈를 다 본 후에는 장태수팀장님뿐만이 아니라 하빈이도, 엄마도, 범죄행동분석팀원들도, 다 그랬던 것 같다...나 역시 내 삶에서 마찬가지의 실수를 계속 저지르며 살고 있을 것이고.
한석규배우님의 장태수팀장님 연기를 보는 것만큼 짜릿했던 건 송연화감독님의 섬세한 연출을 보는 것. 빛과 어둠, 그림자, 거울, 유리창, 프레임 등을 활용한 연출을 눈여겨봐야한다는 댓글이 방송 중에도 여기저기에 많이 달리곤 했었다. 화면이 너무 어둡다는 불만의 댓글도 많았지만ㅋㅋㅋㅋㅋ 살인사건이 몇 건이나 나오는 작품인데 햇빛 아래서 사건이 진행될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요. 송연화감독님과 한석규배우님 다른 작품도 함께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음. 너무 기대되네요 으어어엉.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다면
1) 18세 청소녀가 저렇게까지 유능하게 사건을 추적해나간다는 것은 너무 드라마같지 않은가 하는 몇 군데의 '어안이벙벙함'. (특히 정두철의 여관 찾아갔던 장면이 약간 충격적이었음. 아니 저건 좀 너무 간 것 아닌가 싶어서)
2) 구대홍과 이어진의 대립 구도를 의도적으로 형성하려고 하다 보니 두 인물 모두에게 공감하기가 어려웠음. 그래도 감성적인 구대홍이 조금 더 나았나 싶기도 한데 구대홍 같은 사람과 일하라고 하면 나도 속터질 때가 많을 듯ㅠㅠ 근데 자기 관점만 합리적이라고 우기는 이어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ㅠㅠㅠㅠ 안타까웠다읭.
3) 정두철이 갑자기 나타날 때 좀 당황스러웠죠 네...근데 이런 얘기들은 앞으로 좀더 자세히 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이친자는 여러번 계속 볼 생각이기 때문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고욬ㅋㅋㅋㅋㅋㅋ
* 엄브렐러 아카데미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4가 공개된 후 후기를 여러번 썼으므로 길게 쓸 필요는 없는 것 같지만...엄브렐러아카데미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몇줄 더 적어보자면ㅋㅋㅋㅋㅋㅋ
검색하다 보면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이야기가 허술하다/ 결국 뭘 얘기하고 싶었던 거냐/ 시즌3에서 잘못 가버렸다 등등의 비판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를 내가 계속 좋아하는 건, 산으로 간 건지 우주 저편으로 간 건지 모르겠는 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인물들에 대한 애정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욕을 많이 먹는 시즌3에서도ㅋㅋㅋㅋㅋ 나는 레지널드영감에 대한 연민과 애증으로 그와의 케미를 묘하게 만들어내는 클라우스가 되게 인상적이었었단 말이지. 빅터와 할런과의 만남도 기억에 남는 모먼츠였고. 빅터가 자신을 새롭게 정체화할 수 있었던 것이 시시와의 만남이어서 시즌2에 잠깐 언급되는 것으로만 끝내기 아쉽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루서도 디에고도 앨리슨도 클라우스도 파이브도 벤도 빅터도 각각의 결점이 있는 인물들인데, 이렇게 부족한 점이 있는 인물들끼리 서로의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아서 세계를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서사 자체가 내게는 여전히 흥미롭다. 완벽한 히어로가 모든 것을 다 이겨내는 이야기보다는 이쪽이 나는 좋다. 그리고 엄브렐러아카데미의 인물들 중 여러 명은 자신이 지닌 부족함 그 자체가 매력이 되는 인물들이기도 해서, 여전히 애정을 버릴 수가 없네요. 그냥 내가 이 캐릭터들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음. 보다 보니까 정이 들어버렸어 어휴ㅠㅠㅠㅠㅠ
* 원데이앳어타임
페미니스트들에게 추천하는 시리즈 목록에 늘 들어 있던 원데이앳어타임을 올해 하반기에 마음먹고 정주행했다. 예전에도 몇번 보려고 시도했었는데 1회를 넘기질 못했다. 킨세스 얘기를 보다가 지루해져서 중반부 가기 전에 '다음에 볼까...'하고 접은 적이 몇 번. 그러다가 가을쯤 뭔가 피씨하면서도 재미있는 게 좀 보고 싶어져서 중간에 끊지 말고 1회를 끝까지 봐보자 하는 마음을 굳게(!!!) 먹고 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우 재미있었기 때문. 서로 다른 연령대의 여성들이 서로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히려고 노력해나가는 모습들이 감동적이었고, 슈나이더나 버고위츠 박사 같은 사람들을 통해 혈연 중심의 가족 대신 '진짜 가족같은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점도 인상 깊었다. 엘레나와 알렉스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당연히 보기 좋았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고 보면서 눈물 났던 에피소드도 많았는데 엘레나와 페넬로페가 서로의 입장을 바꿔 토론을 하던 장면이 오늘은 유독 떠오른다. 이 아래 오른쪽 사진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엘레나가 페넬로페의 입을 통해 자기 말을 들으니까 그에 대해 반박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그 장면을 통해 이 시리즈의 장점이 너무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평화롭게 소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결국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대화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데려다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시리즈의 인물들이야말로 시즌을 거치면서 서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을 듯.
