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106 천변풍경 - 백현진 <목구멍>, <슬픈 인연>

2008. 11. 15. 20:51흔드는 바람/즐기고


2008년 11월 6일날 두산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천변풍경 1930-이태리의 정원> 두 번째 날, 천변버들 백현진 '수습과 개선' 공연 중 2부에 부른 두 곡. 기타 세션은 준석님♥



[천변풍경1930-이태리의 정원] 메인 포스터.



목구멍은 쌈싸페 때 듣다가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던 노래다. 내 목구멍이 재떨이 되네, 내 목구멍이 우물이 되네라는 부분이 왜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냥 막 슬프다.

슬픈인연
을 부를 때는 좀 놀랐다. 백현진 목소리로 이런 노래를 듣게 될줄 몰랐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이날 이상의 소설집을 들고 나왔던 백현진은 
자신이 열 아홉살 때 인상깊게 읽었다는 구절들을 읽어주다가 발음이 꼬여 책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실패를 연출한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정되어 있던 실패라면서 ㅋㅋ

그날 백현진이 이상의 소설 몇 구절을 읽어주기 전까지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생각인데 내게 있어 백현진에 대한 감정은 이상에 대한 감정과 좀 비슷하다. 
마냥 좋진 않은데 싫어하는 건 절대 아니고, 묘하다. 백현진의 음악과 이상의 글도 마찬가지. 둘다 나를 슬프게, 쓸쓸하게 만드는데 그렇다고 막 감동적인 것도 아니다. 음.

'저라면 목요일 저녁에 어어부나 백현진의 노래를 들으러 여기까지 오지 않겠다'던
그의 말은 농담이겠지만 염세도 지겹다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던 그의 말은 진심처럼 느껴졌다. 염세와 회의의 바닥을 치고 나면 결국 올라오게 되어 있고, 올라오는 과정의 정서는 낙관과 긍정일테니. 

그래. 개수작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동시에 오바마도 대통령이 되는 세상이니까.

그리고 이것 역시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그가 읽어주었던 소설들 중에서 <지주회시>와 <종생기>가 자꾸 생각난다. 하아.


...뭐 어쨌든간 2부에서는 준석님 보느라 
백현진씨고 손경호씨고 최창우씨고 계수정씨고 제대로 보지 못했고; 1부 때 찍은 사진 몇 장.

이 사람 목소리도 참, 참, 아휴, 참, 아휴......

말 한 마디 없던 장영규씨.

새 앨범이 나오긴 하나요, 어어부프로젝트?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긍정적으로.