*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2022년에 왓챠 오리지널로 공개됐던 시리즈. 채널A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나중에 왓챠플레이 끊고 봐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드디어 올해초에 봤다. 서사의 구성 자체는 단순하다고 볼 수도 있고, 아들의 로맨스가 약간은 덤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석규배우님과 김서형배우님의 연기가 너무 좋다ㅠㅠ 한석규배우님의 로맨스를 못 본 지 꽤 오래된 것 같아 더 늦기 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역시 좋구나 싶었다. 되게 깊고 애틋한 느낌이었다.
암에 걸린 아내를 위해 매일 요리를 하면서 아내와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는 시리즈다 보니 죽음을 준비해나가는 정다정의 입장보다는 정다정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강창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볼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정다정이 떠난 후 남겨진 강창욱의 이야기까지 서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두 인물의 이야기를 각각 다 보여주면 좀 산만해졌을 것 같기도. 어쩌면 '먼저 용기있게 손을 내민' 사람이 다정이었고, 그 다정의 손을 잡음으로써 그전까지 해보지 않은 '시도'를 하기 시작한 인물이 창욱이었기에, 그리고 그 '시도'가 창욱의 삶 전체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시리즈 전체에서 잘 보여주고 있기에, 죽음을 맞는 사람은 다정이었지만 이야기의 서술자가 되는 사람은 창욱일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도 든다...그리고 다정이 떠난 후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이전의 에피소드들도 좋았지만, 마지막 에피소드가 전혀 신파스럽지 않았는데도 아주 슬펐다. 나중에 왓챠플레이 한달 다시 끊어서 다시 복습하고 싶은 시리즈ㅠㅠㅠㅠㅠㅠ
이외에 재미있게 본 것으로는(예전에도 언급했지마아아안) 언내추럴, 이얼스 앤 이얼스, 스파이가 된 남자가 있고, 삼체 시즌1과 기생수 더그레이 시즌1도 재미있었다. 브리저튼 시즌3은 시즌 1, 2에 비해 덜 재미있었고 링컨 차를 탄 변호사 시즌3은 시즌 1, 2에 비해 더 재미있었다. 링컨 로이어는 시즌4가 시즌3 정도로 재미있거나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됨. 언내추럴은 고로상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서ㅋㅋㅋㅋㅋ 보기 시작했는데, 이시하라 사토미가 너무 아름다워서ㅠㅠ 이후에 데스티니도 찾아봤다. 이우라 아라타도 인상적이어서 최애까지 보기도 했고. 최애와 데스티니와 언내추럴 중에서는 언내추럴이 제일 재미있었음. 그다음은 최애, 그다음은 데스티니.
2025년에는 다들 좋아한다는 기묘한이야기 시즌5가 공개된다는데 나는 아직 앞 시즌을 제대로 보질 못해서(시도만 계속 하다가 실패함ㅋㅋㅋㅋㅋㅋㅋ) 시즌5가 공개되기 전에 시즌 1부터 4까지를 다 봐버려야겠다는 생각을 좀 가지고 있다. 작년부터 계속 보다가 멈춰버린 괴수8호 첫 시즌도 다 끝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네. 여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좀 보고 싶다. 책을 더 많이 읽으면 제일 좋겠지만ㅋㅋㅋㅋㅋㅋ 유튜브를 멍하니 보는 것보다는 흥미로운 시리즈를 보는 게 나은 것 같으니까. 그러려면 우선 이놈의 내란사태가 빨리 끝나야 하는데...내란수괴도 빨리 구속되고 파면되고......하아. 빨리 이 사태가 좀 정리되어서 마음 편히 넷플릭스 정주행이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뉴스 그만 보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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